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의 심리학 카페]
1주일 새 두 남자와의 하룻밤…아이 아빠 두고 혼란에 빠진 ‘브리짓 존스’
내 아이의 친아빠는 누구일까요?
(사진)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의 한 장면.

[한경비즈니스=김진국 문화평론가·융합심리학연구소장] 필리다 로이드 감독의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 영화는 결혼식을 앞둔 딸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 분)가 식장에 자신의 손을 잡고 들어가 줄 친아버지를 찾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소피가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 분) 몰래 친부(親父) 후보자 3명을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후보자는 소피가 엄마의 옛날 일기장을 보고 자신의 친부일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고심 끝에 추린 것이다.

◆영장류 수컷의 무서운 진화 본능

진화심리학에 ‘친부 불확실성(paternal uncertainty)’이란 말이 있다. 쉽게 말해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 수컷은 지금 눈앞에 있는 아이가 진짜 자신의 정자로 만들어진 친자식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해 왔다는 소리다.

진화심리학의 2대 핵심 키워드는 생존과 번식이다. 이때 ‘번식’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한 본능적 노력을 말한다. 수컷의 입장에서 볼 때 자기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 전심전력해도 모자랄 판국에 남의 유전자를 자기 유전자인 줄 알고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맘마미아’의 주인공 도나처럼 애 아빠가 누구인지 몰라도 자신이 직접 애를 낳은 친모는 그 애가 자신의 유전자의 절반을 공유한 명백한 친자식이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 양육에 공을 들여도 손해가 없다.

이를 ‘친부 불확실성’과 대비해 ‘친모 확실성’이라고 부른다. 서양 속담에 ‘엄마의 아기, 아빠의 아마도(Mother’s baby, Father’s maybe)’라는 말이 있다.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샤론 맥과이어 감독의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바로 이 친부 불확실성 이론을 정면으로 다룬다. 40대 초반의 골드 미스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 분)는 잘나가는 방송국 뉴스 담당 PD다. 갱년기에 접어든 존스는 자신이 이렇게 꽃도 피워 보지 못한 채 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몹시 두렵다.

그렇다고 허구한 날 방구석에 쳐 박혀 있으랴. 존스는 방송국 아나운서인 친한 친구와 함께 록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아뿔싸! 도착하자마자 존스는 축제 마당의 질퍽거리는 진흙탕 바닥에 사정없이 넘어진다.

축제 분위기에 젖어 부어라 마셔라 했던 존스는 비몽사몽의 분위기 속에서 연애 정보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잭 퀀트(패트릭 뎀시 분)를 만나 뜨거운 밤을 보낸다. 어라? 알고 보니 퀀트는 그녀를 진흙탕에서 일으켜 준 바로 그 남자가 아닌가.

문제는 그 다음 주에 존스가 옛날 남자 친구인 변호사 마크 다시(콜린 퍼스 분)를 우연히 만났다는 것이다. 예전의 애틋한 정이 새록새록 다시 솟아난 존스와 다시. 더구나 다시는 현재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옛 애인과 멋진 밤을 보낸 존스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난다. 존스가 임신한 것.

1주일 사이에 두 남자와 황홀한 밤을 보낸 여인 존스. 그녀는 임신하기에는 너무 많은 43세라는 생물학적 나이를 이겨내고 늦깎이 임신을 했다는 기쁨에 들뜬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존스는 유전자 검사를 해 보기 전에는 임신한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당혹스러워한다.

그렇다고 두 남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해 보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소위 친부 불확실성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여성으로서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가 덜컥 임신한 여주인공의 심리적 혼란을 코믹하게, 그러나 재치 있게 전개한다.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친자식이기만을 바라면서 다짜고짜 존스를 향해 치열한 구애 작전을 펼치는 두 남자. 냉철한 이성의 다시와 따뜻한 감성의 퀀트. 성격도 판이하고 직업도 뚜렷이 구별되는 두 남성의 미묘한 라이벌 의식과 내면의 심리도 잘 풀어낸다.

영화 ‘킹스맨’에서 맹활약했던 멋쟁이 영국 신사 콜린 퍼스.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히어로 패트릭 뎀시. 그들이 르네 젤위거와 함께 삼각관계를 이뤄 펼치는 한바탕 로맨틱 코미디. ‘맘마미아’도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도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그건 영화에서나 있는 일이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십중팔구 그 가정은 풍비박산이 난다. 심지어 칼부림까지 일어난다.

침팬지는 아기 침팬지를 가차 없이 죽여 버린다. 소위 ‘영아 살해(infanticide)’다. 자기 유전자만을 남기겠다는 영장류 수컷의 진화적 본능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