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엘큐브’ 점포별 매출 100억 목표 순항…2020년 점포 100개로 확대
롯데, ‘미니 백화점’으로 젊은 취향 저격
(사진) 엘큐브 이대점 입구.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불황과 저성장 국면 속에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의 성장세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유통업계는 대규모 증축 등을 통해 쇼핑과 레저·문화 기능을 결합한 신개념 복합 쇼핑 문화 공간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대 등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미니 백화점’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홍대·이대·가로수길에 한국형 미니 백화점인 ‘엘큐브’를 선보이며 국내 소비자는 물론 젊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아이디어 현실로…한국형 미니 백화점
롯데, ‘미니 백화점’으로 젊은 취향 저격
(사진) 엘큐브 이대점 2층 안경·선글라스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재 기자



미니 백화점에 대한 최초 아이디어는 ‘롯데유통대학’ 발표회에서 나왔다. 롯데유통대는 유통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1994년 설립한 롯데백화점 내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다. 2010년 발표회 당시 한 직원이 미니 백화점 사업을 제안했다.



아이디어 수준에 머무르던 미니 백화점은 2014년 이원준 대표 취임 후 현실이 됐다. 롯데백화점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전문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롯데는 일본 이세탄백화점의 사례를 연구·조사했다.



이세탄백화점은 2012년 젊은 층을 겨냥한 소형 전문점을 선보였다. 2016년 말을 기준으로 9개 콘셉트의 소형 전문점 122개를 운영 중이다. 이들 점포의 연매출은 3200억원에 달한다.
롯데, ‘미니 백화점’으로 젊은 취향 저격
(사진) 엘큐브 이대점 1층 코스메틱 브랜드 ‘3CE’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립스틱을 고르고 있다. /이승재 기자



롯데는 2016년 3월 국내 최초 패션 전문점인 ‘엘큐브’ 1호점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오픈했다. 이른바 한국형 미니 백화점인 엘큐브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엘큐브 홍대점은 오픈 후 9개월 동안 신규 고객 13만 명을 끌어들였다. 롯데백화점의 20대 이하 고객 매출 비율은 2010년 전체의 14.6%에서 2015년 10.4%로 4.2%포인트 줄었다. 반면 엘큐브는 20대 이하 고객 비율이 최대 80%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 11월 25일 이화여대 정문 앞에 엘큐브 이대점을 추가 오픈했고 12월 9일엔 강남 압구정로에 엘큐브 가로수길점을 선보였다.
롯데, ‘미니 백화점’으로 젊은 취향 저격
(사진) 엘큐브 이대점 1층 ‘라인프렌즈’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대형 캐릭터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승재 기자



엘큐브는 중국 등 아시아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라인프렌즈’ 매장 덕분이다. 유커 등은 엘큐브에 전시된 대형 캐릭터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고 상품을 구매한다.



엘큐브의 사후 면세 서비스도 관광객을 그러모으는 데 한몫하고 있다. 홍대·이대점의 유커 매출 비율은 전체의 40% 정도다.



마카오 관광객 크리스티(19) 씨는 “고향에도 비슷한 형태의 매장이 있지만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미니 백화점 형태의 매장은 없다”며 “라인프렌즈 매장과 의류 매장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롯데, ‘미니 백화점’으로 젊은 취향 저격
◆상권별 고객 세분화한 맞춤형 전략
롯데, ‘미니 백화점’으로 젊은 취향 저격
(사진) 엘큐브 이대점 2층 의류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겉옷을 살펴보고 있다. /이승재 기자



엘큐브의 조기 안착 비결은 ‘젊은 층을 겨냥한 입지 선정’과 ‘상권별 핵심 고객을 세분화한 맞춤형 브랜드 전략’, ‘이십화점(二十貨店) 전략’으로 요약된다.



엘큐브는 10~20대 중심의 ‘영 스트리트 패션 전문점’ 홍대점, 합리적 소비를 선호하는 20대 고객을 위한 ‘영 라이프스타일 전문점’ 이대점,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패션 피플을 위한 ‘트렌디 쇼핑 핫 플레이스’ 가로수길점 등 고객과 상권에 맞춰 매장별 브랜드 구성을 차별화했다.



권여진(이화여대 국문과 4) 씨는 “대학생이 좋아하는 화장품 및 의류 브랜드 등을 한눈에 살필 수 있고 매장 짜임새와 제품 가격대도 적당한 편”이라며 “바쁜 대학생을 위한 맞춤형 쇼핑 공간”이라고 말했다.
롯데, ‘미니 백화점’으로 젊은 취향 저격
(사진) 엘큐브 이대점 1층에 입점한 ‘대만 락 카스테라’ 직원이 빵을 만들고 있다. /이승재 기자



롯데는 새해에 수도권 ‘핫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리빙, 화장품, 남성 전문점 등 다양한 콘셉트의 엘큐브 점포 10여 개를 추가로 선보인다. 또한 2020년까지 엘큐브 점포를 전국 1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롯데는 로드 숍 중심 출점에서 벗어나 쇼핑몰이나 아울렛, 오피스 상업 시설 등에도 엘큐브를 선보일 계획이다.



송정은 롯데백화점 파트리더는 “엘큐브 이대점 방문객은 평일 2000명, 주말 3000명 정도”라며 “11월 말 오픈 후 한 달도 안 돼 1년 목표 매출인 100억원의 10%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