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통해 한 해의 디지털 관련 주요 키워드를 정리하고 미래의 디지털 트렌드를 예상하곤 한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은 올해도 어김없이 1월 5~8일 사흘 동안 열렸다.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16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참석했고 3800여 개의 회사가 자사의 제품을 뽐내며 300개가 넘는 콘퍼런스 세션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논의했다.
CES는 1967년 뉴욕에서 처음 전시회를 개최한 이후 스테레오 기기, VCR, DVD, 3D 프린터 등 당대 최신 테크놀로지를 선보이며 그간 70만 개가 넘는 제품을 소개해 왔다.
매년 혁신적인 제품이 첫선을 보이며 트렌드 세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CES. ‘CES 2017’에서는 어떤 제품과 어떤 서비스가 주목받았을까.
CES 2017을 3개의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다만, 천편일률적으로 이뤄지는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트렌드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장 전반을 관통할 수 있는 환경을 살펴봄으로써 디지털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 첫째 키워드 ‘중국
CES 2017 참여 기업 중 30% 차지
CES 2017을 정리하는 첫째 키워드는 ‘중국’이다. 테크놀로지를 다루는 키워드가 등장해야 하지만 작년부터 CES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중국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짝퉁과 베끼기 그리고 대륙의 실수라는 우스갯소리로 중국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제는 중국을 다시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이번에 1300여 개의 회사가 참석해 전체 참여 기업 중 약 30%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 규모를 자랑했다.
이는 작년보다 20%나 증가한 것인데, 최근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얼마나 다양한 영역에서 확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숫자다. 중국의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은 전통적인 영역의 하드웨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드론은 물론이고 로봇, 증강현실, 무인자동차 자동운전 솔루션 그리고 인공지능까지 CES에서 다루는 테크놀로지 전 영역에서 브랜드 가치를 빛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디지털 대국 굴기는 통계자료로 여실히 파악할 수 있다. 2015년 한 해에만 정부 지원 벤처 펀드가 약 372조원(3380억 달러)을 넘어섰고 2016년 상반기 동안 중국의 스타트업 펀딩에 약 41조원(372억 달러)이 투자됐으며 분기마다 400~500여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되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붐업은 단지 기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용자의 수나 사용 빈도에서도 비교 대상 국가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예로 작년 말에 발표된 위챗(WeChat)의 데이터 활용 리포트를 보면, 중국인들의 디지털 활용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확인할 수 있다. 위챗의 일간 로그인 사용자는 7억6800만 명에 이르고 전체 사용자의 절반이 하루 90분 이상 위챗을 사용한다.
영상과 음성 통화를 하루 평균 1억 건, 20대와 30대 사용자는 하루 평균 81건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디지털의 활용이 일상화됐다. 스타트업의 숫자와 투자금 그리고 사용자 수와 사용량을 기준으로 중국을 넘어설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둘째 키워드 ‘5G’
자율주행을 위한 핵심은 통신 기술
둘째 키워드는 ‘5G’다. 이번 CES 2017에서 등장한 다양한 제품들을 통해 5G 네트워크의 빠른 상용화의 촉진이 예상된다. 5G는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롱텀에볼루션(LTE)의 다음 세대 통신 기술이다.
LTE보다 20배 빠른 20Gbps의 전송 속도를 갖는 5G는 2020년에 국제 표준화가 완료될 예정인데, 가상현실 동영상과 4K UHD 영상과 같은 실감 미디어의 활용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술에 요구되는 통신 서비스다.
5G 통신을 기반으로 모바일 브로드밴드 영역이 충분히 확충됨으로써 4K와 8K UHD 비디오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가상현실과 클라우드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무인 자동차와 스마트 시티를 만드는데 5G는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무인 자동차와 통신 속도가 무슨 관계가 있을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지만 자율주행을 위한 핵심 기술이 바로 통신 기술이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다양한 차량용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의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5G 네트워크를 통해 주변 도로 정보를 읽는 텔레매틱스로 연결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클라우드를 통해 정보를 수집, 가공하고 클라우드에서 머신 러닝 기능을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해 자동차에 전달하게 되는데 5G 네트워크는 필수적이다.
생각해 보라.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하는데 무인 자동차로 전달되는 정보가 조금이라도 늦춰진다면 어떻게 될까. 도로의 교통량, 빈번하게 변화하는 도로 상황, 교차로에서의 신호 변화, 차량 간 돌발 상황 등 자율주행을 위해 해결해야 할 다양한 상황을 빠른 통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알고리즘과 엄청난 양의 데이터, 고성능 프로세서를 통해 처리되는 정보를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자율주행차는 안전하게 운행되는 것이다. 지연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통신 간섭을 최소화하며 주변 차량과의 상호작용을 하는 차량 통신(V2X : Vehicle to Everything) 정보가 끊임없이 제공돼야 한다.
이에 따라 KT는 인텔·퀄컴·삼성 등 글로벌 기업과 공유하는 5G 표준 규격을 만들고 있고 SK텔레콤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아우디 등의 자동차 기업을 중심으로 설립된 5G자동차협회(5GAA)에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 셋째 키워드 ‘인공지능’
다양하고 광활한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마지막 셋째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디지털 트렌드에서 주인공의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과연 인공지능을 빼놓고 무엇을 언급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인공지능은 미래 아니 현재의 테크놀로지 관련 사업의 핵심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의 활용이 더 기대된다.
구글의 어시스턴트(Assistant),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 아마존의 알렉사(Alexa), 애플의 시리(Siri), IBM의 왓슨(Watson)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장이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익숙해진 시리와 같이 음성인식을 통한 인공지능이 가장 친숙하게 대중에게 접근하고 있고 이러한 음성인식을 활용한 인공지능을 통해 가전제품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부엌에서 냉장고와 오븐이 인공지능이 접목된 전자 기기라면 베란다에는 세탁기가, 거실에서는 스피커가, 바깥에서는 자동차가 인공지능과 접목되며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미 수천 개의 회사가 아마존의 알렉사를 채택하고 있고 냉장고에서 자동차까지 알렉사가 할 수 있는 기능이 7000개를 넘을 정도로 많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예를 보면 이제 본격적인 상용화도 머지않아 보인다.
인공지능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공지능을 통해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은 가장 아날로그적인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인공지능이 바로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친구와 대화하듯이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면 사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으니 말 그대로 현존하는 시장을 파괴(disruptive)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사실 CES 2017에선 50주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시장을 강타할 만한 혁신적 테크놀로지는 등장하지 않았다. 드론이나 가상현실, 로보틱스와 무인차 등 전년에 비해 한층 발전된 테크놀로지가 소개되기는 했지만 시장의 변화를 가져오는 혁신은 없었다.
그리고 올해 참여한 회사의 20%가 최근 3년 내 만들어진 회사였다는 것은 그만큼 디지털 트렌드가 빨리 변하고 디지털 환경을 개척하려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중국·5G·인공지능’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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