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에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개입설까지
회장 연임도 불투명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 잡힌 KT ‘어쩌나’
(사진)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2일 경기도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분소를 방문해 황창규 KT 회장과 함께 관계자로부터 보육 기업 성공 사례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황창규 회장의 KT가 정권 말 최순실 사태에 발목을 잡혔다. 정권 말 낙하산 인사와 비리 그리고 이에 따른 직원들의 ‘멘붕’은 올해도 반복됐다. ‘황창규호’는 그간 순조로운 구조조정과 흑자 전환 등으로 순항했다.

하지만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각 11억원과 7억원을 기부한 사실, 이동수 전 KT 전무의 낙하산 인사 논란, 청와대의 인사 개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태풍전야’의 긴장감 속에 빠졌다. 이 때문에 내년 초 열릴 KT 이사회에서 황창규 회장의 연임 역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회사 줄이며 말 산업엔 투자

황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90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20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줄이고 방만해진 경영을 다잡겠다는 취지였다. 황 회장은 통신과 관계없는 KT렌탈·KT캐피탈 등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며 문어발식 확장으로 늘어난 몸집을 줄여갔다.

황 회장의 이런 노력으로 그간 적자에 허덕이던 KT의 실적은 흑자로 전환됐다. 2013년 4065억원에 달하던 영업적자는 2014년 1조2929억원 흑자로, 2016년 3분기에는 지난해 흑자 규모에 근접한 1조2136억원까지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자 황 회장 취임 당시 있었던 낙하산 논란도 자연스레 수그러들었다.

특히 최근 있었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막아낸 데 대해서는 황 회장의 넓은 인맥과 경영 능력이 큰 힘이 됐다는 평가가 직원들 사이에 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내년 초 있을 이사회에서 황 회장의 연임은 직원들 사이에서 당연시돼 왔다.

황 회장 역시 전임 이석채 회장의 흔적인 ‘올레(olleh)’ 대신 자신이 강조해 왔던 ‘기가(GIGA)’와 ‘KT(Korea Telecom)’로 브랜드와 로고를 변경했다.

특히 브랜드 변경이 취임 2년이 지난 시점에 이뤄진 만큼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또 일부에서는 황 회장이 연임 대신 차기 정권에서 자리를 하고 싶어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이 같은 기류는 최근 최순실 사건이 터지면서 모두 사라졌다. 11월 15일 사표를 낸 이동수 전 KT 전무가 최순실 씨의 최측근 차은택 씨의 지인이었고 이 인사에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 전 전무는 지난해 2월 KT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입사해 9개월 뒤 통합마케팅을 맡는 IMC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최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표를 제출했다. IMC 부문장은 연 500억~600억원의 광고 예산을 집행하는 위치다. 그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KT의 상무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 방송통신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 금지 결정을 내린 배경에도 결국 최순실 씨와 차은택 씨가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당시 조건부 승인 쪽으로 가닥이 잡혀 가고 있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공정위가 M&A 금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금지 결정은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 KT가 통신과 관계없어 보이는 말 관리 산업에 투자한 점도 의혹을 사고 있다.

KT 새 노조 측은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통신의 본원적 경쟁을 강조하며 통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자회사를 매각했다”면서 “하지만 지난 7월 말 지금까지의 경영 기조와 무관하게 난데없이 말 관리 산업에 뛰어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KT 측은 “현재 KT와 마사회는 사업 협력 과제를 도출하는 등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구체화하는 중”이라며 “스마트 말 관리 및 환경 관리 솔루션 등 시범 서비스 중이고 이는 최순실 의혹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이동수 전 KT 전무는 최근의 이슈로 KT의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것에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업계 관계자는 “KT는 이석채 회장 때도 수십 명의 청와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다”면서 “공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KT의 최대 주주는 지분 10.4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