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집의 인문학 속으로]
삶의 가치를 만드는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 이뤄져야
노동은 중산층을 만들고 중산층은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김경집 인문학자, 전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 교수]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경제 활동일 뿐만 아니라 노동의 중요성을 깨닫는 기회다.

하지만 대부분이 제대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착취와 폭력에 공공연하게 노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만약 학생들이 제대로 노동에 관한 법률과 권리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런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 최소한 ‘최저 시급’은 알고 있어야

노동3권과 근로기준법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일방적 희생과 자의적 해고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는 현실은 학교에서 제대로 노동의 권리와 법률에 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기본 권리에 대해 아무런 교육도 없이 노동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는 것은 비인격적이고 반인권적인 결과를 구조적으로 만들어 내는 고약한 일이다.

우리 모두가 거의 노동자이면서 최저 시급이 얼마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내 일이 아니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 개인주의에 함몰하게 만드는 사회적 악습이다.

내가 시급을 받지 않더라도 그것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그건 ‘동료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이다. 그래야 이익에 대한 공정한 분배가 가능해지고 사회적 건전성도 확립될 수 있다.

노동의 권리에 무관심하거나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만든다. 자신의 권리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업신여기는데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고 사회적 연대감을 확보할 수 있을까.

선진국들은 이미 학교 교육과정에서 노동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단순한 권리에 대한 지식에 그치지 않고 경제·사회·윤리적 측면의 광범위한 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다.

그런 과정은 단순히 협상의 기술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중요함과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가치 그리고 연대감 등을 배움으로써 개인의 삶과 사회적 체제를 건강하고 견고하게 만드는 초석이 된다.

선진국들의 교육과정에서 노동에 관한 내용을 보면 우리는 정말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제라도 학교에서 노동의 소중함과 존엄성을 가르치고 정당한 권리에 대해 심층적으로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과과정에 노동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노동법을 포함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가치관을 키워 주는 교육의 본질적 사명의 하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각성만 촉구할 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자식들의 미래를 위한 부모들의 문제 제기와 공론화를 통해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이러한 교육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게 진짜 연대의 힘이고 가치가 아닌가. 도대체 언제까지 노동의 문제를 이념의 문제로 낙인찍고 정당한 요구와 주장마저 ‘종북 좌파’ 운운하며 억압할 것인가. 그 억압의 대상이 바로 우리 자신이고 우리 자식들인데….

◆ 권리 요구가 어떻게 종북 좌파의 준동인가

노동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노동은 자기 존재의 근거이고 삶의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받고 자기 나름의 삶을 기본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건강한 분배와 소비의 방식이 보장돼야 한다.

경제적 대가를 많이 받건 적게 받건 우리는 모두 노동한다. 이렇게 우리 모두가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되는데 학교에서 노동의 권리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은 중대한 의무의 유기일 뿐이다. 심지어 자신이 정규직이 되면 노동자가 아니라고 착각하는 이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들의 노동조합에 비정규직은 가입할 수 없게 하고 그들이 자신들보다 강도 높고 위험한 일을 하는 데도 임금은 3분의 1만 받아도 남의 일일 뿐이다.

노동조합은 약자의 권익을 위한 것인데 자신들보다 약한 비정규직에게는 노동조합의 가입조차 불허하는 노동조합이 무슨 권리와 책임 그리고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없는 것들끼리’ 싸우게 하는 고도의 술수에 놀아나는 일이다.

헌법은 기본적으로 약자를 보호한다. 노동자는 약자다. 자본과 권력 그리고 정보력까지 쥔 이들과 비교하면 절대 약자다. 강자의 횡포를 막아야 최소한 인간답게 노동하며 삶을 영위한다. 올바른 노동의 개념과 권리를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노동은 신성하다. 하지만 그 말이 단순한 포장이면 거짓이다. 노동은 단순히 임금을 받기 위해 제공하는 품이 아니다. 노동을 통해 자기 삶을 실현하고 자아를 완성한다. 그러므로 노동의 권한과 법의 보호는 필수적이다. 법이 약자를 외면하는 사회는 망한다.

아래가 꺼지면 결국 위도 무너진다. 그런 연대감을 가져야 한다. 중산층을 만드는 것은 노동자의 몫이다. 노동자가 살아나야 중산층이 커진다. 그래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정신들 차리자. 그리고 당당하게 노동에 관한 권리와 법률을 가르치고 감시하도록 교육하자. 학생들에게 그것을 가르치면서 어른들도 새삼 다시 배우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