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솔루션’ 으로 확산 중…비 IT 현업 부서에서 도입 효과 더 커 (사진) 미국 MD앤더슨암센터의 백혈병 전문의가 IBM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을 적용한 시스템을 이용해 환자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IBM 제공
[천신응 CIO코리아 편집팀장] 인공지능(AI)·기계지능(MI)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묻는 대로 척척 대답하는 로봇 비서가 떠오르기 쉽다. 또는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알파고나 모니터 건너편의 거대한 시스템을 연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 기술은 훨씬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이미 다가오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각종 ‘스마트 머신’이 앞으로 4년 이내에 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튜어트 앤더슨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 연구원은 “근시일 내에 AI 기술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다. 단순 업무를 줄이고 프로세스 정합성을 확보하며 오류를 없애고 여러 법적·제도적 규제를 준수하도록 지원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라고 제시했다.
그렇다면 이렇듯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애플 시리처럼 대화 기능을 갖춘 챗봇의 형태일까, 혹은 사소한 업무를 돕는 가상 비서의 형태일까, 아니면 일정한 반복 작업을 대체하는 ‘매크로’의 형태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기존의 시스템이나 제품에 하나의 기능으로 추가되는 형태로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왔고 앞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같은 기업용 솔루션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생산성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애플리케이션 등에 인공지능이 이미 적용되기 시작했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 글로벌은 올해 말까지 대형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조사의 80% 이상이 자사 제품에 AI 기능을 통합하고 2020년께는 상위 100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중 95%가 AI 기능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If-then’ 구조에서 벗어난 컴퓨터
다가오는 AI 파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AI의 작동 방식을 기본적으로나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컴퓨팅 패러다임은 오랫동안 ‘이프-덴(if-then)’ 구조에 갇혀 있었다.
이는 컴퓨터가 ‘A=B, A>B’를 판단하는 데 강했던 반면 ‘A가 B와 비슷하다’에는 약했다는 의미다. ‘비슷하다’라는 개념은 컴퓨터의 ‘이프-덴’ 패러다임으로 처리하기에는 너무도 모호했다. 이에 따라 인간만이 ‘비슷한’ 상황을 처리할 수 있었다.
IBM의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은 디지털 이미지를 분석해 ‘동물·포유류·개’라는 분석 값 등을 제시한다. 데모 사이트(https://visual-recognition-demo.mybluemix.net)에서 직접 이미지를 업로드해 오늘날의 인공지능 역량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마침내 방대한 데이터와 병렬 연산을 이용하는 여러 머신 러닝 기법과 이를 지원하는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컴퓨터는 ‘비슷한’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조금씩 갖게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데이터를 정확히 분류해 입력하지 않더라도 컴퓨터가 이를 감지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즉 이미지·텍스트·음성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찾을 수 있고 대량의 데이터 속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특정 신호를 감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함으로써 정확성을 점차 높여 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머신 러닝 투자, 더 기다리면 늦는다
인공지능(좀 더 정확히는 머신 러닝)은 이미 기업 환경에 폭넓게 침투한 상태다.
내셔널 비즈니스 리서치 인스티튜트가 비즈니스 중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가 ‘현재 반복 작업 자동화를 위해 직장 내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38%의 응답자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업 어디에선가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에 좀 더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는 이 중 무려 88%가 대답과 달리 인공지능 의존적 기술을 이용하고 있었다. 예측 애널리틱스, 자동화 보고 서식, 음성인식 및 대응 기술 등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기업 다수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관건은 모든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범용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는 인공지능을 기업 경쟁력을 차별화는 데 독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소비자의 클릭 패턴, 구매 패턴을 분석해 구입할 만한 추천 제품을 정교하게 제시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사례는 새로울 것도 없는 고전이다. 구글은 자체 딥마인드 기술을 이용해 거대한 서버 팜에서 전력 소비량을 관리해 필요 전력량을 40% 절감했다.
유럽의 항공사 대상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아마데우스는 IBM 왓슨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1만2000대의 서버가 설치된 데이터센터에서 하루에도 수백억 번 발생하는 이벤트를 모두 모니터링해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악성 코드의 변화 패턴을 학습해 변종 악성 코드 공격을 스스로 잡아내는 보안 솔루션도 등장했다. 인공지능은 심지어 대학에서 학생들의 졸업률을 높이는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기업 내 IT 부서와 데이터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있지만 비용 절감 효과는 기업 내 다른 현업 부서에서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값비싼 직원 교육과 훈련은 물론 고객 상담 업무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고 뛰어난 성과를 보일 직원을 선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 밖에 의료 및 헬스 케어 분야에서는 값비싼 재입원을 막는 데 인공지능을 이용할 수 있고 제조 산업은 고장에 따른 운영 중단 시간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꼭 거창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인공지능은 일상의 소소한 업무를 간편화하는 데 오히려 적합하다. 가령 사용자 일정에 기반 해 휴가 신청을 자동화할 수 있고 업무 애플리케이션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지루한 작업을 간편히 마무리하게 도울 수 있다. 구매 및 증빙 절차 또한 마찬가지다.
정보 솔루션 업체 엘세비어의 댄 올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3년 전 머신 러닝에 투자했다면 아마 돈만 낭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3년을 더 기다린 다음 머신 러닝에 투자한다면 아마 그 선도 기업을 절대로 따라잡지 못할 것”라고 말했다.
이제 인공지능 기술을 준비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상상력에 기업의 경쟁력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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