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료 받고 택시 대신 시승차 보내줘…SNS서 인기 끌면서 문의 급증
신차 시승, 이젠 카카오택시로 하세요
(사진) 카카오택시를 호출한 고객을 대상으로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 /카카오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 카톡(카카오톡) 택시를 불렀는데 이상한 차가 왔다(?). 당황하지 마라. 그냥 편하게 타고 목적지까지 가면 된다. 가만히 앉아 있기 싫다(?). 그러면 직접 운전하고 목적지까지 가라. 그래도 된다. 내릴 때 요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공짜다.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카카오 시승 택시’가 화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포스트, 네이버 블로그, 다음 블로그 등 SNS 검색창에 ‘카카오택시 시승 프로그램’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시태그 ‘#’과 함께 ‘폭스바겐택시’, ‘폭스바겐카카오’, ‘500x카카오택시’ 등의 SNS 글 수천 건과 댓글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카카오택시를 부르고 우연히 시승을 접한 고객들 사이엔 ‘신선하다’, ‘기분 좋다’ 등의 반응이다.

◆ 탑승료 무료…깜짝 이벤트로 효과 커

카카오택시 시승 프로그램은 택시를 호출한 승객들의 출발 지역, 이동 거리, 시간대 등을 반영해 제휴된 자동차 기업의 시승 차량을 배차하는 이벤트다.

자동차 기업이 카카오택시에 플랫폼 이용료를 지불하고 승객은 별도의 택시비 부담 없이 시승 차량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승객은 예상하지 못한 행운에 기뻐하고 기업은 예비 고객들과의 접점에서 효율적인 프로모션 효과를 누리며 카카오택시는 수익과 이용자 만족을 모두 얻을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올리고 있다. 카카오는 참여 기업으로부터 수억원의 광고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매장 수가 별로 없고 고가라는 이미지가 덧입혀진 수입차 업체들에 최상의 마케팅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시승 행사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미리 살피고 잠재 고객까지 확보하는 효과를 얻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4개월간 치러진 폭스바겐·피아트·포드 등 수입차 등과 진행한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월 초 가장 먼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폭스바겐코리아는 서울 및 경기 6개 지역에서 파사트, 골프 GTI 등 총 25대의 시승 차량을 운행했다. 탑승자 대상 쿠폰을 증정하고 SNS 해시태그 이벤트도 진행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승 기간인 101일(7월 5일~10월 13일) 동안 인스타그램에는 시승 행사와 관련한 게시물이 6000여 건이 넘게 달렸고 페이스북 포스트(100+개)와 네이버 블로그(800여 건), 다음 블로그(300여 건) 등에도 시승과 관련한 경험담이 올라왔다.

이후 치러진 포드코리아와 피아트 크라이슬러코리아의 카카오택시 시승 프로그램도 성공을 거뒀다. 특히 1차로 치러진 폭스바겐 시승 행사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깜짝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9월 5일부터 한 달 간 서울 및 성남 지역에서 대표 디젤 차량 라인업인 쿠가·몬데오·포커스로 진행된 포드코리아의 시승 프로그램에는 배우 정상훈 씨가 1일 드라이버로 참여했다.

9월 19일부터 1주일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피아트 500X로 시승 운행한 피아트크라이슬러코리아는 인기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씨를 1일 드라이버로 섭외해 시승에 참여한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피아트 관계자는 “시승을 희망하는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해 요청하는 형태의 일반적인 시승 프로그램은 고객에게 부담이 되고 더 많은 잠재 고객과 접점을 늘리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카카오택시와 함께한 시승 프로그램은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깜짝 이벤트로 기분이 좋아진 고객들에게 차량에 대해 안내할 수 있어 긍정적 효과가 배가됐다”고 말했다.

◆ 카카오택시의 첫 수익 모델 ‘성공’

카카오는 이번 시승 프로그램의 성공이 반갑기만 하다. 카카오 택시 플랫폼을 활용한 첫 수익 모델인 카카오택시 시승 프로그램이었기에 그 의미가 더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황윤익 실장은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에 광고를 노출시키거나 이용자에게 시승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형태의 이벤트를 진행했다면 이용자들의 만족을 얻기에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며 “기업의 니즈와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맥락을 모두 고려한 프로그램이어야 효율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세훈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용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쓸 수 있는 카카오택시 수익화 모델을 다양하게 검토해 왔다”며 “그중 하나가 카카오택시 시승 프로그램이었는데 업체들의 시승 계약 문의가 이어지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택시 시승 프로그램으로 이미 성과를 본 피아트는 11월 7일부터 연말까지 피아트 500X 차량으로 다시 한 번 참여할 것을 확정해 운영 중이다. 이 밖에 G사·B사 등의 자동차 업체 2~3곳도 시승 프로그램 참여를 확정하고 운영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카카오택시 시승 프로그램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러시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전면 시행되면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시승 행사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하나둘씩 시승 행사를 여는 기업들이 생기곤 있지만 아직 눈치를 보는 기업들이 많다. 또한 시승 행사 특성상 서울 도심을 벗어나 치러지는 행사에 차편 등을 제공하지 못해 기자들이 참석하지 못할 때도 있어 김영란법 시행 전보다 마케팅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한 수입차 업체는 “내부적으로 당분간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는 시승차를 운영하지 않는 대신 카카오택시 시승과 같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