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그랜저’에서 ‘IG’까지‘6번’의 진화…‘대중성을 품었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올해로 만 서른 살이 된 ‘그랜저’는 단순히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고급차만을 뜻하지 않는다.
1987년 첫선을 보인 뒤 총 6번을 진화하면서 현대차의 역사가 됐고 한국 성장의 상징이자 ‘성공한 사람’을 대변하는 프리미엄 세단으로 거듭났다.
6세대 모델인 ‘신형 그랜저 IG’가 출시되기 전까지 5세대에 걸친 그랜저는 국내외 판매 대수 185만 대 돌파로 ‘글로벌 베스트 셀링카’로도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판매된 그랜저를 일렬로 세우면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서울과 부산을 15번 오갈 정도다.
2016년, 그랜저의 또 다른 역사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출시된 신형 그랜저 IG는 사전 계약 하루 만에 계약 건수 1만5973대를 기록하며 국내 하루 사전 계약 최고 신기록을 달성했고 국산차 최초로 사전 계약 접수 개시 한 달도 안 돼 계약 대수 3만 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40~50대를 겨냥했던 과거와 달리 30~40대 젊은 층 수요까지 충족시킬 수 있도록 편안함과 함께 주행 성능을 끌어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물론 아직 판매 초기여서 향후 추세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당장의 판매량은 새로운 그랜저 역사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시작되는 그랜저의 역사를 되짚어보기 위해 지난 30년, 6세대에 걸친 변천사를 정리했다. ◆ 1세대-그랜저(1986~1992년)
“우와~ 그랜저다.” 1987년 현대자동차가 처음 내놓은 그랜저는 도로 위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 시절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차 중 가장 좋은 차였고 부의 상징이었다. 네이밍 역시 ‘웅장·위엄·위대함’의 뜻을 담아 ‘그랜저(GRANDEUR)’로 명명됐다.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 끝에 탄생한 1세대 그랜저는 직선이 강조된 강인한 이미지 때문에 각이 살아 있다고 해서 ‘각 그랜저’로 불렸다. 디자인은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직선 위주의 강인한 디자인은 큰 인기를 얻었고 드라마에서 ‘회장님 차’로 단골 등장했다. 국산 대형차 시장이 후륜구동 중심이었던 때 최초로 전륜구동을 적용해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인 1세대 그랜저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엔진 라인업은 2000cc, 2400cc, 3000cc로 구성됐다. 당시 국내 대형 승용차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총 9만2571대가 판매됐다. ◆ 2세대-뉴 그랜저(1992~1998년)
1992년 9월 출시된 2세대 모델은 ‘뉴 그랜저’로 불렸다. 곡선미를 살린 유럽풍 다이내믹 스타일에 중후한 이미지를 조화했다.
당시 국내 시판 차종 중 가장 큰 차체와 실내 공간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특히 에어백, 능동형 안전장치(TCS), ECM 룸미러, 차체제어시스템(ECS), 4륜 독립 현가장치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첨단 안전장치 및 편의 사양을 채택해 경쟁력을 높였다. ◆ 3세대-그랜저XG(1998~2005년)
3세대 그랜저는 1998년 ‘그랜저 XG’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현대차는 이 그랜저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현대차가 미쓰비시와의 제휴를 끝내고 약 3년 6개월간 4600억원을 들여 현대차의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올 때처럼 눈에 확 띄는 디자인 변화는 없었지만 전면 그릴과 하단 범퍼 등에서 변화를 꾀했다.
이때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가 그랜저의 상위 차종으로 출시되며 그랜저의 고객층도 변했다. 1, 2세대 그랜저는 ‘운전사가 운전하는 회장님 차’였다면 3세대 그랜저 XG는 ‘성공한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차’였다.
그랜저 XG는 새로 개발한 196마력 시그마 3.0 V6 DOHC 엔진을 장착해 강력한 주행 성능을 갖췄다. 국내 최초로 수동 겸용 5단 H매틱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차원 높은 드라이빙 성능을 제공했다.
그랜저 XG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 받아 현대차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그랜저 사상 처음으로 수출했고 약 11만5008대를 판매했다. 국내에서도 31만1251대를 판매해 총 42만6259대를 팔았다. ◆ 4세대-그랜저TG(2005~2010년)
‘견고한 안락함(solid comfort)’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제작된 4세대 모델 ‘그랜저 TG’는 출시 한 달여 만에 2만 대가 넘는 계약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독자 기술로 개발된 고성능의 람다 및 뮤 엔진, 디자인 트렌드를 주도하는 내·외장 스타일, 첨단 안전 및 편의 사양 등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6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이를 통해 엔진 성능은 물론 출력과 연비까지 향상시켰다. 버튼 시동장치, 블루투스 핸즈프리,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 등 신규 사양과 첨단 기술을 새롭게 적용해 상품성도 강화했다.
총 55만8523대(내수 40만6798, 수출 15만1725)가 판매됐다. ◆ 5세대-그랜저 HG(2011~2016년)
5세대 모델 ‘그랜저 HG’는 웅장한 비행기가 활공하는 듯한 유려한 라인의 그랜드 글라이드(grand glide)를 콘셉트로 디자인됐다.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가 쏘나타와 비슷해졌고 그랜저 상위급의 다양한 고급 차량 출시로 보다 대중적인 차로 자리매김했다.
그랜저 HG는 3년 6개월 동안 4500여억원을 투입해 완성했다. 차체 자세제어 장치, 섀시 통합 제어 시스템 등 첨단 안전 시스템을 갖춰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국내 최초로 주행 편의 시스템인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적용하고 전자 파킹 브레이크 등 첨단 편의 사양을 갖춰 호평 받았다.
또한 그랜저 HG는 2013년 12월 하이브리드, 2014년 6월 디젤 등 다양한 친환경, 고성능 파워트레인으로 확장되며 일부 디자인이 변경된 형태로 출시됐다. 그랜저 시리즈 중 가장 많은 60만7867대(내수 50만2675대, 수출 10만5188대)가 판매됐다. ◆ 6세대-그랜저 IG(2016년 11월~)
그랜저 6세대 모델 그랜저 IG는 한층 젊어진 감각을 이식했다. 사전 계약 결과 30~40대의 비율이 이전 세대보다 7%포인트 증가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은 현대차의 전략이 소비자에게 들어맞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신형 그랜저는 보닛을 비롯한 외관 요소요소에 곡선을 많이 사용해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기존 그랜저가 Y형의 그릴 디자인을 바탕으로 날카로움을 강조했던 것과 확연히 달라졌다.
앞쪽에서 쳐다보면 좌우 모서리가 부드럽게 안쪽으로 꺾이고 보닛 후드의 앞쪽 높이가 낮아져 기존 그랜저보다 작아 보이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실제 차체는 이전보다 커졌다. 길이 4930mm, 너비 1865mm, 높이 1470mm, 휠베이스 2845mm로, 10mm 길어지고 5mm 넓어졌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같지만 앞쪽 오버행을 최근 업계의 디자인 유행에 따라 약간 늘리면서 역동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후면은 그랜저만의 특징인 수평으로 이어진 리어램프를 더욱 강조했다. 후면의 좌우를 가로지르는 발광다이오드(LED) 리어 콤비램프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그 어느 차보다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랜저는 내수 시장에 주요 수요가 몰리는 만큼 국내 소비자의 변화한 요구에 충실한 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자가 최근 선호하는 유럽 브랜드 세단들의 특징인 ‘역동성’을 디자인과 주행 성능에 녹여내기 위한 노력이 충분히 돋보인다.
판매 가격은 주력인 가솔린 2.4모델이 3055만원부터, 가솔린 3.0모델은 3550만원부터 시작한다. 디젤 2.2모델은 3355만원부터, LPi 3.0모델은 2620만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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