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cation]
해외 명문대 진학률 ‘두각’…미국 SJA도 내년 문 열어
‘사람 나면 제주로’ 제주 영어교육도시 순항 중
(사진)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영국 국제학교 노스런던칼리지잇스쿨 제주(NLCS Jeju)에서 학생들이 외국인 교사와 함께 과학 실험을 하고 있다. /NLCS 제주 제공.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은 이제 옛말이 됐다. 제주 영어도시 내에 자리한 제주 국제학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주도로 초·중·고 학생을 유학 보내는 학부모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학교는 제주도에만 있는 특수 학교다. 2006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따라 설립된 제주 국제학교는 국내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외국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도입해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 자리 잡은 영어교육도시에는 영국의 노스런던칼리지잇스쿨 제주(NLCS Jeju)와 캐나다의 브랭섬 홀 아시아(BHA), 한국국제학교(KIS) 등 세 곳의 국제학교가 들어서 있다.

미국의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도 내년 가을 개교를 목표로 지난 4월 29일 착공에 들어갔다. 영어교육도시 개발을 맡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2021년까지 총 7개의 국제학교를 유치할 계획이다.
‘사람 나면 제주로’ 제주 영어교육도시 순항 중
(사진)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으로 오케스트라를 선택한 NLCS 제주 학생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NLCS 제주 제공.

◆해외 명문 학교 집결지 된 제주

제주 국제학교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해외 명문 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NLCS 제주와 BHA는 ‘원 스쿨 투 캠퍼스(One School Two Campuses) 정책에 따라 본교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본교 학사 과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또 제주 국제학교는 기존 외국인 학교 등과 달리 내국인 입학 비율에 제한이 없다. 한국과 외국에서 동시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운영 첫해인 2011년 805명에 그쳤던 국제학교 학생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05명까지 늘어났다.

최근에는 높은 해외 명문대 진학률과 뛰어난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디플로마 프로그램(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 점수로 제주 국제학교에 관심을 갖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 IB 디플로마 응시자들 중 45점 만점을 받은 학생 총 160명 가운데 2명의 학생이 NLCS 제주 출신이었다. 또 NLCS 제주의 IB 디플로마 점수는 세계 평균인 29.8점을 웃도는 37점이다.

NLCS 제주와 BHA는 올해 9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 대부분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옥스퍼드대, 미국 스탠퍼드대·예일대, 일본 도쿄대 등 해외 명문 대학에 진학했고 4~5명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 등 국내 유명 대학에 합격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 국제학교는 다양한 방과 후 활동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100여 가지가 넘는 방과 후 활동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NLCS 제주의 한 관계자는 “NLCS 제주는 150여 가지 방과 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앞둔 시기에도 방과 후 활동을 꾸준히 이어 갈 정도로 열성적”이라며 “실제 이곳 학생 두 명이 방과 후 활동으로 적성을 찾아 버클리 음대에 진학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사람 나면 제주로’ 제주 영어교육도시 순항 중
(사진) NLCS 제주 학생들이 외국인 교사에게 개인 과제를 상담받고 있다. /NLCS 제주 제공

◆해외 유학 수요 흡수 ‘효과’

제주 국제학교 학생들은 심층 상담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기도 한다. NLCS 제주의 백성현 대입 상담 교사는 “이곳 학생들은 10학년(중학교 3학년)부터 대학 진학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며 “5명의 상담 교사들이 학기마다 1번 이상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고3 때 대입 상담을 시작하는 것에 비해 더 체계적”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제주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에 대해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국제학교에서 요구하는 학비가 중산층은 엄두를 못 낼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2013학년도 KIS 제주의 중학교 과정의 연간 학비는 3700만원, NLCS 제주는 5600만원(12~13학년), BHA 아시아는 5700만원(11~12학년)이다. 여기에 수업이나 방과 후 활동 시 추가로 드는 비용과 기숙사비 등을 합치면 비용은 더 뛰어 오른다.

이에 대해 JDC 관계자는 “JDC가 올 초 진행한 설문 조사를 보면 국제학교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초반에는 학비가 비싸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지만 해외로 유학을 가는 것에 비해서는 비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외국 유학 수요를 흡수하면서 유학 등에 따른 외화 유출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JDC는 2011년 9월 개교한 NLCS 제주와 KIS 제주, 이듬해 문을 연 BHA가 외국 유학 수요를 유치한 결과 약 2590억원의 외화를 절감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