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신탁·디지털뱅킹 등 신성장 동력 '박차'
조용병·이광구 연임 확정…리딩뱅크 경쟁 가열
[한경 머니= 한용섭 기자]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은행권의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은 현재까지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 은행권의 생존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억대 연봉의 산실로 불렸던 은행권이 본격적인 인력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모바일뱅킹으로 대변되는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며, 기존 영업점 채널의 인력과 조직에 대한 대폭적인 조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6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SC제일·한국씨티은행)의 임직원 수는 2013년 말 7만6511명에서 지난해 9월 기준 7만1497명으로 3년도 안 돼 5014명이 줄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희망퇴직 규모가 4500명 선에 육박하는 등 매서운 구조조정 한파가 은행권을 강타하고 있다.
대규모 인력 감축은 조직 개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술대 위에 오른 본점 조직은 슬림화됐고,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자산관리(WM), 신탁, 기업투자금융(CIB), 디지털금융 등에 대한 인력 집중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예년에 비해 조금 달라진 분위기라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정권 말이면 어김없이 쏟아져 나오던 낙하산 인사들이 주춤한 상황이라는 것. 이에 주요 은행들은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내부에서 선출하며 집안 단속에 나서는 한편 조직을 재정비해 본격적인 리딩뱅크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 은행권 임원 인사, 안정 VS 파격
지난해 연말부터 몰아친 은행권 인사의 특징은 대형 이벤트를 전후로 해 인사 규모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전산과 노조 통합을 진행한 KEB하나은행,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최악의 실적 부진을 보여준 NH농협은행, 16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의 경우 다소 파격적인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반면 신한은행이나 KB국민은행은 상대적으로 소폭의 인사이동을 통해 조직 안정화를 꾀한 것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7월 하나·외환 양행 통합 합의 이후 IT전산 통합(2016년 6월)과 통합노조 출범(2016년 10월, 공동위원장 이진용·김정한)을 잇달아 성사시킨 후 연말 인사에서 본부장 40명 중 16명을 교체(40%)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는 창립 이래 최대 본부장 인사였다. 승진 인사만 26명(임원 62명의 41.9%, 부행장 3명, 전무 7명, 본부장 16명)에 달할 정도로 진폭이 컸다.
이번 인사에서 한준성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의 선임은 파격으로 여겨졌다. 1966년생으로 은행권 부행장 중 가장 젊은 한 부행장은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한 후 1987년 국민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 전산부 행원으로 입행해 최연소 부행장까지 거머쥔 파격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신사업기획본부장, 미래금융그룹장 등을 거치며 KEB하나은행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온 주역이기도 하다.
은행 영업의 두 축인 개인영업그룹과 기업영업그룹의 수장에는 장경훈(1963년생), 정정희(1958년생) 부행장이 선임됐다. 장 부행장은 PB사업부장, 리테일본부장, 미래금융사업본부장(전무), 그룹전략 총괄 겸 경영지원실장(전무) 등을 거친 영업·전략통이며, 정 부행장은 강남기업영업본부장, 중국유한공사 법인장, 해외사업그룹 소속 전무, 여신그룹장 등을 역임한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영업통이다.
기존 부행장 중 유제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1962년생)은 연임됐는데 부행장 4명 중 3명이 1960년대 생으로 한층 젊어진 임원진의 라인업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618억 원(명칭사용료 부담 전 당기순이익 117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한 NH농협은행은 부행장보를 포함한 11명의 부행장 중 80%가 넘는 9명을 교체하며, 2012년 3월 출범 이래 가장 큰 폭의 임원급 인사를 실시했다.
특히 9명의 부행장 중 신규 선임된 7명의 부행장(김연학, 표정수, 박철홍, 이강신, 이인기, 이창현, 한정열)은 모두 1960년생인 공통점이 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사업전략부문장으로 선임된 홍재은 상무(전 NH농협은행 자금부장)까지 더해지면 1960년생의 맨 파워가 뜨겁게 느껴질 정도다.
실적 부진에 따른 질책성 인사로 여겨질 정도로 큰 폭의 임원 인사가 단행된 가운데 통상 2년간 보장됐던 임기는 1년으로 단축돼 짧은 기간 내 유의미한 실적을 끌어내야 하는 압박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숙원 과제였던 민영화를 완수한 우리은행은 역대 최대 규모의 지점장 승진 인사(177명)를 단행했다. 이는 평년에 견줘 20% 정도 많은 숫자다. 단, 이광구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임원 24명 중 14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임원 인사는 3월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출되는 차기 은행장의 몫으로 남겨 놓은 상태다.
영업본부장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은행권 영업의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강남지역에 여성 본부장 2명(강남1·2영업본부장 한미숙, 정종숙)이 나란히 배치됐다는 점이다.
한 본부장은 지점장 승진 후 지점평가지표(KPI)에서 그룹 내 1위를 5번이나 달성하는 등 영업능력을 인정받아 이번에 특별 승진한 사례이고, 정 본부장은 갤러리아팰리스, 도곡스위트지점, 남역삼동금융센터 등 강남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옛 현대증권을 인수한 후 통합 KB증권을 출범시키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던 KB금융지주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11월까지로 다소 여유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13명의 임원이 임기 만료를 앞뒀지만 KB데이타시스템 대표로 간 이오성 전 KB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승진 또는 재임용됐다.
우선 지난해 말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박정림 부행장(1963년생)과 전귀상 부행장(1960년생)은 각각 KB금융지주 WM그룹 총괄 부사장(부행장)과 기업투자금융(CIB)그룹 총괄 부사장(부행장)으로서 은행·증권도 겸직하게 됐다.
박 부행장은 제휴상품부장, WM본부장, 리스크관리 부행장, 여신그룹 부행장 등을 거친 자산관리 부문의 베테랑으로 은행·증권의 협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됐으며, 전귀상 부행장도 대기업영업본부장, 강남지역본부장, 기업금융그룹 전무 등을 거치며 쌓은 기업 투자 노하우를 쏟아 부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외 KB국민은행은 이오성 전 부행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경영기획그룹에 허정수 부행장을, 고객전략그룹과 여신그룹에는 각각 오평섭 부행장과 이용덕 부행장을 승진, 배치시켰다.
지난해 수익성과 건전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듣는 신한은행은 연말 인사에서 주요 임원을 연임시키며 안정적인 행보를 보였다. 신한은행은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석근 상임감사위원을 비롯해 서현주·왕태욱·최병화·권재중 부행장이 연임되는 등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다만 부행장보에서 부행장까지 통상 2년여가 소요되는데 허영택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과 우영웅 CIB 부행장이 부행장보에 임명된 지 1년 만에 부행장으로 승진하고, 상무급인 일본 현지 법인 SBJ은행의 진옥동 법인장이 부행장으로 승진한 부분은 전격적인 발탁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진 부행장은 1961년생으로 지난 2008년에 일본 오사카지점장에 오른 후 SBJ은행 부사장을 거쳐 2015년 법인장이 됐으며, 개업 7주년을 맞는 SBJ은행의 총자산을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개업 당시보다 253% 증가시키는 등 발군의 영업력을 보여주었다. ◆조직 개편, 미래 먹거리 사냥 포석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등으로 올 한 해 영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은행들의 조직 개편에는 미래 먹거리 사냥을 위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공통적으로 보고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은 자산관리(WM), 신탁, 기업투자금융 등 비이자 수익이다. 이를 위해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협업, 빅데이터 등 정보 활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윤종규 회장은 ‘리딩금융그룹이라는 멋진 집으로의 복귀’를 위해 3사 겸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WM과 CIB 부문에서 지주, 은행, 증권의 3사 겸직체제를 시행하도록 하고, 이 같은 중책을 박정림 부사장과 전귀상 부사장에게 맡긴 것이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컨트롤 타워’ 전략이다.
또 KB국민은행과 KB증권의 WM그룹에 IPS(Investment Product Service, 투자상품서비스) 본부를 대칭 형태로 신설해 양 사 간 협업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으며, 자산관리와 은퇴 노후 시장의 성장을 준비하고 퇴직연금과 신탁사업 부문의 시너지 확보를 위해 기존 신탁본부를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시킨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어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개인고객그룹을 고객전략그룹으로 재편하고, 데이터분석부도 신설했다.
디지털금융 등 비대면 채널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펼친다. 윤종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금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며 “데이터분석, 로보어드바이저, 생체인증 등 금융과 기술이 융합된 핀테크 영역에는 인력을 늘리고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공언을 실현시켜줄 조직은 KB금융지주의 미래금융부 산하 ‘KB 이노베이션 허브’ 조직과 KB국민은행의 미래채널그룹에 신설된 ‘스마트마케팅부’와 ‘스마트채널지원 유닛’으로 향후 비대면 채널의 마케팅과 상품 경쟁력 확보를 전담하게 됐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손님의 상황에 맞춘 금융 상담과 솔루션 제안’을 위해 KEB하나은행도 자산관리 부문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본부체제였던 자산관리, 외환, 기업금융(IB), 신탁을 사업단으로 격상시키고, 리테일지원그룹과 자산관리그룹을 통합해 개인영업그룹으로 재편했다.
또 KEB하나은행이 갖고 있는 다양한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기 위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를 은행 내 독립 본부 형태로 운영키로 했는데, 이를 통해 은행과 연구소 간 개방형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영업점 채널 전략을 수정하고, 미래금융사업 부서의 조직을 유연한 셀 단위로 운영키로 하는 등 기존 영업 행태를 벗어난 조직 실험도 추진된다.
우선 KEB하나은행은 올해부터 허브 영업점 개념을 도입해 운영한다. 영업점을 허브(hub)와 스포크(spoke)로 구분해 지리적으로 인접한 다양한 유형의 영업점을 하나의 클러스터(cluster)로 묶은 후 허브 영업점의 시니어 지점장이 하위 스포크 영업점 지점장을 관리하게 한 것이다. 향후 비대면 채널 확대로 불가피하게 대면 채널을 축소하게 될 경우 허브 영업점이 그 충격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KEB하나은행 측의 판단이다.
이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KB국민은행도 자율경영 지역본부제도를 도입해 올해부터 시범 운영키로 한 바 있다. 본부장에게 영업과 인사, 예산 등 제반 경영활동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해 현장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유연한 조직을 구현하려 한 것이다.
이 같은 조직 형태를 KB국민은행에서는 ‘소(小) CEO’ 모델로도 부르고 있는데 KEB하나은행의 허브 영업점처럼 현장 중심의 조직 분화라는 측면에서는 교집합을 이룬다.
네이버나 위메프 등 주로 정보기술(IT) 기업에 도입돼 운영되고 있는 ‘프로젝트별 셀 조직’의 도입도 시도된다. KEB하나은행에서 미래금융사업본부 내에 6~7개의 셀 조직을 꾸려 수행 프로젝트에 한해 셀 부문장에게 부서장에 준하는 책임과 권한을 주도록 한 것이다.
보다 창의적인 미래 사업 실험을 위해 기존에 맡아온 인터넷·모바일뱅킹 업무는 각 사업본부에 넘겼다. 신규 프로젝트 단위로 부서별 업무를 바꾸고 인원을 이동하는 셀 조직문화에 대한 시도는 다른 은행들도 주의 깊게 지켜보는 실험이다.
디지털 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는 올해도 여러 은행들이 조직 개편을 통해 힘을 실어주는 부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NH농협금융지주는 지주 내에 디지털금융단을 두고, NH농협은행에는 디지털뱅킹본부, 핀테크사업부, 빅데이터전략단을 신설했는데 점차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모바일뱅킹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차기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선임 일정으로 잠시 조직 개편을 뒤로 미뤄두고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디지털뱅킹에서는 상당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존 부서를 통폐합해 디지털뱅킹그룹을 신설하고 향후 진행될 조직 개편에서 디지털 부문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자산관리 시장과 핀테크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수수료를 비롯한 논 부킹(non booking) 수익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위비플랫폼’으로 대변되는 플랫폼 네트워크의 확장을 역설한 바 있다.
더불어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총 250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며, 국내 시중은행 최대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지 맞춤형 영업과 핀테크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국제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는 구상도 조직 개편을 통해 구체화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 CEO 선임 전쟁, 리딩뱅크 경쟁 가열
시중은행들은 올해를 향후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변곡점으로 이해하고 있다.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각 은행들 앞에 절체절명의 과제들이 한 가득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상당수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의 임기 만료가 코앞이다. 오는 3월에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으며,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4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11월), 이경섭 NH농협은행장(12월)의 임기도 연내에 만료된다.
CEO들의 눈앞에 놓인 과제들은 수북하기만 하다. 지난해 12월 예금보험공사의 보유 지분 29.7%를 시장에 매각하면서 최대 숙원 과제인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과점주주 체제(한화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IMM PE, 동양생명 등)의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다른 금융그룹들과 진검승부를 펼치기 위한 지주사 체계 전환이라는 큰 과제도 밑그림을 그려야 하며, 정부 간섭 등 시장의 지속적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21%) 매각도 순차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우리은행의 차기 은행장 선임에서는 10명의 전·현직 임원들이 출사표를 냈으며, 민영화 1기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이광구 현 은행장과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이 막판까지 양보 없는 경쟁을 펼쳤다.
결국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두 차례 면접을 진행하는 등 고심을 거듭한 끝에 25일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제50대)로 이광구 현 은행장을 내정했다. 임기는 2년으로 정해졌다.
이광구 내정자는 25일 임추위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점주주 체제는 새로운 지배구조의 실험대라 할 수 있다"며 "사외이사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은행 경영성과를 높여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그는 "지주사로 전환하면 자본비율이 좋아지고 추가적으로 자회사를 M&A할 때 비용이 적게 든다"며 "(이 부분에 대해)사외이사들과 교감을 가졌으며, 계속 협의하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수익 포트폴리오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수익 포트폴리오 보강과 관련 비은행 자회사에 대한 보강을 1순위에 두고 증권과 보험을 각각 2, 3순위로 미뤄둔 점은 보험과 증권 업종에 기반한 과점주주들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이사회가 조용병 현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하며, 포스트 한동우 체제가 열리게 됐다.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라응찬 전 회장계와 비주류계가 경쟁 양상을 보이는 듯도 했지만 회장 후보였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면접 과정에서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후보직을 사퇴, 오히려 조직 결속은 더 단단해진 상태다.
올해 60세인 조용병 현 은행장(1957년생)이 차기 회장에 내정됨에 따라 한동우 회장(1948년생) 이후 세대교체는 속도를 더 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에서는 회장직을 70세까지로 제한하고 있는데 두 번의 연임을 거치면 조 내정자가 최장 9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다. 조 내정자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되는데 이후 차기 행장 선임 등 내부 조직 다지기에 나설 예정이다.
또 신한금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2조1627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4년 만에 2조 원을 돌파하고, 7분기 연속 시장의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KB금융 등 경쟁자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리딩뱅크 수성은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다른 금융그룹들이 대형 증권사를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보강을 이룬 가운데 상대적으로 열세인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 등 비은행사의 전열 정비도 시급해 보인다.
통합은행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이끌어야 되는 KEB하나은행은 함영주 은행장이 3월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연임이 점쳐지고 있다.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8월 첫 통합 KEB하나은행장을 맡아 1년 6개월이 넘게 임기를 수행했는데 내부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그의 중재자적 역할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통합 3년 차에 접어든 KEB하나은행의 최대 과제는 양행 직원들의 화학적인 결합이다. 아직 불완전한 공동노조위원장 체제로 노조가 운영되고 있는데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노조의 반발과 옛 하나·외환은행 직원의 임금과 직급 일원화 등의 문제를 노사 협상 등을 통해 원만하게 풀어야 한다.
이후에는 외국환 시장의 압도적 지위를 살려 해외 부문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자산관리, 신탁 등 비이자 수익을 확대해 리딩뱅크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해야 될 것이다.
김정태 회장은 오는 2025년에 2가지 미션을 걸어 놓았다. 글로벌 수익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는 것과 비은행 수익 비중을 30% 이상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은 전체 중 15.99%에 불과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법인 등 해외 법인 설립 과정에서 외화표시 통화 출자 등으로 인한 외환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에는 환손실 규모만 약 1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그룹 내 중심축인 KEB하나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윤종규 회장은 임기 만료가 오는 11월까지로 다소 여유로워 아직까지 차기 회장 선임 문제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현재 KB국민은행의 최대 목표는 수익성 제고를 통해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2년 연속(2015년 1122명, 2016년 2795명)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이유는 비대해진 몸집을 줄여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다.
리딩뱅크 탈환 여부와 함께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은 윤 회장의 임기 만료가 가까워진 상황에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 체제를 계속 유지할지 여부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 간에 갈등을 빚으며 발생한 ‘KB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임시방편으로 활용된 회장·은행장 겸직 체제의 효용성 문제는 아직까지도 논쟁거리다.
NH농협금융지주는 김용환 회장(4월)과 이경섭 농협은행장(12월)의 임기 만료가 연내에 모두 몰려 있다. 아직 CEO의 연임과 교체 여부는 쉽게 속단하기 이르다.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은 우선 무너진 실적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해 4분기 누적으로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막대한 충당금을 쌓게 된 부분이 뼈아팠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연말 임원 인사에서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친 상황이다. 또 기업발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빅데이터전략단을 신설하는 등 빅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내부 출신인 김도진 은행장 체제를 출범시킨 IBK기업은행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 은행장은 지난 1월 17일 부행장 4명(김창호, 배용덕, 오혁수, 최현숙)을 포함한 2300여 명의 대규모 승진·이동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첫 과제인 인사를 마무리한 IBK기업은행은 현재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 공고를 내고 지주사 전환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주사 전환의 틀을 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IBK기업은행의 자회사들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소문이 무성해 골치를 썩고 있다. 이에 IBK기업은행 노조에서는 성명서를 내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가 없을 텐데 기획재정부가 정말 이러한 발상을 하고 있다면 이것이 공산주의랑 무엇이 다른가”라며 기재부와의 공식 면담을 요청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IBK기업은행의 정부 지분은 51%다. 과거 민영화를 전제로 공기업에서 제외됐다가 2년 만인 2014년에 기타 공공기관에 재지정된 바 있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이 심해 시장 경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IBK기업은행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중소기업 금융 지원이라는 본연의 책무 외에도 2016년을 기준으로 지난 5년간 정부에서 가져간 배당금만 9827억 원에 이른다.
본격적인 시장 경쟁을 준비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김도진 은행장이 정부의 자회사 공공기관 지정 움직임에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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