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이통사 ‘공짜’ 수익으로…2018년부터 항공 마일리지도 소멸 적용
눈 깜짝할 새 사라지는 마일리지…'한 해 1650억원'
[한경비즈니스= 김태헌 기자] #직장인 김진희(58) 씨는 한 달에 150만원 정도의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하지만 매달 사용액의 0.5%씩 적립되는 마일리지를 사용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김 씨는 자신의 마일리지가 얼마나 쌓였는지, 어디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른 채 매년 수만원 상당의 마일리지를 소멸시키고 있다.

#여행을 즐기는 프리랜서 작가 장미선(31) 씨는 80만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 마일리지를 통한 항공권 예매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고 다른 제휴사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하자니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 사용 안내 부족하고 제한 많아

매년 사라지는 이동통신(이통사) 3사와 카드사 마일리지가 수천억원을 넘어섰다.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지난 5년간(2011~2015년)의 소멸 마일리지는 2682억원(SK텔레콤 1007억원, KT 1436억원, LG유플러스 239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통사 마일리지 소멸률은 전체의 73%에 달할 만큼 높지만 이통사들은 마일리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용처도 제한하고 있다.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 사라지는 ‘권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성인 대부분이 가진 신용카드의 마일리지 역시 매년 수천억원씩 소멸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카드 마일리지는 매년 1000억원 이상 사라진다. 연도별로 2011년 1023억원, 2012년 1305억원, 2013년 1399억원, 2014년 1352억원, 2015년 1330억원 등 이다.

정부는 마일리지 소멸을 청구서·e메일·문자 중 2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알리도록 했지만 일부 고령자들은 메일과 문자 확인에 어려움을 겪으며 마일리지 소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또 일부 카드사는 마일리지 사용처와 사용률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 권리를 제한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국내 8개 카드사 중 KB국민·우리·롯데카드를 제외한 5곳은 마일리지 결제 시 한 번에 50% 미만의 마일리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카드 마일리지를 전액 사용할 수 있는 카드사 쇼핑몰은 상품 가격이 일반 온라인 쇼핑몰보다 비싼 것이 많다.

실제로 현대카드 ‘M포인트몰’은 현재 가장 많이 팔린 ‘엠보싱데코’가 1만4700 M포인트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오픈 마켓에서는 배송비를 포함해 1만700원대에 판매돼 4000원 정도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또 ‘하루의 열매 베리믹스’ 제품은 M포인트몰에서는 5만 M포인트였지만 오픈 마켓에서는 2만8000원대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 2배 정도 비쌌다. 1M포인트는 물품 구매 시 1원의 가치를 가진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모든 제품이 저렴할 수는 없다”며 “일부 제품은 시중보다 오히려 저렴하고 타사에 비해 많은 포인트 사용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눈 깜짝할 새 사라지는 마일리지…'한 해 1650억원'
이 밖에 2년 뒤인 2018년부터 소멸이 시작되는 항공사 마일리지 역시 사용처가 거의 없다. 특히 마일리지를 통한 성수기 항공권 예매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항공사들이 전체 좌석의 5% 정도만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항공사 마일리지를 통해 좌석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이마저 장거리 노선에 집중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또 호텔·렌터카·여행사·스마트폰·타이어·리조트 등에서 항공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이 항공사들의 자회사여서 가격 경쟁력이 낮다.

항공사 마일리지 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대한항공 1조7018억원, 아시아나항공 4920억원이다.

2008년 도입된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10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대한항공은 2019년 1월 1일,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11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마일리지가 소멸된다.

단, 대한항공은 2008년 6월 말 이전,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9월 말 이전 마일리지는 소멸되지 않는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윤문용 정책국장은 “이통사나 카드·항공사 마일리지 등은 이용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채권적 권리”라며 “기업들이 소비자 권익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마일리지 제도를 알리고 사용처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h@hankyung.com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