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INSIDE]
‘양대 산맥’ 효성·코오롱…삼천리·KCC오토 등도 뛰어들어
한국 수입차 시장 이끄는 큰손, '어디'
(사진)경기도 평택시 아우디, 폭스바겐 PD(출고 전 차량 점검)센터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자동차 시장에 보이지 않는 손, 딜러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최근 기업들은 딜러 사업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소비 불황에도 국내 외제차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젤 게이트’에 울고 웃은 기업들

대기업 중 외제차 수입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효성과 코오롱을 뽑을 수 있다.
효성은 계열사 더클래스효성·프리미엄효성을 통해 수입차를 판매하고 있다. 효성이 판매하는 수입차만 해도 벤츠·도요타·렉서스·페라리·마세라티 등 다수다.

이 중 계열사 더클래스효성은 독일의 외제차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딜러로 2004년부터 국내 고객들과 벤츠를 이어주고 있다. 강남·분당·송파·안양·평촌·청주·천안·구리 등 국내에서 총 7곳의 벤츠 전시장과 8곳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더클래스효성이 판매한 벤츠는 총 1만71대로, 국내 벤츠의 총 판매량인 5만6343대 중 17.9%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판매된 전체 수입차 중 4.5%를 판매했다.

효성그룹은 더클래스효성 외에도 프리미엄효성을 통해 렉서스를, 효성토요타를 통해 도요타를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2015년에는 마세라티와 페라리를 수입 및 판매하는 FMK를 동아원그룹으로부터 인수해 수입차 판매 사업의 보폭을 넓혔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더클래식효성은 구매 고객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와 지속적인 고객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가망 고객을 위해 전시장별로 매월 시승 행사 프로그램을 운영해 언제든지 벤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효성의 외제차 수입은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의 삼남 조현상 사장이 주력으로 맡고 있는 분야다. 조현상 사장은 2015년 더클래스효성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효성이 보유했던 더클래스효성 지분 76만9230주 전량을 매입한 것이다. 현재 조 사장은 더클래스효성 지분 61.5%를 갖고 있다. 또 FMK의 사내 이사도 맡고 있다.

코오롱의 계열사 코오롱모터스는 1987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BMW를 수입해 판매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수입차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의 공시에 따르면 코오롱모터스는 2016년 3분기 기준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BMW의 25%를 팔았다. 2016년 코오롱모터스를 통해 판매된 외제차는 BMW 1만1251대, 미니(MINI) 1899대, 롤스로이스 46대다. 또 코오롱아우토를 통해 아우디를, 코오롱오토모티브가 볼보를, 코오롱오토플랫폼이 수입 중고차를 판매 중이다.

코오롱그룹은 수입차 판매 계열사 모두에게 통합 운영 시스템을 적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코오롱모터스는 30년간 축적된 사업 노하우를 통해 선진화된 시스템과 우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 시장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종합 에너지 그룹 삼천리는 지난해 12월 제이제이모터스를 인수하며 BMW의 신규 딜러사로 선정됐다. 이후 제이제이모터스는 ‘삼천리모터스’로 새 출발했다. 삼천리모터스는 청주와 천안에서 BMW 전시장과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견 기업 중에는 KCC오토가 수입차 사업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2011년 KCC정보통신으로부터 지주부문 분할된 KCC홀딩스는 정보기술(IT)과 오토 사업을 펼치고 있다. KCC정보통신 아래 KCC오토·KCC오토모빌·KCC모터스·아우토슈타트 등이 있다.

이 중 KCC오토는 메르세데스-벤츠, KCC모터스는 혼다, KCC오토모빌은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공식 딜러를 맡고 있다. KCC오토는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의 아들인 이상현 부회장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반면 GS그룹은 수입차 사업 규모를 차차 줄이고 있다. GS엠비즈는 지난해 6월 30일자로 폭스바겐 자동차 판매 사업에서 손을 뗐다. GS엠비즈는 국내 폭스바겐 자동차 판매권을 또 다른 딜러사인 마이스터모터즈에 넘겼다.

현재는 센트럴모터스를 통해 렉서스 국내 판매만 맡고 있다. GS가 수입차 사업 영역을 축소한 이유는 지난해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 발생하며 그룹 이미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은 현재 ‘메가딜러’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 차종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수입 차
종을 판매함으로써 딜러 사업 규모를 넓혀 가는 것이다. 이는 예상하지 못한 악재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수입차 판매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시장에 빅 이슈는 ‘디젤 게이트’였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이 디젤가스의 배출량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폭스바겐 디젤 자동차 80개 모델이 판매 중지됐다.

이에 따라 효성과 코오롱의 희비가 엇갈렸다. 코오롱모터스의 주력 판매 차량 아우디가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로 판매가 중단돼 난항을 겪었다. 반면 디젤 게이트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 차량에 비해 유해가스 배출량과 연비를 낮춘 ‘하이브리드’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한 도요타가 높은 관심을 얻었고 덩달아 도요타 국내 수입을 맡고 있는 효성토요타의 영업이익이 급성장하게 됐다.
한국 수입차 시장 이끄는 큰손, '어디'
(사진)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코오롱그룹 제공
한국 수입차 시장 이끄는 큰손, '어디'
(사진) 조현상 효성 사장. /효성그룹 제공

◆수입차 사업은 오너가의 경영 사관학교

기업들이 수입차 판매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순익 성장을 위해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4년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19만6359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13.92%를 차지했다. 1년 후인 2015년 24만3900대로 증가해 점유율 또한 15.53%로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의 영향을 받아 22만5279대로 다소 감소했지만 10년 전인 2006년 4만530대에 비해 약 18만 대가 증가했다. 2030세대의 외제차 선호 현상으로 향후 국내시장에서 수입차 시장의 전망은 무척 밝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15% 수준인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중기적으로 25~ 30%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의도도 있다. 국내 수입차 판매 시장의 양대 산맥인 효성과 코오롱 모두 섬유와 화학이 주력 분야다. 양사가 수입차 판매에 관심을 갖게 된 것 또한 자사의 주력 사업과의 연관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효성의 전통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와 탄소섬유는 자동차 부자재와 연관이 있다. 효성의 타이어코드는 브리지스톤·미쉐린을 비롯한 외국 타이어 기업과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에 납품되며 전 세계 타이어코드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한다.

효성은 또 자동차용 내장재로 쓰이는 카 매트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확대에 나서고 있고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친환경 신소재인 폴리케톤(POK) 사업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자동차 소재 사업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효성은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및 타이어 제조사들과 함께 고객의 안전과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선진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 또한 프리미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내 B2C(Business to consumer) 사업군인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 부문과 프리미엄 브랜드 유통, 골프클럽과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삼천리그룹도 수입차 시장 진출을 통해 자동차 산업으로의 확장을 꾀한다. BMW 딜러사 공식 선정 시 삼천리그룹 측은 향후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이 본격화되면 에너지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천리그룹은 기존에 추진 중이었던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충전 사업과 BMW의 친환경차 판매를 연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오너가의 경영 수업과도 연관이 있다. 수입차 사업엔 효성 조현상 사장, KCC정보통신 이상현 부회장을 비롯해 3·4세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만들기보다 기반이 갖춰진 상태로 시작하는 수입차 사업이 경영을 배우기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 이끄는 큰손, '어디'
(사진)렉서스의 강남 A/S센터에서 자동차 AS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경제신문

◆자본 앞세운 대기업 딜러 선호할 수밖에

일각에선 대기업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치중하기보다 자본만 있으면 손쉽게 행할 수 있는 수입차 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수입차 판매 대기업들은 2012년 골목 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따라 두산이 2004년부터 혼다자동차 판매와 정비 사업을 해 온 두산그룹 계열사 DFMS의 수입차 딜러 사업을 2012년 중단했다.

대기업의 수입차 판매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은 여전할까. 대기업들은 딜러권을 딸 때부터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대형 자본을 앞세워 전시장과 애프터서비스센터 설치 계획까지 제시한 대기업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소 딜러사들은 수입차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은 후 그 후에 애프터서비스(AS) 센터를 확보하겠다고 말하지만 대기업들은 이미 판매 계획이 완료된 상태다. 대기업이 딜러십 경쟁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수입차 판매 기업 관계자는 “수입차 사업은 초기 운영자금의 규모가 커 소규모 기업의 사업 영역으론 적합하지 않다. 애초에 국내 수입차 시장은 중견 및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설명했다.

또 다른 수입차 판매 기업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골목 상권 침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이러한 논란이 사그라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수입차 애프터서비스는 고객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대형 자본을 투자한 대기업에 맡기는 게 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