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조직 개편 본격 단행…
이경섭 NH농협은행장 등에도 입김 미칠까
농협금융에 ‘중앙회발 인사 태풍’ 부나
(사진) 서울 충정로에 자리한 농협중앙회 본사.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농협중앙회가 고강도 인사 개편에 나서면서 NH농협금융지주로까지 인사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최근 농협중앙회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수립한 인사 플랜에 따라 조직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김 회장이 지난 10월 말 농협중앙회 부회장, 농협경제지주 대표, 농협상호금융 대표 등 3명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이번 중앙회의 경영진 개편 움직임이 농협금융지주로까지 번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협금융에 ‘중앙회발 인사 태풍’ 부나
(사진)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연합뉴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0월 24일 김정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이상욱 농협경제지주 대표, 허식 농협상호금융 대표 등 3명의 사표를 일괄 수리했다. 김 부회장과 허 대표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이 대표의 임기 또한 내년 6월이기 때문에 3명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셈이 됐다. 이 자리에 새로 들어오는 인물들은 농협중앙회 이사회의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김병원 회장은 지난 3월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계열사 대표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지난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검찰 수사로 미뤄진 경영진 인사 작업에 본격 돌입하면서 친정 체제 구축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발 경영진 개편으로 농협금융지주 또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병원 중앙회장은 취임 초부터 ‘농협 효율화’를 강조하며 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중복되는 후선 조직을 중앙회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농협금융지주의 인사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결정으로 이뤄지지만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을 완벽히 지울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 관측이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신경분리(금융 부문인 신용 사업과 유통 등의 경제 사업 분리)로 떨어져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중앙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에 자본금 100%를 출자해 단독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지주는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의 100% 주주다.

농협중앙회의 지배력은 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농협금융지주 이사회는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비상근이사·사외이사 등 7명 이내로 구성되는데, 농협금융지주 비상근이사는 농협중앙회가 추천한 농협 조합장이 맡는다.

현재 농협금융지주의 비상근이사는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이다. 유 조합장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농협금융지주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농협금융지주 사내이사 또는 비상임이사 2명 이내,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3명 이내 등으로 구성된다.

◆중앙회 입김, 경영 연속성에 ‘악영향’
농협금융에 ‘중앙회발 인사 태풍’ 부나
4대 회장인 김용환 현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상황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앙회가 단행하는 이번 인사 개편 대상에는 금융지주 계열사인 농협은행·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도 포함됐다는 알려지면서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지주에서는 “농협금융지주가 인사를 단행한다고 하더라도 농협중앙회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임 기간이 2년에 불과한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중간에 교체한다면 농협금융지주가 다시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협금융 계열사 CEO의 임기가 짧고 교체가 잦아 경영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발 인사 태풍이 농협금융으로 몰아치는 게 금융사로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김용환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인데 자칫 자신이 임명한 대표들을 내치고 중앙회가 보낸 이들과 함께 남은 임기 동안 농협금융지주를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