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카드사 ‘신용정보 보호서비스 불완전 판매’ 그 이후]
“카드내역에서 아직도 3300원이 새고 있어요”
우리카드 고객 “화내며 따지자 마지못해 2년 치 환불 처리”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최선미(30) 씨는 올 초 통장 내역을 정리하다가 매달 ‘우리카드 신용안심플러스’라는 서비스로 3300원씩 결제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 보니 2년 전 최 씨가 신용카드를 만들면서 가입한 서비스로 두 달까지 무료 사용한 이후 유료로 전환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최 씨는 “가입한 기억도 없지만 두 달 이후 유료 전환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조차 온 적이 없다”며 “2년간 8만원 가까운 돈이 나갔는데 눈 뜨고 코 베인 기분”이라고 분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수년 전 신용카드사의 불완전 판매로 신용 정보 보호 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적지않이 발생하고 있다. 최 씨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료 서비스에 가입된 후 수년간 이를 유지해 최대 수십여만원의 피해를 본 것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2015년 이러한 카드사의 불완전 판매에 철퇴를 내렸다. 하지만 1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이를 알지 못한 소비자들이 많아 불완전 판매에 따른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서비스 이용자와 금융 단체는 카드사가 서비스 알림 메시지 전송 시 유료 가입 여부를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 노출 유료 가입자 70%

신용 정보 보호 서비스는 시중 카드사, 신용 정보사, 보험사의 서비스가 결합돼 출시한 것으로 월 3300원(카드사 평균) 납부 시 신용 정보 조회와 명의 보호 서비스 등을 가입자에 제공하는 상품을 말한다.

금융회사에서 카드 발급, 대출금액 변동, 연체 등 신용 정보에 변동이 발생하면 이를 알려주거나 보상해 주는 보장성 상품이다.

카드사마다 상품 명칭은 다르다. ID-Secure(삼성카드), SMART신용정보보호(KB국민카드), 신용안심플러스(우리카드), 스마트키퍼(하나카드), 개인정보안심서비스(현대카드), 안심신용보호(롯데카드), 정보안심서비스(신한카드) 등이다.

이 상품은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례가 급증한 2012년 전후로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화 마케팅을 통해 판매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드사가 무료 이용 기간(15~60일)을 미끼로 가입을 유도한 후 유료 전환 시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 △가입권유 시에도 복잡한 상품내용을 두루뭉수리하게 설명해 넘어갔다는 점 △카드사마다 상품의 내용이 거의 동일함에도 각 사별로 상품 명칭을 달리해 유사 상품임을 인지하기 어렵게 한 점 등이 문제가 돼 소비자 민원이 급증했다.

전화 마케팅 상담원의 수당 산정 체계가 목표 판매량 달성 건수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아 불완전 판매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았던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2015년 실태를 조사해 중복 가입자에게는 환급을 유도하고 유료 전환 시 고객 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당시 카드사들은 신용 정보 보호 서비스 가입 수수료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 이를 포기하지 못하다가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금감원 제재가 강화되자 2016년부터 신규 가입을 축소했다.

일부 카드사는 전화 마케팅 등을 통한 오프라인 가입 권유를 금지했고 또 다른 카드사는 신규 가입을 아예 제외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이런 사실을 모르는 가입자들이다. 업계에선 지금도 유료 가입 여부를 모른 채 월 3300원씩 납입하는 이용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전수조사에 나섰을 당시인 2015년 2월 말 기준으로 신용 정보 보호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은 총 313만 명이다. 2012년 사업 초기에는 76만 명이 신규 가입했지만 전화 마케팅을 통해 본격적 판매가 시작된 2013년부터 매년 200만 명 이상의 신규 가입자가 발생했다.

이들 중 30% 정도는 2개월의 무료 이용 기간 종료 후 서비스를 해지했지만 약 70%는 유료로 전환한 채 서비스를 유지했다.

70% 가입자 중에는 카드사의 불완전 판매로 인해 서비스가 2개월 후 유료 전환된다는 사실을 모른 이용자들이 다수이며 심지어 일부 이용자는 서비스 가입 여부조차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2012년부터 다달이 납부했다면 최대 32만원 가까운 돈이 새 나간 셈이다.

1년여가 흐른 지금도 카드사에서 유료 서비스 현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모르는 이용자가 태반이다. 김지만(42)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김씨는 올 초 삼성카드 해지를 위해 미납내역을 확인하다가 ‘ID-시큐어’란 가맹점에서 매달 3300원씩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매달 2~3번씩 ‘ID-Secure’로 시작하는 문자가 왔지만 스팸성 메시지와 유사하다고 생각해 흘려본 게 문제였다. 김

씨는 “이 서비스가 신용정보보호서비스란 것을 알아채고 고객센터를 통해 서비스 해지를 문의했지만 상담원은 ‘해지 사유를 물어도 될까요? 꼭 필요한 서비슨데요’라면서 해지 권유를 말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A 씨도 우리카드에서 불완전 판매 형식으로 서비스를 가입, 고객센터 측에 환불을 요청했다. A 씨는 “고객센터 측에선 ‘2년간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환불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며 “화가 나 유료 전환 여부를 물은 증거를 달라고 말하자 서비스 해지와 함께 환불 처리를 해줬다”고 덧붙였다.

이들 외에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블로그 등에는 불완전 판매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신용 정보 보호 서비스 해지 방법을 알려주는 글들이 최근까지 게시되고 있다.
우리카드 고객 “화내며 따지자 마지못해 2년 치 환불 처리”
◆기존 가입자 방치, 수수료 챙기기?

피해를 호소하는 가입자들은 “카드사가 불완전 판매로 가입시킨 이용자들을 방치하며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며 “서비스의 유료 가입 여부를 이용자에게 고지해야 이러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용 정보 조회 시 보내는 문자 메시지 안에 ‘유료 서비스’라는 점을 명시하는 방식 등을 통해 부당한 불완전 판매에 따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금감원 역시 신용 정보 보호 서비스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반복 고지함으로써 기존의 가입자가 이를 늦게라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유료 가입 여부를 확인한 후 홈페이지나 각사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신용 정보 보호 서비스 전문 상담원에게 안내해 줄 것”이라며 “상품 가입 해지는 즉시 가능하지만 환불 여부는 불완전 판매에 대한 가입 이력을 증명해야 안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