단기 실적이나 대형 사업 착공 시점에 집중하기보다 2024년을 기점으로 한국 부동산 개발의 룰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큰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을 건설업계의 변함없는 최선호주로 추천한다. 오는 9월 착공이 예정인 4조5000억원 규모의 광운대 역세권 사업은 회사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진화하는 가운데 합산 4조6000억원 규모 프로젝트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광운대 역세권 사업은 개발과 운영이 혼합된 형태로 진행 예정이다. 이 사업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역 일대 약 15만㎡의 철도 시설 용지를 개발하는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올해 하반기 착공 및 분양을 앞두고 있어 매출 인식이 본격화됨에 따라 실적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 내에는 쇼핑몰과 호텔 등 복합 문화공간에 더해 미래형 오피스, 주거단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1조5000억원 이상(미정) 규모의 운영 자산(임대주택, 상업시설, 오피스, 호텔)을 확보하게 된다. 레버리지 효과와 개발차익 중심 한국 부동산업의 한계가 모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 시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은 남들과 전혀 다른 길로 이미 출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광운대 역세권 사업을 시작으로 용산철도병원 부지, 잠실 스포츠·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MICE), 청라 의료복합타운 등 4조6000억원 이상의 또 다른 서울·수도권 복합개발 사업들이 2025~2026년 착공을 위해 준비 중이다.
2000년을 전후로 일본의 국토 및 주거지 개발정책이 대폭 변화했다. 전국적인 개발과 물량 공급 위주의 한 시대가 저물고 저성장, 고령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분 아래 부동산 개발에서 콘텐츠와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졌다.
정책과 개발 모델의 변화 속에 미쓰이부동산, 스미토모부동산 등 디벨로퍼의 성장과 주가 차별화가 맞물렸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부동산 개발 패러다임이 변화해야만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레버리지 효과를 바탕으로 단기 매각차익에 집중하는 현재 한국 부동산 개발 모델이 경기하락 시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불과 15년 동안 두 번이나 확인됐다.
저성장, 고령화가 빠르게 고착화되어가는 만큼 일본과 마찬가지로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가 한국 부동산 플레이어들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다. 2024년, 시대가 디벨로퍼의 탄생을 원하고 있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
2023 하반기 건설·건자재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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