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실체 드러난 ‘좋아요 공장’…주로 인도네시아 계정 활용
페이스북 ‘좋아요’, 2만원이면 1000명 ‘뚝딱’
(사진)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외부에선 잘 몰라요. 유령 계정으로 ‘좋아요’를 늘리고 한국인 계정으로 덮어씌우면….”

페이스북 페이지의 구독자 개념인 ‘좋아요’를 개당 20원에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월 28일 홍보 업계에 따르면 기업과 정부의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계약 시 목표 ‘좋아요’ 개수가 포함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좋아요 공장’이 이용되고 있다.

‘좋아요 공장’이란 페이스북 회원 가입 후 사용되지 않는 계정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좋아요’를 늘리는 작업을 뜻한다.

◆ ‘평창’ 홍보 동영상, 좋아요 22만 명?

이 같은 사실은 그간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영상 ‘아라리요(Arari·Yo!) 평창’이 논란을 일으키며 ‘좋아요 공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체부는 2억7000만원을 들인 홍보 영상이 ‘수준 이하’라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문제는 이 해명 자료에서부터 시작됐다.

문체부는 “9월 말 동영상을 게재한 이후 뮤직 비디오를 감상한 22만여 명의 누리꾼(네티즌) 중 ‘좋아요’ 수가 22만907명에 달했다”며 “아이디와 댓글 등으로 미뤄 볼 때 ‘좋아요’를 클릭한 누리꾼은 90% 이상이 외국인인 것으로 보여 뮤직 비디오가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이 해명으로 문체부가 ‘좋아요 공장’을 이용한 것이라는 의혹만 불러왔다.

아라리요 페이스북 페이지는 1만9000여 명의 ‘좋아요’ 수를 가지고 있지만 평창 영상은 22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심지어 콘텐츠도 처음엔 한글로만 올려졌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이 스스로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특히 ‘좋아요’를 누른 계정은 대부분이 인도네시아인이었다.

홍보 업계 관계자는 “(문체부 콘텐츠를) ‘좋아요 공장’에서 작업했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라면 ‘좋아요 공장’을 이용한 것으로 의심해 볼만하다”며 “‘좋아요 공장’에서의 작업은 대부분이 인도네시아 계정을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좋아요 공장’을 운영하는 이모(31) 씨는 “현재 외국인 1000명당 단가는 2만원이고 5분에서 최대 3일이면 작업이 가능하다”며 “외국인의 ‘좋아요’를 늘리면 페이스북 이용자는 해당 페이지 자체가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해 더 빨리 ‘좋아요’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페이지 자체의 ‘좋아요’ 이외에도 특정 게시물에 대한 ‘좋아요’만 늘리는 작업도 가능했다. 이 작업은 비용이 더욱 저렴해 ‘좋아요’당 5원에 불과했다. ‘좋아요’ 작업을 20만 명까지 늘려도 비용은 100만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또 유튜브 조회 수나 페이스북 내 동영상 조회 수도 조작이 가능했다. 특히 게시물이 많이 공유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작업 역시 개당 100원의 비용만 지불하면 됐다.

한 홍보 업계 관계자는 “1만9000여명이 전부 해당 게시물을 공유한다고 전제해도 한 콘텐츠가 22만 개의 ‘좋아요’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기업과 정부 등에서) 페이스북 운영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인위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며 “인위적인 ‘좋아요’ 늘리기는 오히려 부작용만 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페이스북 측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좋아요’를 늘리는 작업은 페이스북 약관에 위배된다”며 “적발되면 계정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주무 부서인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로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k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