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10월 국감’ 태도 변화 논란…공정위 “계속 모니터링 중”
공정위, 구글 불공정 조사 ‘지지부진’…천문학적 소송 우려?
(사진)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2016년 10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선탑재 애플리케이션(앱) 강제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조사와 관련,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와 다른 태도를 보여 논란을 빚고 있다.

국감 당시 공정위는 2013년 구글의 불공정 거래 조사에서 무혐의 결론을 내린 사안을 다시 조사해 달라는 국회 측 제안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감이 끝난 이후 국회 측에 재조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식의 답변서를 보내 사실상 면피성 답변을 한 게 아니냐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사실무근’이라며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간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패소한 적이 많은 공정위가 구글로부터 천문학적 소송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사건에 대한 결론 내리기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고 있다.

◆ “공정위, 객관적 결정 내려야”

“(공정위에서)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요? 그건 잘못된 거죠. 그렇게 얘기한 적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11일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구글의 선탑재 앱 강제성 여부를 지적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가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조사를 중단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 것에 발끈하며 이렇게 말했다. 공정위 측이 해당 사안을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했지만 그런 주장을 의원실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국감 이후 공정위가 서면을 통해 ‘선탑재 강제성 인정 여부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방침을 보내 왔다”며 “이는 사실상 재조사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취지의 답변”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 조사 기관인 공정위라면 ‘강제성이 있다, 없다’라는 것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답은 전문 기관이 할 수 있는 답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포털 업체인 NHN(현 네이버)과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이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구글의 검색엔진만 선탑재하고 다른 회사의 검색 프로그램을 배제하도록 강제한 의혹이 있다”며 공정위에 구글을 제소했다.
공정위, 구글 불공정 조사 ‘지지부진’…천문학적 소송 우려?
◆ 핵심 쟁점은 ‘강제성·시장점유율’

공정위는 2년여의 조사 끝에 2013년 7월 구글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강제성 여부와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이유는 ▷구글이 경쟁 앱의 선탑재를 방해한 증거가 없고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도 구글의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무혐의 결론이 내려진 지 3년 후 전 의원은 지난 정무위 국감에서 구글과 제조사 삼성전자가 체결한 ‘모바일 앱 유통 계약서’를 꺼내들며 공정위가 해당 사건의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 계약서에는 ‘구글이 승인한 12개 구글 앱을 단말기에 선탑재해야 된다’, ‘구글 필수 앱을 탑재한 스마트폰만 유통 가능하다’ 등의 항목이 명시돼 있어 사실상 구글이 강제성을 부여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3년간 PC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구글의 모바일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공정위가 재조사에 나서야 하는 이유로 내세웠다. 즉 3년 전 핵심 쟁점인 강제성 여부와 시장점유율에 변화가 있는 만큼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국감에 참석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계약서 사항만 보면 강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실무자들은 강제성을 입증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바뀐 점도 있으니 지적 사항을 감안해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국감 이후 공정위에서 ‘강제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방침을 보내오면서 전 의원 측은 공정위의 재조사 의지가 없다고 보고 공정위에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선 공정위가 유럽연합(EU)이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을 최종 확정하기까지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4월 구글이 자사의 OS 안드로이드를 쓰는 제조사에 검색엔진과 브라우저를 의무적으로 탑재하게 하고 타사 운영체제 사용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 구글이 이에 반론을 제기, 최종 결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EU에서 반독점법 위반이 최종 확정되면 최대 8조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EU의 결론을 보고 결정을 내리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간 공정위가 과징금을 때려놓고 소송에서 자주 패소하다 보니 구글이 제기할지 모를 과징금 소송에 대한 부담감이 더해진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