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국정농단'에 비상 걸린 경제 성장엔진 : 깊어지는 수출 부진]
중국 무역보복·미국 환율 압박 등 앞길 험난…“신흥 개도국에 한 가닥 기대”
수출 버팀목인 스마트폰·자동차까지 ‘휘청’
(사진)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의 현대상선 컨테이너 터미널./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전 세계적인 경기 하향 흐름에 따라 내년도 국내 경기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여러 경제 전문 기관들은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특히 중국과의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에 더해 강한 자국 보호주의 성향을 가진 ‘트럼프 정부’의 보수적 통상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기업의 대중·대미 수출 역시 차질이 예상된다.

◆2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

한국의 수출은 2015년 1월 마이너스 1.0%를 시작으로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6년 8월, 20개월 만에 수출이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9월과 10월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수출 침체에 빠졌다.

수출 부진은 갤럭시 노트7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149억400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올해 연간 수출 역시 2015년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스마트폰과 자동차 수출이 감소하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 10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2016년 10월 수출입 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수출은 41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감소했다. 또 중국과의 교역 악화 등 무역조건이 나빠지고 있어 당분간 수출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비관세장벽 확대 역시 예상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7 경제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정학적 분쟁 시 중국은 공식적인 대처보다 암묵적 제재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통관 및 시험 검사 지연 등 복지부동형 보복과 함께 반한 감정 확산에 따른 한국 소비재 수요 저하 및 한국 관광 감소 등이 우려된다”며 중국 교역 악화를 예상하고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 역시 내년도 한국의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트럼프가 미 대통령이 된다면’이란 보고서에서 “트럼프 시대에 한국 경제가 직면하게 되는 가장 큰 변수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 확대”라며 “이미 한국 경제는 2013년 이후 4년 연속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2013년 5.9%, 2014년 6.2%, 2015년 7.3%를 기록한 데 이어 2016년 상반기에는 7.8%를 보이는 확대 일로에 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1차 TV 토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미국 일자리 감소를 지적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에 대폭적인 원화 절상 압력을 가할 것이 자명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수출 버팀목인 스마트폰·자동차까지 ‘휘청’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 개혁과 관련한 공약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FTA에 대해 철회와 재협상을 추진하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미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따라 반(反)무역주의와 보호무역 강화를 주장한 만큼 대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언급하는 등 통상 환경에 많은 변화를 예상하고 이를 지속 모니터링, 양국 간 협의 채널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제 자금 이동,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한국의 수출·투자 등 실물경제 전반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희망은 신흥시장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7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수출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 개도국의 수입·수요 증대가 예상돼 한국 주력 수출 제품의 수출 단가는 글로벌 수요 증가, 수입 단가 상승, 글로벌 공급과잉의 부분적 조정 등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이어 “2017년 수입은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 기저효과 작용 등으로 5.9% 증가할 전망이며 2016~2020년 중 수출과 수입 증가율은 2014년 이전과 달리 세계 교역량 증가율을 밑돌면서 각각 연평균 1.7%와 3.2%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대경제연구원 백다미 선임연구원은 “역대 유례없는 수출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전망에 조심스럽다”면서도 “2017년에는 2년 연속 역성장을 극복하고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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