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옷·그림·LED 조명까지…
IoT·빅데이터가 렌털 시장 키운다…2020년 40조원 시장 예상
'못 빌리는 게 없는' 만능 렌털의 세계
(사진) 한 TV홈쇼핑사의 렌털 상품 방송 캡처 화면.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이제 ‘빌리지 못하는 게 없는 시대’가 됐다. 1990년대 말 정수기에서 시작된 렌털 시장은 최근 침대 매트리스·타이어·의류·그림 등으로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소유’보다 ‘사용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렌털 시장 성장의 배경이 됐다. 앞으로는 빅 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맞춤형 렌털’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렌털 시장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들여다봤다.

국내 렌털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말 정수기에서 시작된 렌털 제품이 공기청정기, 음식물 처리기,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렌털족’의 수도 크게 늘었다.

또 1인 가구나 2인 가구 등이 늘면서 개인 단위의 렌털이 증가하며 렌털 상품의 범위도 생활용품 중심에서 취미·오락·레저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정보통신기술(ICT)로 진화하는 스마트 렌털 시장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렌털 시장 규모는 올해 25조9000억원(산업기계·장비 포함)으로 전망된다. 2011년 15조5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5년 만에 67%나 성장한 것이다.

국내 대표 가전 생활용품 렌털 업체 코웨이의 매출도 2010년 1조5839억원에서 지난해 2조3152억원으로 늘었다.

렌털 시장이 커지면서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의 생활 가전제품을 빌리는 수준을 넘어 패션·그림·육아 용품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그림 렌털 회사 오픈갤러리는 그림을 크기에 따라 3만9000원에서 40만원에 빌려주고 있고 레고 대여 회사인 레츠고는 장난감 레고를 9900~2만9900원에 대여해 준다.

의류나 장신구 등과 같은 패션 상품도 렌털 인기 품목으로 급부상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7월 문을 연 패션 렌털 매장인 ‘살롱 드 샬롯’은 셀프 웨딩을 위한 드레스·정장·주얼리 등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가의 의류가 아닌 일상복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SK플래닛은 브랜드 의류·잡화를 빌려주는 서비스인 ‘프로젝트 앤’을 론칭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아이튠즈에서 ‘프로젝트 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월정액을 내고 아우터·원피스·가방 등을 빌려 쓸 수 있다.
'못 빌리는 게 없는' 만능 렌털의 세계
(사진) 롯데백화점이 지난 7월 선보인 패션 렌털 매장 '살롱 드 샬롯'.

◆홈쇼핑에서도 렌털 방송 꾸준히 인기

TV홈쇼핑에서도 렌털 상품 방송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TV홈쇼핑은 체계적으로 상품의 특성과 서비스를 설명할 수 있는 데다 전국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렌털 상품의 주요 판매 채널로 통한다.

또 대량 주문 상담을 소화할 수 있는 콜센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TV홈쇼핑을 중심으로 한 렌털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왔다.

GS샵은 2007년 정수기로 렌털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이온수기·비데·안마의자·매트리스 등으로 상품을 확대하며 렌털 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했다. 최근에는 렌터카·주방후드·전기레인지·음식물처리기·식스패드·요실금치료기·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다양한 품목이 편성되고 있다.

GS샵은 2014년부터 렌털 상품의 편성 비율을 8%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구매 상담 전화는 2015년 전년 대비 10% 성장했고 2016년에는 매트리스·안마의자·렌터카의 인기에 힘입어 2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8월 28일에는 SK렌터카의 두 차례 방송을 진행해 역대 최대 규모인 총 4만 건의 구매 상담 전화를 받았다. GS샵은 2011년부터 렌터카를 방송했는데 2011년 누적 상담 전화는 1만2000건에 그쳤지만 2015년에는 14만6000건으로 1110% 이상 증가했다. 올해 누적 상담 건수는 16만여 건으로 이미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CJ오쇼핑은 렌털 상품 편성 비율이 올해 작년 동기 대비(2015년 1~9월, 편성 횟수 기준) 32.7% 증가했다.

계윤희 CJ오쇼핑 MD는 “최근 소비자의 소비니즈가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렌트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며 “실제 렌트 판매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협력사(제조사)들이 MD와 상품 협의를 통해 렌트 상품으로 속속 변화시키며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게 됐고 이와 함께 협력사의 판매 매출도 늘어나고 있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홈쇼핑은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 상품을 다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한 관계자는 “2013년부터 판매 호조를 보인 렌털 상품은 렌터카·정수기·반신욕기·안마의자·흙침대 등이었는데 이후엔 다른 홈쇼핑에선 시도하지 않았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2014년에는 현미도정기·라텍스·운동기기·캠핑용품 등을 추가로 운영했고 최근에는 TV홈쇼핑에서 유일하게 전동침대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못 빌리는 게 없는' 만능 렌털의 세계
◆IoT·빅데이터 결합한 ‘미래형 렌털’

앞으로는 ICT 기반의 새로운 렌털 방식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외에서는 유사한 렌털 서비스가 등장했다.

미국 패션 업체인 ‘렌트 더 런웨이’는 빅 데이터를 활용한 여성 의류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렌트 더 런웨이’는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 신체에 가장 적합한 의류를 빅 데이터 분석으로 추천해 준다.

특히 이 회사는 반환받은 의류를 검사하고 세탁하는 과정을 거친 후 당일 다른 예약 손님에게 발송할 수 있는 스마트 운송 물류 시스템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못 빌리는 게 없는' 만능 렌털의 세계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는 일본 전국 7개 도시에서 1700대의 자전거를 빌려주는 ‘바이크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전거에 통신 모듈, 스마트미터 등을 탑재, 스마트폰을 통해 렌털 예약부터 반납, 정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2020년에는 일본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미래 렌털 시장에서는 단순한 제품의 렌털을 넘어 빅 데이터·IoT·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게 된다”며 “이러한 미래형 렌털은 기업이 새로운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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