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방심한 사이 IT 기업들이 선점…퀄컴 등 하드웨어 업체도 진출 ‘러시’
자동차 산업의 패권, ‘인포테인먼트’ 경쟁에 달렸다
(사진) ‘2016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쌍용자동차의 Y400(2017년 초 출시 예정)의 콘셉트카 LIV-2.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등 다양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연합뉴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자동차가 최초로 등장한 시기는 19세기 후반이다. 초기 자동차는 주행 성능 및 연비를 강화할 수 있는 기계장치로만 구성됐기 때문에 안정성이 떨어지고 운전자의 조작도 불편했다.

이후 자동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보다 쉽고 편리하게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1950년대부터 자동차 구동 상태를 감지하고 기능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 전장(전기장치)이 하나둘 도입됐다. 특히 반도체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더욱 저렴하고 뛰어난 성능을 갖춘 전장이 등장하며 간편한 기능 조작은 물론 연비 향상, 공해 물질 저감 등에 기여했다.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전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대에 불과 2%에 그쳤지만 2000년대에는 30% 수준에 이르렀고 2020년 이후에는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자동차 발전 패러다임은 내연기관의 동력 및 연비 성능을 보완해 주행성 및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본연의 성능 강화를 넘어 편리함과 쾌적함이라는 고차원적인 가치가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이 중요한 자동차 전장으로 큰 관심을 끌게 됐다.

현재 자동차 기업은 물론 유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등장 초기에는 경로 안내와 라디오 및 음악 재생 기능 정도만 제공할 수 있는 부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되면서 자동차 구동 정보, 실시간 경로 및 주차장 탐색, 인터넷 연결과 검색 등 수준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자동차의 보조 수단을 넘는 핵심 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핵심 전장으로 떠오른 인포테인먼트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주요 IT 기기에 버금가는 수준의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과 PC에 우선적으로 적용됐던 고사양 반도체 및 롱텀에볼루션(LTE) 등 통신 기술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탑재되고 있다.

IT 산업에서는 부가가치가 낮은 간단한 반도체 부품들이 여전히 자동차 전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는 반대로 IT 산업의 혁신 트렌드를 이끄는 기술이 앞다퉈 적용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하드웨어 고성능화로 이전에는 간단한 입출력 기능 처리가 주종을 이뤘던 소프트웨어의 위상도 크게 강화됐다. 특히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수준이 향상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운영체제와 미들웨어 등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의 위상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개발되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은 사용자와 자동차 간 정보 입출력을 수행하는 터치와 음성 인식 인터페이스 제공은 물론 각종 응용 서비스 소프트웨어 탑재 및 구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구글과 애플 등 인터넷 및 모바일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는 IT 기업들은 자사가 축적한 경쟁력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접목했다.

최신 IT 기기에 비해 뒤떨어지는 성능 및 사용의 불편함이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점을 간파한 이들 기업들은 일상에서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스마트폰 기능을 자동차에 그대로 제공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IT 산업을 주도하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아이폰을 기반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애플은 2014년 아이폰에 탑재되는 운영체제 iOS와 연동해 경로 내비게이션, 음악 스트리밍, 음성인식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카플레이를 공개했다.

구글 역시 같은 해 6월 카플레이와 유사하게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과 연동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안드로이드 오토를 발표했다.

한편 다수의 자동차 기업과 공동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 경험을 축적한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 오토모티브를 주력 플랫폼으로 추진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경쟁자에 밀려 스마트폰 시장에서 참패한 블랙베리 역시 유닉스 기반의 운영체제인 QNX라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많은 IT 하드웨어 기업 역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퀄컴은 자사의 시스템 반도체 및 통신 기술을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20A를 선보였다.

엔비디아는 강점인 그래픽 프로세서 기술이 축적된 프로세서 테그라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해 자동차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인텔 역시 자체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프로세서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패권, ‘인포테인먼트’ 경쟁에 달렸다
◆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산업

빠른 기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동차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다가올 미래 자동차 시대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단순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을 넘어 구동 및 주행 등 자동차 본연의 핵심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IT를 기반으로 자동차도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래의 자동차는 다른 자동차 및 주변 인프라와 네트워크로 연결돼 수많은 정보를 주고받고 이를 기반으로 운전자를 대신해 상황 판단 및 주행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스마트카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스마트카는 IT와 자동차 기술의 융·복합 수준이 심화되면서 구체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데이터를 생산·저장·분석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기술은 주행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운전자와 자동차의 실시간 상태 등 기존에 분석하지 못했던 정보를 활용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주행을 돕게 될 것이다.

여기에 머신 러닝 등 새롭게 주목 받는 인공지능 역시 자동차의 혁신적 변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카가 확산될수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중요성은 한층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동차 주요 부품과 긴밀하게 연결돼 주행에 필요한 기능을 유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중추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마트카를 구현하기 위한 미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관련 기술에 대한 자동차 및 IT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기대를 반영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향후 자동차 산업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기술 개발을 통해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주요 부품 수준이 한계에 도달하게 된 반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변화 속도가 빠른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에는 구현이 어려웠던 첨단 기능 탑재는 물론 안전성과 친환경 등 자동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충족시키기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많은 기업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 및 상용화 경쟁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