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증권업계 신성장전략 : 기회는 IB와 WM]
기초 탄탄, NH·한투 ‘정통 강자’…자본 탄탄, 미래에셋대우 ‘신흥 강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 관리(WM) 부문은 향후 증권업계의 가장 치열한 전쟁이 예고된 곳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거의 성장이 멈춰 서다시피 한 증권업계에 ‘성장의 불씨’를 되살려 줄 기회가 숨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IB와 WM은 말하자면 증권사들이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한 양 날개나 다름없다.

특히 인수금융·부동산·대체투자 등 IB 사업 분야는 증권사의 투자 노하우가 모두 집결되는 분야인 만큼 증권사의 역량이 두드러진다. 국내외 투자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기관리 능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WM 사업 부문도 마찬가지다.

국내 증권사들이 자존심을 걸고 ‘IB와 WM 융합’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이유다.
글로벌 IB 도약 “튀어야 산다”
(사진) NH투자증권 사옥. /한국경제신문

◆ IB 경쟁력 ‘한투·NH 양강 구도’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IB 업무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는 곳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IB 관련 수익 또한 두 회사가 1, 2위를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에서 지난해 11월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한국투자증권의 누적 IB 부문 영업수익은 1500억원대에 달했다. NH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1702억원을 벌어들이며 한국투자증권을 가볍게 따돌렸다.

금융업계 추산 2016년 수수료 수익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투자증권이 1050억원대, NH투자증권이 790억원대로 나타났다. 두 업체가 IB 사업 분야에서 확실한 ‘양강 체제’를 굳힌 셈이다.

두 업체는 지난해 말 IB 사업 부문을 대폭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IB 사업 역량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글로벌 투자은행’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은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사모주식(PE)본부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변경했다. 독립성을 확보함으로써 적극적인 외부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IB그룹 산하에 있는 프로젝트금융본부를 2개 본부로 개편, 대체 투자 및 부동산 투자를 담당하는 프로젝트금융2본부를 신설했다.

IB 사업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IB본부를 이끌고 있는 두 수장들의 대결도 지켜볼 만하다. NH투자증권의 정영채 IB부문 대표(부사장)는 자타 공인 국내 IB업계 영향력 1위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글로벌 IB 도약 “튀어야 산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33세의 나이로 대우그룹의 자금줄을 관리하던 KDB대우증권 자금부장을 맡을 정도로 IB 사업에서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인물로 평가된다. 2005년 IB사업본부장(당시 합병 전 우리투자증권)으로 영입됐다.

이후 10년 동안 NH투자증권을 국내 최고의 IB 증권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NH투자증권은 인수·합병(M&A), 인수 금융, 부동산, 기업공개(IPO), 부채자본시장(DCM) 등 IB 전 분야에서 고르게 강점을 보이고 있다.

2016년에도 동양매직 지분 매각으로 300억원대의 수익을 거둬들인 것은 물론 여의도 복합단지인 파크원의 프로젝트의 2조원대 자금 조달 계약을 체결하는 등 IB 분야의 사업 역량을 입증했다. “IPO나 M&A 등 전통적인 IB 사업 외에도 자문 서비스 등이 잘 연계돼 있어 ‘통합 서비스’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은 WM 부문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4년 업계 최초로 위험관리에 기반을 둔 자산 배분 모델 QV포트폴리오 개발해 상품을 운용하며 수익률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향후 IB 부문과 개인 투자자를 연계하는 상품을 늘려감으로써 WM 상품의 다변화를 꾀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인물이 한국투자증권의 IB본부를 이끄는 김성환 부사장이다. 2016년 초 IB그룹장을 맡은 지 1년이 채 안 돼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되며 화제를 모았다.
글로벌 IB 도약 “튀어야 산다”
그만큼 IB 사업 부문에서 높은 실적을 거뒀기에 가능한 파격 인사였지만 한편으로는 한국투자증권의 ‘IB 사업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교보생명 시절 보험사 최초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도입하고 동원증권 시절 증권사 최초 PF 전담 부서를 설립하는 등 국내 부동산 PF 시장의 개척자로 일컬어진다.

부동산에 특화된 김 부사장 덕분에 한국투자증권 역시 부동산 금융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16년 IB 실적에서 50% 정도가 부동산 금융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비상장 기업들과 관련한 IB 사업 진행도 강점이다.

2016년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켓 등 대어급 IPO를 주관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국투자증권은 오래전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비상장 기업들의 모임을 관리하고 있다”며 “IB 역량도 결국은 네트워크 싸움인 만큼 ‘비상장 기업’이라는 틈새시장을 잘 개척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한국투자증권은 IB-자산관리(AM) 연계 모델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자산 관리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 “판은 언제든 뒤집어진다”

하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 IB 사업 분야는 기업의 M&A부터 대체 투자까지 투자 범위가 워낙 넓은 데다 다양한 영역 개발이 가능하다. 언제라도 ‘판이 바뀔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6조원대 초대형 증권사로 재탄생한 미래에셋대우에 많은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2016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의 IB 부문 영업수익은 1017억원, KDB대우증권은 616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조직 개편을 통해 IB사업부를 IB1부문(기업금융)과 IB2부문(프로젝트금융)으로 나눴다. 각 분야의 전문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 IB에 뛰어나고 KDB대우증권은 해외 IB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WM 구조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팀 중심의 고객 관리를 통해 각각의 팀원들을 위탁, 자산 관리, 연금, 법인, 세무 등 각 분야별 전문가로 양성하고 분업화해 종합적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KB증권은 KB금융 계열사와 연결고리를 통한 보다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KB국민은행·KB인베스트먼트 등이 보유한 일반 기업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중소기업 대상의 기업투자금융(CIM)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현재 KB국민은행과 공동으로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금융본부를 신설해 전국 5개의 CIB 복합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WM 사업도 IB 사업과 마찬가지로 KB국민은행·KB자산운용·KB손해보험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식·채권·펀드 등 단일 상품 위주에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종합 자산 관리 등 중·장기적인 투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WM 부문 내 자산 배분과 상품 개발을 총괄할 IPS(Investment Product Service)본부를 설치한 바 있다.

삼성증권은 가장 많은 고액 자산가 를 보유하고 있는 WM 사업의 장점을 IB 사업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IB와 WM 부문의 협업을 통해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 중소형 증권사들도 ‘특화 경쟁’

이 밖에 중소형 증권사들도 저마다 ‘특화 전략’을 모색하며 IB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신증권은 부실채권 전문 운용사인 대신F&I와 대신저축은행, PE 등 사업 모델을 다각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홀세일사업단과 트레이딩센터를 통합한 ‘솔루션앤프로덕트(Solution & Product)’사업단을 신설했다.

이 사업부를 주축으로 FICC(Fixed Income·Currency·Commodity), 에쿼티(Equity), 인공지능(AI), 대차 거래 등 다양한 금융 상품 솔루션을 제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브로커리지에 강한 키움증권은 IB 사업 부문에서도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온라인 공모주 청약을 시작하며 IPO 경쟁률을 높였다. 청약에서 추가 납입에 이르기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청약 수수료를 무료로 해 투자자의 편의를 극대화한 전략이 통한 것이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새롭게 취임한 최석종 사장을 중심으로 ‘특화된 IB 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최 사장은 교보증권 IB본부장 출신이다.

KTB투자증권의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며 교보증권 투자금융부 인력 30여 명과 한꺼번에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8월 항공기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며 KTB투자증권에서의 첫 IB 관련 실적을 기록했다.

교보증권은 항공기·신생에너지 등 해외 대체 투자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성 높은 투자처를 발굴해 새로운 영업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진출로 다양한 금융 상품을 선보여 고객 기반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IB 도약 “튀어야 산다”
(사진) 한국투자증권 사옥. /한국경제신문

◆ IB 강조하는 증권업계, ‘특화 자산운용사’ 전성시대 열린다

증권사들이 ‘IB와 WM 사업의 강화’를 내세우면서 자산운용업계 또한 변화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수익 채널이 다변화되고 자산 관리 시장이 확대될수록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 자산 운용사와의 ‘협업’이 강조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자산 운용사 인가 정책 개선 방안’을 통해 1그룹 1운용사 원칙을 폐지한 것이 계기가 됐다. 기존 금융그룹 내 종합 운용사의 분사나 신규 운용사를 설립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1월 9일 삼성자산운용은 자회사 액티브자산운용과 헤지자산운용을 신설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사는 국내 주식형 펀드 운용과 투자 자문, 일임업을 전담하며 헤지자산운용은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을 담당한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외 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운용, 대체 투자 분야 등의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헤지펀드운용부문을 떼어내 트러스톤AMG로 분사했고 KB금융그룹에 편입된 현대자산운용은 부동산 및 대체 투자 분야 전문 자산 운용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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