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희망 회복 2017’ 프로젝트② 대한민국의 강소기업]
김영기 회장, 저속 착즙 기술로 러브콜…85개국에 ‘주스 한류’ 전파
중국 등 해외에서 더 유명한 휴롬
(사진) 김영기 휴롬 회장. /휴롬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지난해 말 불거진 국정 농단 사태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신규 선정한 ‘월드클래스’ 기업 50곳 중 성장 가능성이 돋보이는 5개 기업을 통해 ‘희망의 불씨를 살려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들 기업은 수년간 쌓아 온 독자적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을 향한 우직한 발걸음을 이어 가고 있다.

휴롬은 1974년 창업 이후 40여 년간 착즙 분야만 연구한 회사다. 이 회사는 2015년 전년 대비 38% 증가한 2512억원(연결 기준)의 매출을 거뒀다.

김영기 휴롬 회장은 2005년 세계 최초로 저속 스크루 방식의 착즙 기술을 개발했다. 2008년 휴롬 원액기 1세대, 2013년 휴롬 원액기 2세대 제품을 개발·출시한 이후 독보적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슬로 주스 시장을 개척 중이다.

휴롬 원액기의 핵심은 ‘저속 착즙 방식’이다. 휴롬 원액기는 재료를 칼날로 갈아내는 기존 믹서와 달리 재료를 지그시 눌러 짜낸다. 휴롬 주스는 재료에 마찰열과 충격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에 영양소 파괴가 적고 맛도 좋다는 설명이다.

휴롬의 기술력을 눈여겨본 글로벌 기업들은 김 회장에게 잇따라 러브콜을 보냈다. 테팔은 휴롬의 제품 생산권을 주면 매출의 2.5%를 로열티로 주겠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기술력을 판매하는 대신 해외에 직접 진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과 휴롬 원액기는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유명하다. 2015년 기준 해외 매출 비율이 69%에 달한다. 미국·중국·일본·인도 등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세계 85개국에서 주스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일본 닛케이신문 ‘난데모 랭킹(무엇이든 랭킹)’에서 슬로 주서 부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 진출에 관한 에피소드도 있다. 휴롬은 2009년 중국 진출 초기부터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했다. 대형마트 대신 고급 백화점 위주로 매장을 열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 내 주요 TV 홈쇼핑을 공략하기도 했지만 한국보다 20~30% 비싸게 가격을 책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휴롬은 건강한 식습관을 추구하는 중국인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광군제 대박’

휴롬은 지난해 11월 11일 단 하루 만에 2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 할인 판매 행사 때였다. 이날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T-Mall)에서 휴롬 원액기는 시간당 400대씩 팔렸다. 1년 전 행사 때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광군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휴롬은 원액기 본연의 기능은 물론 디자인 측면에도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휴롬은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휴롬은 ‘종합 주방 가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도전을 이어 가고 있다. 휴롬은 2012년 업계 최초로 건강 주스 카페 ‘휴롬주스’ 1호점을 설립했다.

휴롬주스는 현재 국내 11개 매장과 중국·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 해외 5개국에서 7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건강차 문화 확산을 위해 한국형 티포트 ‘휴롬 티마스터’를 출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휴롬은 제품뿐만 아니라 영양·라이프스타일 등 통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보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제공한다”며 “70여 명의 연구 인력을 바탕으로 휴롬 주스의 영양학적 다양성 및 안정성을 검증하는 등 올바른 식습관 정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 1949년생. 1974년 TV부품 제조업체 (주)개성공업사 설립. 1979년 전자부품 및 주방가구 제조업체 (주)판정정밀 설립. 1996년 전기녹즙기 발명특허 등록. 2008년 휴롬 원액기 개발. 2011년 (주)휴롬으로 사업자명 변경. (주)휴롬 회장(현).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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