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무역 대국’ 중국의 오랜 숙원…미국의 화폐 주조 이익 독점에 도전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중국 위안화가 10월 1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 기반 통화(바스켓)에 정식으로 편입됐다.

IMF는 지난 9월 30일 성명을 통해 위안화가 포함된 SDR 바스켓이 10월 1일부터 적용되며 위안화의 기준 가치(currency amount) 계수가 1.0174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SDR 바스켓 편입 통화의 기준 가치 계수는 편입 통화와 SDR과의 환율을 계산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 값은 편입된 각 통화의 9월 30일 기준 환율과 지난 7월 1일부터 이날까지의 평균 환율을 바탕으로 산출됐다.

‘통화굴기’를 시작한 위안화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
‘SDR 정식 편입’ 위안화, 세계 3대 통화로
SDR 통화 바스켓 편입은 일종의 기축통화 그룹에 속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상징적이고 기념비적인 일이다.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가면서 위안화가 더 폭넓게 통용될 수 있는 단계로 발돋움할 기반이 된 것이다.

SDR은 실제 통화가 아닌 일종의 가상 화폐다. 1969년 IMF가 브레튼우즈 체제의 고정환율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놓은 것으로, 국제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금이나 달러 등의 준비자산을 보완하는 2차적 준비자산이다.

SDR은 회원국이 IMF에서 가지는 일종의 ‘권리’에 해당한다. IMF 회원국에는 출자 비율에 따라 SDR이 배분되고 국가의 유동성 위기 등 필요한 시기에 자국 몫만큼 SDR 바스켓 중 하나로 교환할 수 있다.

현재는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 4개 통화의 가치로 산정되고 있다. 앞으로 위안화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이다. 즉 특정 통화가 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됐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공식적 통화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위안화 SDR 편입이 더 눈에 띄는 것은 그 규모다. 위안화의 편입 비율은 10.92%로 미국 달러화(41.73%)와 유로화(30.93%)에 이어 셋째로 큰 규모다. 이전까지 SDR로 쓰이던 일본 엔화와 영국 파운드화의 비율은 각각 8.33%와 8.09%로 위안화에 비해 규모가 작아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위안화의 SDR 편입을 “국제금융 시스템에 중요하고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SDR 바스켓 확대는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이라면서 “위안화 편입으로 SDR은 더 다각화하고 국제통화와 국제경제에 대한 대표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SDR 편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0월 2일자 1면과 2면에 걸쳐 SDR 편입을 보도하면서 “중국 경제 발전과 금융 개혁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SDR 편입을 통해 위안화의 안정성과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이는 위안화의 국제화 개혁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중국이 이번 SDR 편입을 계기로 금융 개혁과 금융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구시보도 이날 “위안화 SDR 편입은 중국 경제에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라면서 “이는 위안화의 국제화 진행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전에는 중국이 세계 1위의 무역 대국이면서도 대부분의 거래를 달러화로 진행했지만 SDR 편입을 계기로 위안화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위안화 국제화의 첫 성과

중국은 SDR 편입을 비롯해 위안화의 국제통화 지위 확보를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 왔다. 그 이유는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 위안화의 영향력이 턱없이 낮은 반면 미국 달러화가 세계경제에서 과도한 권력을 행사한다는 피해의식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하지만 원유 가격은 위안화가 아닌 달러화로 지급해야 한다. 또 세계 최대 수출 국가지만 수출 대금은 달러화로 받기 때문에 항상 환차손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8.6%에서 지난해 유럽연합(EU)과 대등한 수준인 15.0%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비율은 24.8%에서 24.5%로 줄었다.

하지만 위안화의 수출입 결제 비율은 여전히 미미하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위안화의 지급 결제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달러화 41.3%, 유로화 31.3%와 큰 차이가 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SDR 편입을 추진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따라 위안화의 가치가 요동치며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이 무력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중국에선 달러화에 대한 음모론적 시각을 담은 책 ‘화폐전쟁’ 등이 큰 인기를 모으기까지 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외화보유액의 70%가 달러화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미국 경제의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구조”라며 “위안화의 글로벌 투자를 통해 파워를 키워 기축통화로서 부상하는 동시에 달러화 의존 리스크를 줄이자는 게 위안화 국제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통화로서 갖는 발권력 역시 큰 매력이다. 2013년 중국과학원은 “미국이 달러화 발행 독점권을 통해 매년 수천조원에 달하는 화폐 주조 이익(Seigniorage : 화폐를 만드는 비용만으로 화폐 액면가 가치를 창출하면서 얻는 이익)을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애써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미국 좋은 일만 한다는 불만이 담겨 있다.

지난해 IMF가 위안화를 SDR에 편입하기로 결정한 뒤 관영 매체 중국망은 “시장 개혁과 개방을 확대해 진정한 국제통화 발행권을 확보하고 화폐 주조 이익을 쟁취해야 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최종 목적지가 달러화의 독점적 화폐 주조 이익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중국의 노력은 1차적으로 SDR에 편입되면서 어느 정도 결실을 봤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앞으로 각국 중앙은행과 해외 펀드들의 위안화 자산 수요가 늘어나 전 세계 외화보유액 중 위안화 비율이 향후 5년 내 SDR 편입 비율의 절반 수준인 5%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본적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SDR 편입 비율에 맞춰 외화 자산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AXA인베스트먼트는 세계 각국이 외화보유액 중 위안화 자산을 매년 1%씩 늘리면 향후 5년간 6000억 달러(약 660조원)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도 전 세계 외화보유액 중 위안화 비율이 5년 내 5%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와 스탠다드차타드(SC)의 예상은 더 낙관적이다. 2020년까지 위안화 표시 자산을 사기 위해 중국에 유입되는 자금이 1조 달러(약 11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 경제 매체 왕이재정망은 최근 보도에서 “2020년까지 글로벌 외화보유액의 7.8%를 위안화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위안화의 SDR 편입이 중국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안화의 ‘힘’이 국제적으로 공인받는다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맞는 금융시장의 개방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번스 프리차드 연구원은 “중국은 과거 자본 유출 우려에 강력한 규제로 대응했고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는 거래 정지 조치를 내렸다”며 “글로벌 시장은 시장의 원칙을 무시하고 인위적인 통제를 가하는 중국에 여전히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SDR 정식 편입’ 위안화, 세계 3대 통화로
◆‘외국인 투자자 신뢰 얻기’ 갈 길 멀어

따라서 위안화가 달러화에 버금가는 국제통화로 인정받으려면 자본시장 개혁을 통해 위안화 자산 수요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채권시장만 해도 중국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적격외국인투자자제도(RQFII)로 묶어 두고 있다. 그나마 단기채 시장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 국채 시장에서 외국인 비율은 2%에 불과하다. 외환시장도 각국 중앙은행과 국유 투자 기관 정도로 참여를 제한하고 있고 여전히 정부의 입김이 강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과감한 개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또 당장 SDR 편입으로 하루아침에 위안화가 자유롭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위안화의 국제화는 최근 변동성과 정부의 자본 통제로 더 후퇴하는 듯한 모습이다.

SDR 편입이 결정됐던 지난해 11월 이후 위안화는 오히려 더 불안하게 움직였다. 홍콩의 역외 위안화 예금은 2013년 이후 최저치로 줄었다. 결제 비율 역시 지난 6월 1.72%로 줄어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의 정치·사회 구조에서 생기는 태생적 한계도 항상 지적되는 요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지도부가 금융 자유화와 시장 중심적 경제 개혁을 추구하고 있지만 정치적·법적·제도적 개혁은 분명하게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개혁 없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절대 얻을 수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덧붙였다. 기축통화가 될 잠재성은 있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투자자들이 찾는 ‘안전 통화’의 위상을 얻는 것은 아직까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위안화가 국제화 진전에 따라 강세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위상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 때문이다.

물론 당분간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위안화의 약세 전망이 대세다. 금융투자업계는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단기적으로 정부 환율 개입이 축소되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IMF가 위안화 SDR 편입 결정을 발표한 이후 한 달 동안 위안화의 가치는 1.5% 하락했다. 당시 신위안화지수 발표의 영향이 있었지만 정부 개입이 없었기 때문에 단기간 위안화 역외 환율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위안화 가치의 낙폭이 컸다.

성연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SDR 편입은 국경절 연휴 이후 시중 자금 수급 불균형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지급준비율 인하 등 추가 유동성 완화 정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인”이라며 “4분기 부동산 모멘텀 둔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은 달러당 6.7~6.8위안까지 점진적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위안화 가치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글로벌 외화보유액 내 통화 비율의 변화와 함께 위안화 표시 채권, 중국 주식 등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DR 정식 편입’ 위안화, 세계 3대 통화로
◆한중 경제 동조화 심화 우려도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위안화의 SDR 편입은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인정함과 동시에 위안화 표시 채권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은 위안화 채권 발행을 통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중국 정부는 중국 채권시장의 개방을 서두르고 글로벌 채권지수 편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위안화의 SDR 편입은 이 같은 방향성과 일치한다”며 “해외 자본 유입을 강화해 자본 통제 부담을 경감시키고 투자 확대에 대한 부담감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위안화의 SDR 편입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정체됐던 위안화의 국제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이를 또 하나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향후 국내에서도 결제통화와 투자, 비축통화로서의 위안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역외 위안화 취급에 필요한 금융 인프라 구축 등 중·장기적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역내 금융과 통상 분야에서 위안화 수요가 증가하면 양국 간 환 헤지 비용 감소로 경제 동조화 심화가 예상된다”며 “국내 위안화 수요 증대를 감안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원·위안화 직거래에 따른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리스크는 점검이 필요하다. 한 연구위원은 “올해 6월 상하이에서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개설됐다”며 “원화의 상대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원·위안화 직거래에 따른 양국 간 외환시장의 충격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화 SDR 편입 가능성도‘솔솔’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되면서 다음번 SDR 편입 화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 시장에서는 한국 원화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IMF는 2015년 12월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 여부를 가리기 위해 작성한 자체 보고서에서 현재 SDR을 구성하는 통화 이외에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인정받는 통화가 더 있다”고 적시했다.

IMF는 어떤 통화가 SDR 편입 가능성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편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화폐로 ‘원화’를 꼽았다. 블룸버그는 “수출 순위만을 기준으로 할 때는 한국 원화가 가장 유력하며 싱가포르 달러화와 캐나다 달러화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가능성은 있지만 원화가 기축통화가 될 확률은 아직까지는 높지 않다. IMF 규정에 따르면 해당 통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해당 국가의 재화와 서비스 수출이 세계적으로 매우 큰 규모로 이뤄져야 SDR에 편입될 자격을 얻는다.

통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외환 보유, 국제은행 간 거래, 국제 채권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폭넓게 거래된다’는 뜻이다.

원화는 수출 측면에서 상위권이지만 IMF가 내건 다른 조건들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블룸버그는 “다만 원화와 싱가포르 달러화, 캐나다 달러화 중 IMF가 산정하는 주요 금융지표들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6위권에 포함되는 통화는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IMF 보고서는 “이런 기준들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되고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역시 IMF의 4가지 주요 금융지표에서 5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SDR에 편입됐다. 보고서는 위안화가 아시아에서 널리 거래되고 있고 유럽에서도 사용이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는 2021년 SDR에 새로 편입될 통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