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김선동 의원, 외감법 개정안 발의…최대 신고 포상금 정년치 급여에 퇴직금까지
분식회계 근절에 나선 국회
(사진) 지난 6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규 및 제도와 회계업계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형 분식회계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불거진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비롯해 2013년 동양그룹과 모뉴엘, 2012년 STX조선해양과 저축은행 사태 등이 대표적인 회계 부정 사례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6년에 도입된 내부 신고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사전에 분식회계에 따른 대형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내부 신고자 포상금 한도를 올리고 부정을 저지른 회계 담당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해 징계를 강화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포상금 한도, 대폭 상향 조정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10월 28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유명무실한 내부 신고 제도를 활성화해 기업의 분식회계를 근절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내부 신고자 포상금 한도를 현행 1억원에서 최대 신고자의 정년까지 예상되는 보수의 총합에 퇴직금을 합한 금액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또한 회계 업무 담당자가 분식회계를 하는 경우 그에 따라 얻는 이익의 최대 3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징계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법은 부정한 회계 처리, 거짓 감사 보고서 작성 등의 행위에 대한 내부 신고자 포상금 제도를 두고 있고 대통령령으로 1억원 한도 내에서 이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제도는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다. 김선동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부 신고 제도가 도입된 2006년부터 올해 8월까지 회계 부정행위 신고 건수는 총 6건에 불과하며 지급된 포상금도 총 2656만원에 불과하다. 최대 신고 포상금인 1억원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분식회계 근절에 나선 국회
김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포상금 1억원을 받고 내부 고발이 가능한 조건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1억원 정도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 실질적인 견제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내부 신고를 한 직원은 해당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기가 어렵고 ‘내부 신고자’라는 낙인이 찍혀 동종업계로의 재취업도 어려운데 보상금 1억원으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의원은 “미국이나 해외 사례를 보면 보상금이 엄청나다”며 “내부 신고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연금을 지급하듯이 보상금 체계를 사후 걱정이 없도록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법이 (국회를) 통과되려면 내부적으로 동료 의원들의 공감대를 확대하고 국민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도록 공론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국회와 국민들의 공감대를 넓혀 나간다면 틀림없이 통과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국은 내부 신고자에 대한 포상 제도를 2011년 도입했다. 2014년 9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한 내부 신고자에게 포상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인 3000만 달러(약 342억원) 이상의 포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미 SEC가 발간한 ‘도드-프랭크 내부 신고자 프로그램에 대한 2015년 의회 제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EC가 지급한 내부 신고자 포상금 규모는 3700만 달러(약 422억원) 이상이었다.

김선동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포상금과 비교할 때 보상금이 과한 것 아니냐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지만 해외에선 상당히 큰 폭의 포상금을 지급함으로써 내부 신고를 독려한다”며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만 보더라도 분식회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큰데 그걸 막기 위한 내부 신고 포상금을 정년까지 인정해 준다면 좋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식회계 근절에 나선 국회
◆내부 신고자는 ‘사회적 상해’를 입은 자

회계업계는 크게 환영했다. 내부 신고자가 편한 마음으로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분식회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부 신고자를 ‘사회적 상해를 입은 자’에 비유했다.

통상적으로 상해를 보상할 때 피해자에게 장애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평생 벌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계산해 보상하는데 이번 개정안이 그와 같은 맥락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11월 2일 주최한 세미나에서 만난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개정안이) 아이디어가 좋고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내부 신고자는 일종의 상해를 입은 것과 마찬가지인데 (개정안은) 사회적 상해(social injury)에 대한 보상을 신체적 상해(physical injury) 보상과 동일시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내부 고발을 하면 조직 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결국 그 조직에 못 있게 된다. 그렇다고 막상 나가려고 하면 제2의 삶을 열기도 쉽지 않다”면서 “그런데 정년치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편한 마음으로 신고할 수 있고 기업도 누가 고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감히 분식회계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결국 제일 중요한 건 형사처분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그동안 회계학회에서 얘기해 온 것이 기업은 25년, 분식회계에 동조한 공범 회계사는 20년의 징역을 살도록 하는 것인데 이처럼 형법을 강화해 회계 부정을 저질렀을 때 굉장히 큰 부담을 준다고 하면 아무도 분식회계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