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희망’ 넘치는 중국 20대…‘실력’ 중시하는 한국 20대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대는 한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주역이다. 세계 거대 소비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20대가 가진 가치관은 현재의 중국뿐만 아니라 미래의 중국을 보는 창이다.

소비자로서만이 아니라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에 이들은 함께 가야 할 구성원이기도 하다. 이들의 역량을 이끌어 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생각을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국 20대는 ‘주링허우(九零後)’라고 불린다. 그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관과 생활 습관으로 중국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은 1979년부터 실시된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외동으로서 소황제·소공주 대우를 받으며 자랐다.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며 자라 소비 지향적이고 외국 문화에 개방적이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20대의 가치관을 살펴보기 위해 전 세계 50여 회원국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글로벌 종합 사회 조사(GSS : General Social Survey) 중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ISSP(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와 EASS(East Asia Social Survey)의 원자료(raw data)를 분석했다.

설문 항목 중 의미가 큰 설문을 개인·가정·대인관계·사회 등 4개 영역으로 재구성했다. 유사 집단과 비교, 이해하기 위해 한국 20대와 중국 20대의 가치관을 비교했고 중국 내에서도 전체 세대와 비교해 20대에서 독특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살펴봤다.

또한 주요 도시별로 결과를 세분해 중국의 정치 중심지인 베이징과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 그리고 한국의 서울을 살펴봤다.

◆상하이 20대가 미래에 가장 낙관적

먼저 미래에 대한 기대와 도전하는 삶에 대한 선호는 중국 20대가 한국 20대보다 더 강했고 중국의 다른 세대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미래는 희망적이다’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중국의 20대(85%)가 중국의 전 세대(이하 중국 전체, 72%)와 한국 20대(81%)에 비해 높았다.

도시별로 보면 상하이(91%)·베이징(84%)·서울(77%) 순으로 상하이가 가장 높았다. ‘평범한 삶보다 도전과 기회로 가득 찬 삶이 바람직하다’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중국 20대(60%)가 중국 전체(53%), 한국 20대(51%)에 비해 높았다. 도시별로는 상하이(77%)·베이징(57%)·서울(50%) 순으로 나타났다.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양국의 20대는 공통적으로 개인의 ‘노력(중국 97%, 한국 98%)’과 ‘야망(중국 97%, 한국 96%)’이라고 응답했다. ‘부모의 재력’이라는 응답도 많았는데, 전 세계 27개국 중 중국 20대가 1위(86%), 한국 20대가 3위(81%)를 기록했다.

양국 간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요인은 ‘부모의 학력(중국 94%, 한국 65%)’과 ‘정치적 인맥(중국 83%, 한국 66%)’이었다.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재력과 같은 환경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은 양국이 공통적이었다.

하지만 중국에 비해 경제성장 추세가 둔화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20대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사람이 선천적으로 선한지, 악한지에 대한 논쟁은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 왔다. 사람에 대해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중국 20대가 72%로 중국 전체(76%)보다 다소 낮았지만 한국 20대(50%)보다는 높았다.

중국 20대는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사람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대한 결과를 보면 중국 20대 78%, 한국 20대 38%로 한국에 비해 크게 높았고 도시별로도 상하이와 베이징이 높았다(상하이 83%, 베이징 76%, 서울 27%).

대상별로 보면 중국 20대는 친척(96%)·친구(91%)·동료·이웃(74%) 순으로 신뢰 수준이 높았다. 한국 20대는 친구(98%)·친척(85%)·동료(60%)·이웃(51%) 순이었다. 중국 20대는 다른 대상에 비해 친척에 대한 신뢰가 가장 높았다.

중국 20대는 이웃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웃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식은 중국 20대가 88%로 중국 전체(93%)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었지만 한국 20대(34%)에 비해서는 크게 높았다. 베이징은 76%, 상하이는 78%로 유사했고 서울은 43%에 불과했다.

‘이웃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응답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중국 20대가 80%로 중국 전체(89%)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한국 20대(42%)보다는 두 배 높았다. 도시별로는 차이가 다소 감소했는데, 베이징이 61%, 상하이가 62%로 중국 평균 대비 낮았고 서울은 54%로 한국 평균 대비 높았다.

전반적으로 중국 20대는 한국 20대보다 권위주의·집단주의·연고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베이징보다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상하이가 권위주의·집단주의 성향도 높은 의외의 결과를 보였다.

‘능력 있는 지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편이 낫다’라는 권위주의 성향을 묻는 문항에 중국 20대는 65%가 동의해 한국 20대(33%)보다 두 배 높았다. 중국 내에서도 상하이는 87%로 43%인 베이징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았다.

‘자기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면 안 된다’는 집단주의 성향에 대한 긍정적 응답은 중국 20대(68%)가 한국 20대(54%)보다 많았다.

도시별 결과는 상하이가 53%로 가장 높았고 베이징과 서울은 48%로 같았다.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려면 그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도 중국 20대는 69%, 한국 20대는 51%로 중국이 높았다. 마찬가지로 상하이가 64%로 가장 높았고 베이징 57%, 서울 50%로 뒤를 이었다.

‘실력이 좋아도 모르는 사람보다 친척이나 친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는 연고주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 중국 20대는 53%가 동의한 반면 한국 20대는 18%에 불과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격차가 컸는데, 베이징은 29%만이 동의한 반면 상하이는 73%가 동의했다.

‘동향 사람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는 문항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중국 20대는 77%로 높았고 중국 전체(79%)와 유사한 반면 한국 20대는 56%에 그쳤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중국 평균과 유사했고 서울은 44%로 한국 평균보다 낮았다.
베이징·상하이 그리고 서울의 젊은이들, 무엇이 다를까
◆한국, 불평등 더 심각하게 인식

중국과 한국 20대 모두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사회계층 간에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는 문항에 공통적으로 92%의 응답자들이 동의했다.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중국 20대 78%, 한국 20대 79%로 유사했다.

반면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중국 20대의 50%가 동의한 반면 한국 20대는 10%만이 동의했다. 베이징은 30%, 상하이는 80%로 중국 내에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인식의 차이가 컸다.

중국 20대는 사회 지도층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사회 지도층이 되기 위해서는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문항에 한국 20대는 57%가 동의한 반면 중국 20대는 32%에 그쳤다. 특히 베이징과 서울은 차이가 큰데, 베이징은 5%, 서울은 57%로 1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중국 20대는 집단 간 갈등도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고 있었다.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갈등’은 중국 20대 72%, 한국 20대 86%였고 도시별로는 베이징 53%, 상하이 73%, 서울 87%였다. ‘노사 갈등’은 중국 20대가 55%인 반면 한국 20대는 95%가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도시별로는 서울(98%)·상하이(63%)·베이징(38%) 순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 20대는 한국 20대에 비해 미래에 희망적이며 도전하는 삶에 대한 선호도 높았다.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동시에 세계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 온 경제 상황과 세계를 향한 개혁·개방을 통해 실리를 추구해 나가고 있는 중국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예상과 같이 중국 20대는 30대 이상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같은 유교 문화권에 속해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과 중국 20대의 가치관은 차이를 보인다. 중국은 영토가 광대한 만큼 도시별 차이도 컸다. 중국이라는 한 나라 안에 여러 나라가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고방식과 사회문화적인 특성이 다름을 확인했다.

상하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태도와 도전적인 삶에 대한 선호가 강했고 양극화와 사회계층 간 갈등도 크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양성평등 의식이 높고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인식도 높지 않아 성 역할이나 결혼에 대해서는 베이징에 비해 서구적인 경향을 보였지만 권위주의와 연고주의 성향은 더 강하게 나타났다.

베이징은 상하이에 비해 권위주의와 집단주의 성향이 낮게 나타난 반면 세계화에 개방적이며 외국인 수용도도 높았다.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중국 20대를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Y세대라는 신세대 직원이 인사의 주요 관심사인데, 중국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인과 한국인의 차이를 포함한 중국 신세대의 특성에 대해서도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 20대는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며 도전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동시에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높게 나타나는 등 한국 20대와 사뭇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