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새해 키워드…인공지능의 충격은 ‘지고’
2017년엔 걸크러시·반려동물 ‘뜬다’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전 세계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전후무후한 일들이 많았던 2016년 병신년이 저물고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2017년 대한민국 사회에 우리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16년을 뜨겁게 달궜던 사회 주제는 어떤 것들이었고 새롭게 떠오를 사회의 단면은 무엇일지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

◆ 걸크러시에 빠진 2016년

2016년 7월 아이돌 뺨친다는 ‘언니쓰’라는 그룹을 실시간 검색어에서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KBS의 ‘언니들의 슬램덩크’라는 예능에서 출연자들의 못 이룬 꿈을 위해 결성된 걸그룹인데, 음원 출시와 한 번의 데뷔 무대를 위한 각고의 노력이 화제가 됐다.

이들의 데뷔이자 고별 무대 동영상 클립은 약 420만 회 재생됐고 온라인상에서 ‘걸크러시’라는 단어를 다시금 환기시켰다.

걸크러시는 ‘여성에게 빠진다’는 뜻으로, 여성들에게 호감을 사거나 동경의 대상인 여성들을 지칭한다. 이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기 전에도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여덕’이라는 표현이 존재하긴 했었다.

하지만 걸크러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도 흔히 사용되며 ‘언니미(美)’를 뿜는 누군가라면 모두 걸크러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지어 나이가 어리더라도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니’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의지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걸크러시 연관어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데, 걸크러시 관련 속성으로는 외모보다 매력이나 연예인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무대와 연기 등이 등장한다. 또 이를 위한 노력에도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확인된다.

걸크러시와 가장 많이 언급되는 표현은 ‘장난 아니다’와 ‘쩔다’ 등인데, 모두 어떤 일에 능통하다는 것을 의미해 능력 있는 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 브라운관뿐만 아니라 도처에 자리한 걸크러시를 통해 2017년에도 우리는 ‘멋있는’ 인간으로서 자리 잡은 여성의 힘을 한껏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2017년엔 걸크러시·반려동물 ‘뜬다’
(사진) 갤러리아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애견 용품 전문 매장 ‘펫부티크’. /한국경제신문


◆ “반려동물과 함께” 이젠 외롭지 않아

2016년 소비 측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1인 가구, 혼자도 취향이라고 외치는 ‘나홀로족’들이었지만 이들 중에서는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과 함께해 외롭지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6년 2분기 반려동물 업종의 카드 결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9%나 증가한 1399억원을 기록했다. 비단 1인 가구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결제 및 통계 빅데이터들은 이들이 1인 가구 증가와 관련 있다고 얘기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데이터 역시 1인 가구의 증가세와 반려동물 증가세의 상관도가 0.94 정도에 달해 상관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SNS를 보면 반려동물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도가 2015년부터 증가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 이 중에서 자취 또는 비혼 등의 이유로 1인 가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해 얘기하는 이도 늘어났다.

반려동물과 관련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언급 순위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시장 역시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이제는 익숙할 법한 애견호텔에서부터 강아지 유치원, 웨어러블까지 등장했다.

특히 혼자 살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1인 가구의 반려동물 입양을 도왔는데 낮 시간 동안 집에 없는 1인 가구가 만만치 않은 가격을 지불하고 반려견 전용 채널에 가입하기도 한다.

1인 가구의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게 된다면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손쉽게 키울 수 있는 동물들이 반려 대상으로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존의 각종 반려동물 용품은 물론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나 유기 동물을 재입양하는 사례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집에서 ‘키우던’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애완’에서 ‘반려’로 자리 잡은 지금, 생명에 대한 따뜻함을 계속해 지켜나가야 한다.
2017년엔 걸크러시·반려동물 ‘뜬다’
◆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이 뭐야?

2016년 이슈가 됐던 사건을 몇 가지 꼽자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대국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 대국을 통해 한국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현재를 인간과의 대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그 학습 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널리 화두가 됐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임에도 불구하고 대국 이후 그 관심도가 빠르게 사그라졌다.

인공지능에 대한 감성 분석 결과는 ‘긍정’, ‘부정’, ‘중립’ 모두 고른 비율 분포를 보였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부정 감성어로는 ‘충격’, ‘의문’, ‘우려’ 등이 언급됐고 긍정 감성어로는 ‘똑똑하다’, ‘기대하다’, ‘뛰어나다’ 등으로 나타났다.

“원격진료도 그냥 인공지능센터에서 해버릴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이 더 가성비 높은 분야가 뭘까 싶고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너무 무섭죠.”
“이걸 인공지능이 지금까지 그 신문사의 데이터와 각종 정보를 수집해 직접 쓴 문장이라는 게 너무 놀랍고 무섭다.”

알파고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막연한 두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와 이를 활용할 때 예상되는 득과 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들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이 필수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SNS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얘기가 계속해 등장하는데 비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제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보다 인공지능의 부정적인 측면을 대비할 수 있는 능력 계발에 힘써야 한다.
2017년엔 걸크러시·반려동물 ‘뜬다’
◆ “사회는 내 손으로 만드는 거야”

여성 그리고 1인 가구, 인공지능으로 설명한 2016년은 기존의 인식의 변화를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멋있을 수 있는 여성, 기술의 도움으로 보다 따뜻하게, 편하게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1인 가구, 그리고 머지않은 인공지능까지….

특히 2015년 불거졌던 여성 혐오나 ‘캣맘(주인 없는 고양이에게 사료를 정기적으로 챙겨 주는 사람)’ 관련 이슈들이 존재했던 터라 2016년에 두드러졌던 현상들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제는 당당하게 나를 알고 나를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모였기에 우리는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함께 기대하는 변화가 있음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2017년은 혐오를 넘어 성인이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해가 됐으면 한다. 2016년 키워드들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이 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에 책임을 느끼고 변화를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