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탐방]
CJ푸드빌, 전국 44개 매장 운영…사시사철 토종 식재료로 만든 메뉴 선보여

국내 농가와 함께 상생하는 '계절밥상'
2013년 7월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한식 브랜드 ‘계절밥상’이 판교에 첫 문을 열었다. 당시 하루에 1000명이 넘는 손님이 몰려들었고 오픈 후 약 1년간은 두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소비자들은 기존의 한정식이나 백반집이 아닌 새로운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의 탄생에 열광했고 업계에선 계절밥상이 ‘한식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후 이랜드의 ‘자연별곡’과 신세계의 ‘올반’ 등 유사한 콘셉트의 한식 브랜드가 연이어 등장했다.

3년이 지난 현재 계절밥상의 인기는 다소 주춤하다. 예전만큼 예약조차 어려울 정도로 과열된 상태는 아니지만 피크타임인 점심 식사 시간대에는 여전히 대기표를 받고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

계절밥상 코엑스몰점에서 근무하는 허정 매니저는 “매장 내 좌석이 총 170석인데 낮 12~2시 사이에는 자리가 다 차 기다려야 한다”며 “위치상 근처에 사무실이 많다 보니 저녁에 회식하러 오는 이가 많고 또 인근 호텔에서 투숙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곳엔 없는 토종 제철 메뉴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한식 패밀리레스토랑은 100여 개가 있다. 이 중 계절밥상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 4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판교에 첫 매장을 선보인 2013년 말에는 3개에 불과했다. 이듬해 7개로 늘었고 2015년 말에는 33개로 크게 증가했다.

계절밥상이 유독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시장을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농가와 함께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한 달에 한 번꼴로 그 계절에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제철 먹거리와 잘 알려지지 않은 토종 식재료로 만든 메뉴를 선보여 고객은 물론 농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계절밥상에는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메뉴가 있다. 기원전부터 국내에서 자란 토종밀인 ‘앉은뱅이 밀’을 넣어 지은 밥, 궁중 음식에 사용했던 채소인 ‘동아’로 만든 초절임, 국내 최초로 무농약 인증을 받은 연근에 송이향버섯을 넣어 지은 솥밥 등이 계절밥상만의 대표 메뉴다.

올봄에는 토종 ‘하얀민들레’를 사용한 하얀민들레 부침과 토종벼인 ‘고대미’를 내놓았다. 여름에는 동아를, 가을에는 앉은뱅이 밀을 사용한 메뉴를 선보였다. 현재 앉은뱅이 밀밥과 앉은뱅이 채소 무침,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서 즐기는 앉은뱅이 밀·보리 튀밥 등이 있다.

허 매니저는 “앉은뱅이 밀은 일반 밀보다 글루틴 성분이 풍부해 건강식으로 즐길 수 있고 씹으면 씹을수록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있다”며 “생소한 식재료여서인지 호기심에 문의하는 손님이 많다”고 설명했다.

계절밥상이 농가와 상생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매장에서 직거래 또는 계약재배를 통해 음식의 ‘재료’로 활용한다. 계절밥상은 2015년에 국내 농산물을 약 1700여 톤 사용했다. CJ푸드빌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사용한 농산물은 2100여 톤 이상으로 4분기 사용량을 포함하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매장 입구와 온라인 쇼핑몰에 농특산물 직거래 공간인 ‘계절장터’를 마련, 한국벤처농업대 출신 농민들이 땀과 정성으로 가꾼 농축산 가공식품 80여 종을 직접 홍보하고 고객과 소통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끝으로 농가를 직접 방문해 일손을 돕는다. 지난 6월 2일 CJ푸드빌 직원들은 경남 진주의 앉은뱅이 밀 재배 농부 조영호 씨 농가를 방문해 일손을 돕고 계절밥상의 인기 메뉴인 고추장삼겹살구이, 쌈채소, 앉은뱅이 밀 비빔밥 등을 준비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직거래 공간 ‘계절장터’도 마련

계절밥상이 전국 각지의 농가들과 협의해 매장에 선보인 국내산 제철 재료는 송이향버섯·제주풋귤·홍피홍심무·장마·노지감귤·연근·우엉·오디·노각·고대미 등 50종이 넘는다. 계절밥상은 이를 활용해 총 130여 종의 제철 메뉴를 출시했다. 특히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어 가는 희귀한 토종 식재료인 앉은뱅이 밀과 동아 등을 적극 활용, 그 양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

농특산물 직거래 공간인 ‘계절장터’는 매장 입구와 계절밥상 홈페이지 및 온라인 장터에서 이용할 수 있다. 매주 주말 계절장터에는 70명이 넘는 농부들이 다녀가 전북 군산의 ‘울외장아찌’, 전남 해남의 ‘뽕잎차’, 충북 청원의 ‘아카시아꿀’ 등 다양한 농산 가공식품과 농산물을 선보였다.

국내 농가와 상생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 같은 노력이 매번 수월하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은 기후변화에 따라 작황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CJ푸드빌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 지역의 남작감자를 구매하기로 약속했지만 극심한 가뭄과 더위 때문에 수확량이 턱없이 적어 고초를 겪었다. 계절밥상은 해당 농부를 돕기 위해 옥수수 등 다른 대체 작물을 수매했다.

올해도 보은 쇠뿔가지 등이 이와 유사한 문제로 공급이 일찍 끊기는 바람에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 및 농산물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단지 수익성만 고려한다면 우리 농산물이나 토종 희귀 작물 사용을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계절밥상을 통해 우리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외식 사업의 근간이 되는 농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뒤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앉은뱅이 밀’
‘앉은뱅이 밀’
‘앉은뱅이 밀’이란?

기원전 300년부터 국내에서 자라온 ‘앉은뱅이 밀’은 특유의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키가 작아 비바람에 꺾이지 않고 병충해에 강한 곡물이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밀은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앉은뱅이 밀을 재배하는 농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앉은뱅이 밀은 소멸 위기에 처한 글로벌 음식 문화 유산을 발굴해 내는 슬로푸드 국제본부 산하의 생물종다양성재단에서 국내 토종 종자로는 최초로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된 바 있다.

계절밥상은 앉은뱅이 밀 보급에 앞장서기 위해 앉은뱅이 밀을 올려 지은 구수한 ‘앉은뱅이 밀밥’과 앉은뱅이 밀가루 반죽에 옥수수를 넣고 동그랗게 부쳐낸 ‘앉은뱅이 밀 옥수수지짐이’ 등을 선보였다.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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