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A 2016 시상식'에서 전세계 건설사 제쳐
2014년 쌍용건설 회생절차 돌입시 LTA '미운 오리' 현장이 '백조'로 변신
쌍용건설, 싱가포르 토목인프라 최고 권위 '대상' 받아
(사진) 쌍용건설이 시공한 싱가포르 도심지하철 공사 현장. /쌍용건설 제공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2014년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 본사에 한국으로부터 비보가 날아왔다. 마리나 해안고속도로(8200억원)와 도심지하철(7000억원) 등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대형 토목현장 두 곳을 시공 중인 쌍용건설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LTA는 2013년 6월 오스트리아의 모 건설업체(Alpine)가 갑작스러운 부도를 내고 2개의 도심지하철 현장 공사를 포기하면서 커다란 손실을 봤던 아픈 경험이 있었다. 공기 지연은 물론 새로운 시공사를 구하면서 공사비가 증가됐고, 현지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싱가포르 전체 건설시장에 악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소식을 접하고 나서 며칠 후인 1월 첫째 주 김석준 회장이 LTA 본사를 방문했다. 회생절차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통해 회사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는 점과 그 동안 쌍용건설이 현장에서 보여준 시공 능력과 기술력 등을 믿고 현장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계약에 따르면 시공사의 회생절차는 공사 타절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심사숙고 끝에 LTA 관계자들은 쌍용건설이 현장을 완공하는 것이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는 쌍용건설이 2013년 싱가포르 정부 발주공사 전체 현장 평가에서 1위에 선정될 정도로 공사를 잘 수행한 점과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발주처 최고 경영진부터 실무진까지의 신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이 현장이 2013년 세계 지하철 역사상 최초로 '무재해 1000만 인시'를 기록했고, LTA 안전관리대상에서 챔피언을 수상할 정도로 시공능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것도 한 몫 했다.

쌍용건설에 공사 계속 진행을 맡겼지만 발주처 입장에서는 이 현장이 '미운 오리'처럼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이런 우려는 모두 사라졌다.

2015년 3월 쌍용건설이 회생절차를 졸업했고, 현장의 무재해 기록은 매일매일 갱신되며 2015년 7월에는 세계 최초로 지하철 '무재해 1600만 인시'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으며, 2015년 말에는 드디어 성공적으로 준공됐다.

◆ 전세계 50여개 건설사 경합

그 해 12월 26일 도심지하철 2단계 개통식에 참석한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축하연설을 통해 이 현장을 직접 언급하며 치하해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로처(Rochor)역 구간은 매우 협소한 작업공간과 로처 운하(Rochor Canal) 아래서 공사를 수행하는 어려움 때문에 전문가들과 협력해 기발한(ingenious) 공법을 찾아야 했고, 지난 7년간 50회 이상 도로를 옮겨가며 공사를 수행 했습니다.”(리센룽 총리)

도심지하철 921현장은 수주 당시 1km 공사비 7000억 원, 1m당 7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공사비로 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술력 값이 포함된 전체 구간 중 가장 비싼 현장이었던 것이다.

공사구간은 약 1km에 불과하지만 기존 지하철 5m 아래를 관통하면서 현존하는 모든 지하철 공법(NATM, TBM, Open Cut)을 동원해야 하는 마의 구간이었으며, 연약 지질의 도심지에서 7년 동안 50회 이상 지상의 운하와 10차선 도로를 이설하며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초고난이도 현장이었다.

이런 현장이 2015년 세계 최초로 지하철 공사 무재해 1600만 인시라는 대기록까지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완공된 데 이어, 지난 11월 25일에는 싱가포르 LTA가 진행한 'LTEA 2016 시상식'에서 토목 인프라 관련 최고 상인 대상(Best Managed Rail/Road Infrastructure)을 수상했다.

싱가포르 교통부장관(Mr Khaw Boon Wan)의 대상 발표가 있기 전까지 3시간 동안 시상식에 참석한 전세계 50여개 건설사는 숨죽여 대상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장관이 대상을 발표하는 순간 “Winner is Ssangyong DTL921!”라는 멘트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현장소장은 물론 현장 직원, 그리고 싱가포르 주재 임원들은 모두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이 튀어나왔고 전세계 건설사, 설계사, 컨설턴트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상대에 올랐다. 미운 오리 현장이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백조'로 변신한 것이다.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