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계속되는 편의점의 역습, 혼밥·혼술, 셀프 인테리어, 각종 원 데이 클래스 등등. 기성세대에게는 조금 생소할 법도 할 것들이 올해 소위 ‘핫한’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왜 뜨게 됐을까. 또 왜 사람들에게 후회 없는 소비를 가져다줄 수 있었을까. 빅 데이터는 그 답을 사람들의 뛰어난 ‘에이스(ACE)’ 소비에서 찾았다. 위 에이스드 잇(We aced it!).
◆ 자신을 위한 ‘가치 소비’ 부상
최근 3년간의 소비 관련 속성 비중의 변화를 살펴보면 ‘가격’은 항상 1위에 랭크돼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확인됐다. 변동이 있는 속성으로는 ‘브랜드’나 ‘유행’이 하락 추세를 보였고 ‘취향’의 상승세를 볼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혼자 할 수 있고 자신의 성향이나 취향을 십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일상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에 대해서는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구매한다.”
“나는 크게 유행이나 남의 시선과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에는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리고 혼자라도 즐길 수 있다.”
‘가성비 소비’의 연장인 듯 아닌 듯 가격 대비 ‘성능’의 개념이 ‘자신의 취향’을 포함해 더 넓게 해석된 것이다. 올해의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잊지 않았지만 ‘나’를 위한 경험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조금 더 관대했다. 그렇다 보니 소비 품목으로도 단일 아이템보다 활동이 많이 등장했다.
◆ Alone ‘혼자’도 취향이다
학생부터 미혼 30대까지, 1인 가구는 모든 가구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27.2%, 통계청). 올해에는 간편식, 소포장, 셀프 인테리어까지 1인 가구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특히 두드러졌다.
간편식과 소포장이 힘을 얻게 된 데에는 ‘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과 ‘혼술족(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의 성장이 있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도 반기마다 ‘혼밥’, ‘혼술’을 언급하며 사진과 함께 인증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혼자 배달해 먹는다는 글도 점점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혼자 먹고 마시는 사람들은 소용량의 음식을 필요로 하다 보니 간편식 역시 대부분이 1회·1인분을 기준으로 포장을 바꿨다. 동시에 혼자 놀기에 필요한 간편식이 성장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자취생의 편의점에서, 주부들의 대형마트까지 간편식의 타깃과 세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작년에 이은 ‘고퀄리티’ 편의점 음식의 역습은 ‘가성비’ 최고로 회자되며 지속됐다.
간편식은 샐러드에서부터 술안주까지 종류도 다양화됐고 깨끗한 제조 공정과 알찬 구성이 강조되는 만큼 그 인기가 쉬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의 프라이빗 브랜드(PB) 간편식에 대한 호평 역시 간편식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이런 간편식은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더해 기호에 맞게, 다른 사람과 다르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먹는 사람에게 재미나 편의를 더해준다.
밖에서 사서 오거나 집에서 조리하기보다 혼자서라도 집에서 배달해 먹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각종 맛집 음식 배달 서비스가 ‘나홀로족’에게 더 행복한 집순이·집돌이의 라이프를 선사한 듯하다.
혼자서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면 배달료가 아깝지 않다는 것에는 역시 확대된 의미의 가성비가 녹아 있었다. 이렇게 나 홀로 소비가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혼자의 시간에 대해 사람들의 개선된 인식도 있었는데, 부끄럽기보다 자신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빅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 Cost-effecti 최소 비용 최대 효과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기도 한 ‘효율성’은 ‘가치 소비’에 내재돼 있는 가성비의 개념과 함께 또 하나의 현상으로 등장했다.
먹는 것 외에도 나홀로족이 자신이 사는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각종 DIY(Do It Yourself) 활동들이 ‘셀프 ○○’의 형태로 소비됐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손수 해결해 비용을 최대한 아끼는 풀(Full) DIY보다 적당히 돈을 들이고 적당히 체험하며 적당히 노력할 수 있는 하프(Half) DIY가 각광받고 있었는데, 가치를 중심으로 조금 더 완화된 가성비의 모습이 확인되는 듯하다.
대표적인 예로 ‘셀프 인테리어’를 살펴보면 큰 변화보다 작은 변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3년간 리빙 관련 상품군에서 인기 있는 품목의 변화를 살펴보면 톱 10위 내 가구나 주방 용품보다 인테리어 소품류의 점유율이 2014년 52%에서 올해 현재까지 78%로 크게 성장했다.
‘침대’나 ‘책상’보다 부피가 작고 가격이 저렴한 ‘테이블’이나 ‘의자’를 놓거나 스탠드 형식의 조명과 매트 등을 까는 식이다.
이 밖에 셀프 인테리어에서도 액자 등의 소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은 인테리어 용품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트지를 활용한 리폼이나 간단한 선반 또는 빔 프로젝터 등을 설치하는 것으로도 분위기가 전환된다는 정보 등이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누구나 쉽게 방 꾸미기를 시작하게 만든다.
‘셀프 뷰티’에서도 네일이나 염색에서부터 피부 관리까지 홈 케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확인됐다. 각종 석고 마스크 팩이나 쿨링 마사지기, 세안 브러시, 제모기, 족욕기 등 셀프 뷰티를 도와주는 제품들도 제법 많이 등장했다.
밖에서 받는 관리는 비싸다는 생각이 드니 자신이 해결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뷰티 관련 제품으로도 ‘립스틱’이 여전히 ‘작은 사치’를 선도하며 입술 색 변조를 통한 인상 변화를 꿈꾸고 있었다.
패션에서의 ‘작은 사치’도 효율적인 꾸미기 수단으로 다시 등장했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장만할 수 있는 명품 액세서리의 구매가 인기였다. 최근 2년 새 SNS에서 언급되는 패션을 위해 구매하는 상품들 중에서도 팔찌·반지·귀고리 등의 상승세가 보였다. ◆ Experience 경험만이 남는 것
2016년 소비 트렌드인 가치 소비의 핵심을 다른 말로 나타낸다면 바로 ‘가치 양극화’다. 누진제 소송이 불거지면서 절전 아이템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던 반면 그리 싸지 않은 가격의 각종 원 데이 클래스나 방 탈출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기도 했다.
작년의 ‘먹방’, ‘쿡방’은 TV 안에서만 이뤄졌다면 올해는 짧은 시간 안에 쿡방의 흉내를 내볼 수 있는 쿠킹 클래스가 특별한 일상으로 들어왔다. 역시 TV를 통해 풀어보던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의 문제’들을 대학가 카페에서 즐겨볼 수 있게 됐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듯이 말이다. 여기에 복합 쇼핑몰이 또 다른 체험 공간으로 떠올랐다. 누구나 편하게 와서 ‘먹고 사고 보고 체험하고 노는’ 것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올인원을 표방해 한 번의 방문으로 다양한 가치를 경험하게 해주는 복합 쇼핑몰이 주차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붐을 일으켰다.
◆ 2017년 소비 트렌드는 ‘B급 소비’
올해 ‘취향’은 이렇게 소비되고 있었다. 최근 3년간의 빅 데이터에서도 ‘가성비’나 ‘저렴이’는 이제 힘을 잃고 있다. 사람들은 무조건 가격만 따지지는 않는다. 그 대신 취향에 따라 지불 용의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비싸게 사더라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게 됐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나 모든 상품에 대해 최저가를 원하지 않고 개인에 따라 다른 지불 용의를 가지는 ‘최적가’를 원하게 됐다. 크게 소비 대상의 성격에 따라 최적가를 대입해 보면 ‘경험은 값비싸게, 상품은 값싸게’의 가치 소비적 의미가 표현될 수 있다.
지속되는 불황과 함께 올해의 이런 트렌드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사고방식의 변화로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은 경험 외(外) 상품을 대상으로 한 ‘B급 소비’가 성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퍼 제품이나 렌털, 중고 제품이 B급 상품을 대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상으로 가능한 P2P 거래 또는 공동구매가 개인들도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 줬고 중고 제품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완화되고 있다.
상품의 상태는 상관없이 해당 브랜드 또는 해당 상품의 기능을 사용하는 경험에 집중하는 것을 이제 사람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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