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불황 탈출 게이트'를 찾아라 : 식품업계]
CJ·동원은 인수 활발…빙그레·농심은 미국과 중국 공략
해외 진출·M&A로 ‘식품 한류’ 잇는다
(사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식료품 코너.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불황의 정도를 피부로 직접 체감하는 국내 식품업계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시장을 비롯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는 한편 경쟁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이색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 해외 현지 기업 인수 나서

국내 식품 기업들 중 가장 활발하게 해외시장을 두드리는 곳은 CJ그룹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상반기에 베트남에 있는 김치 제조 기업 ‘온킴’을 인수하면서 베트남 현지 김치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기업인 ‘하이더(Haide)’를 360억원에 인수, 기능성 아미노산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홍콩과 일본의 편의점 시장에도 진출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컵반’은 올해 5월 홍콩 세븐일레븐 600여 개 매장과 일본 편의첨 체인 로손의 프리미엄 매장 내추럴 로손을 비롯한 일본 내 편의점과 슈퍼마켓 200여 개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메타볼릭스’와 생명공학 관련 연구시설과 설비, 지식재산권 등 자산을 인수하는 등 바이오 시장에서의 인수·합병(M&A)에도 나서고 있다.

CJ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는 조미식품 전문 기업인 ‘송림푸드’를 340억원에 사들였다. CJ프레시웨이가 제품을 자체 제조·생산할 수 있는 업체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프레시웨이는 향후 프랜차이즈 업체 등 기업 간 거래(B2B) 식자재 공급 부문과 전용 소스 공급, 메뉴 개발 등 협업 구조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자회사인 동원시스템즈를 통해 베트남 포장재 기업인 딴띠엔패키징(TTP)과 미잉비에트패키징(MVP)을 약 1120억원에 인수했다. ‘M&A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동원그룹은 동부익스프레스를 포함해 최근 11년간 15개 기업을 인수하며 M&A에 1조6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빙그레는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번 미국 법인은 2013년 브라질, 2014년 중국에 이어 셋째로 설립되는 해외 법인으로, 해외시장 현지화의 초기 단계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생산·영업·마케팅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미국 현지 유통 업체를 통해 제품을 수출한 빙그레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13.33% 증가한 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매출 75억원을 기록한 2014년에는 70억원으로 집계된 2013년보다 7.14% 오르는 등 매년 꾸준히 성장해 왔다.

농심의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10%는 중국에서 나왔다. 농심차이나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6.6% 증가한 2억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라면 역시 중국 시장에서 전년에 비해 25% 많은 5000만 달러어치가 판매됐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 과자를 수출하고 있는 오리온은 지난해 기준 제과 부문 매출이 2조24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이 중 약 70%가 해외에서 나왔다. 내수 판매보다 수출 비율이 더 커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올해로 출시 30주년을 맞은 한국야쿠르트의 ‘팔도 도시락’도 해외에서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 누적 판매량 50억 개를 돌파한 팔도 도시락의 지난해 해외 판매량은 3억 개로 600만 개를 기록한 국내보다 50배 이상 많다.

◆‘협업 제품’으로 신선함을 덧입히다

식품업계가 해외에서 글로벌 경쟁 업체들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동안 국내시장에선 경쟁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이색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 제품의 친숙한 이미지에 신선함을 덧입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연스럽게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협업 제품은 세븐일레븐이 올해 3월 시장에 첫선을 보인 ‘동원참치라면’이다. 동원참치와 팔도컵라면을 하나로 합친 이 제품은 처음 출시됐을 때 편의점 내에서 농심 신라면을 제치고 라면 카테고리 1위에 오를 만큼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세븐일레븐은 우유에 빙그레의 인기 빙과인 더위사냥과 비비빅 맛을 첨가한 ‘더위사냥 라떼’와 ‘비비빅 라떼’를 선보였다. 또한 롯데푸드의 빠삐코 맛이 나는 우유인 ‘빠삐코 라떼’도 함께 출시했다. 한국야쿠르트 자회사인 비락으로부터 우유를 공급받고 롯데푸드가 제조했다.

롯데푸드 파스퇴르는 올해 4월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길리안과 협업해 ‘길리안 초콜릿 밀크’를 야심차게 내놓았다. 이 제품은 출시 3개월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커피 기업 쟈뎅은 크라운제과와 협업해 커피 음료 ‘까페리얼 쵸코하임라떼’를 선보였다. 헤이즐넛 향과 초콜릿 맛이 한데 어우러진 이 제품은 얼음컵에 커피를 담아 마실 수 있게 만든 팩 커피에다 크라운제과의 클래식 제품인 ‘쵸코하임’의 디자인을 그대로 입혔다.

플레인 요구르트 1등 브랜드인 매일바이오와 시리얼 카테고리의 대표 브랜드인 켈로그는 ‘매일바이오&켈로그 그래놀라’를 출시했다. 두 기업 간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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