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엔 후시딘’ vs ‘흉터엔 마데카솔’…한국 대표 상처 연고제 37년 경쟁사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가정상비약을 꼽으라면 흔히 상처 연고제를 떠올린다. 국내 상처 연고제 시장에서는 주요 성분이 다른 동화약품의 후시딘과 동국제약의 마데카솔이 30년 이상 경쟁 체제를 보이고 있다.
후시딘은 1980년 출시 이후 상처 연고제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마데카솔은 1970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1984년 자체 기술 생산에 성공하며 후시딘을 추격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IMS헬스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후시딘은 약 160억원, 마데카솔은 약 150억원(의약외품 포함)의 매출을 거뒀다.
◆후시딘, 피부 침투력 뛰어나
후시딘과 마데카솔이 등장하기 전에는 상처가 나면 이른바 ‘아까징끼’로 불리던 소독약 ‘머큐롬’을 상처 부위에 주로 발랐다.
당시 어린이들은 상처가 아물며 생기는 딱지가 가렵고 불편해 무리하게 떼어내다가 상처가 덧나거나 흉터가 발생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후시딘과 마데카솔이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접어들면서 상처에 생긴 딱지를 떼어내는 일이 현저히 줄었다.
후시딘은 ‘딱지 위에 그냥 발라도 딱지를 떼어내고 발랐을 때와 똑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광고 문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마데카솔은 식물 성분을 주성분으로 한 순한 상처 연고제라는 점과 ‘새살이 솔솔’, ‘흉터엔 마데카솔’ 등의 문구를 앞세워 맞불을 놓았다. (사진) 1986년 후시딘 광고. /동화약품 제공
후시딘은 1980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동화약품이 덴마크 레오파마와 판매 제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897년 창립된 동화약품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사로, 후시딘을 비롯해 활명수·판콜·잇치 등 매출 100억원 이상 블록버스터 일반의약품을 다수 보유한 회사다.
레오파마는 2011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그동안 국내에서 위탁판매하던 제품의 판권을 모두 회수했다. 하지만 후시딘의 판권 라이선스만 유지하기로 했다.
레오파마가 직접 후시딘을 팔더라도 동화약품의 영업력과 인지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현재 후시딘의 글로벌 판매 1위는 한국의 동화약품이 유지하고 있다.
후시딘은 ‘퓨시드산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한다. 이 성분은 피부감염증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과 연쇄구균에 대해 강력한 살균 효과를 나타낸다. 이차감염을 예방해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고 흉터 발생을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후시딘의 독특한 분자구조는 탁월한 피부 침투력을 가져 깊은 부위의 염증까지 신속하게 치료한다. 딱지 위에 발라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유다.
후시딘은 지난해 연매출 200억원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동화약품 일반의약품 매출의 약 13%에 달하는 수치다. 후시딘은 지난해 기준 연간 600만 튜브(연고형 기준)가 생산되고 있다. 1993년 이후 약 300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 중이다.
후시딘은 최근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99.3%의 소비자 인지도를 보이기도 했다. 2004년엔 서울시 정도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상처 치료제 중 유일하게 포함되기도 했다.
동화약품은 기존 후시딘 연고 외에 다른 제형의 제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후시딘 겔’은 끈적임 때문에 연고를 바르기 어려운 얼굴이나 체모 부위에도 번들거림 없이 바를 수 있다. ‘후시딘 밴드’는 후시딘 성분이 함유돼 흉터 예방은 물론 항균 효과까지 갖춘 습윤 밴드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1회용 개별 파우치에 담은 ‘후시딘 연고 휴대용(7.5g)’을 출시하기도 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후시딘은 스테로이드 성분을 함유하지 않아 발육 장애, 부신 억제 등의 부작용 우려가 거의 없다”며 “신생아(생후 4주)와 미숙아를 제외한 모든 아이에게 사용 가능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식물 성분 마데카솔
마데카솔은 1970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동국제약은 당시 프랑스 ‘라로슈라바론’의 제품을 수입해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동국제약은 1968년 설립 이후 마데카솔을 비롯해 인사돌, 오라메디, 정맥 순환 개선제 센시아, 탈모 치료제 판시딜, 여성 갱년기 증상 치료제 훼라민큐 등을 생산 중인 회사다.
동국제약은 1977년 마데카솔을 국내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1984년 라로슈라바론으로부터 주요 기술을 이전 받아 자체 기술로 생산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1998년 복합마데카솔 광고. /동국제약 제공
마데카솔은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가 주산지인 ‘센텔라아시아티카’라는 식물의 정량추출물을 주원료로 한다. 브랜드명 마데카솔은 이 식물이 자라는 곳 ‘마다가스카르 섬’의 지명에서 유래됐다.
마데카솔의 주성분인 ‘센텔라 정량추출물’은 상처의 치유 과정에서 정상 피부와 유사한 콜라겐을 합성하도록 도와 새살을 빠르게 재생시킨다. 상처 치유 후 흉터가 남지 않도록 돕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동국제약은 마데카솔 연고 출시 이후 1985년 ‘복합마데카솔 연고’, 1993년 ‘마데카솔분말’, 2009년 ‘마데카솔케어연고’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마데카솔케어는 감염 위험이 적은 일반 상처나 민감한 피부의 상처에 적합하다. 영유아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주성분 중 74%가 식물 성분(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이며 살균 성분(네오마이신황산염)이 일부 함유돼 있다. 식물 성분을 통한 피부 재생 효과를 통해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마데카솔분말은 100% 식물 성분인 분말 형태의 제품이다. 상처의 통증으로 연고를 바를 수 없거나 진물·출혈이 있는 상처 부위에 적합하다. 특히 병상에 오래 누워 있어 욕창이 발생한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군화를 늘 착용해야 하는 군인들에게도 인기다.
복합마데카솔은 화상·찰과상·자상·열상 등 염증이 우려되는 상처나 이미 염증이 발생한 상처에 적합하다. 식물 성분과 살균 성분, 항염 성분이 복합 처방돼 있다. 덧나지 않으면서 새살이 빨리 돋도록 하고 염증을 방지한다.
마데카솔 라인업의 대장 격인 마데카솔연고는 100% 식물 성분 제품이다. 2011년 8월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염증 및 이차감염 우려가 없는 상처에 딱지가 생기기 전후 꾸준히 바르면 효과적이다. 흉터 예방 효과도 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각각의 특성을 지닌 마데카솔 제품은 대규모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며 “상처별로 특화된 기능과 제형으로 차별화해 소비자가 상처 유형에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활용 사회공헌 경쟁도 치열
두 회사는 대표 제품인 후시딘·마데카솔 브랜드를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동화약품은 2010년부터 유소년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홍명보 축구교실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치부·초등부 300여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홍명보 축구 페스티벌’을 열었다. (사진) ‘2016 후시딘과 함께하는 홍명보축구교실 페스티발’. /동화약품 제공
후시딘은 야구장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아이들에게 안전 헬멧을 제공하는 ‘넥센 히어로즈 어린이 안전 캠페인’,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출산·육아 교실(매터니티 스쿨)’ 후원 등도 진행하고 있다.
후시딘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젊은 소비자와 소통하기도 한다. ‘상처’와 ‘공감’을 주제로 한 후시딘 브랜드 페이스북 페이지 ‘후시딘 상처공감 다이어리’는 개설 이후 건강·제약·의학 카테고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후시딘 상처공감 다이어리는 페이지 개설 5년 만에 10만 명의 누적 팬을 보유 중”이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약은 마데카솔의 수익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공익 캠페인 등을 전개 중이다.
마데카솔은 2009년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을 통해 전국 19개 국립공원에 마련된 600여 개 구급함에 들어가는 구급 용품을 후원한다. 매년 봄·가을엔 동국제약 임직원이 주요 등산로 입구에서 ‘산행 안전 캠페인’을 전개한다.
마데카솔은 2011년부터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의 ‘소아암 어린이 봄나들이’ 행사를 후원 중이며 전국 1000여 개 보육 기관에 구급 가방을 무상 지원하는 ‘우리 아이 안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마데카솔은 축구·야구 종목의 스포츠 꿈나무 육성을 위한 스포츠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2011년부터 매년 한국리틀야구연맹 대표팀에 야구 용품과 구급함을 지원하고 있다. 2012년부터 한국유소년축구연맹이 주최하는 주요 대회 참가 팀에 구급함과 구급 용품을 지원 중이다. (사진) ‘2014 경주 유소년축구대회’에서 준우승한 한국 대표팀이 우루과이 대표팀과 경기 중이다. /동국제약 제공
동국제약 관계자는 “마데카솔의 슬로건인 ‘마더스 케어’에 걸맞게 엄마의 마음을 담은 스포츠 꿈나무 후원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위의 이웃을 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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