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사내벤처 운영 CEO 인터뷰]
사내벤처 ‘지하연구소’ 경영자, 김민규 넥스트플로어 대표
김민규 대표 "수익 넘어 진짜 재미 찾는다"
(사진) 김민규 넥스트플로어 대표가 사내벤처 '지하연구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최근 역할수행게임(RPG) ‘데스티니차일드’로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차트를 석권한 게임사 넥스트플로어엔 비밀스러운 조직이 있다.

사내 공식 프로젝트와 무관한, 소수의 개발자들이 개별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내벤처, 이른바 ‘지하연구소(NextFloor Basement LAB)’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스토리형 역할수행게임(RPG) ‘브레이브 존’과 퍼즐게임 ‘야미파티’를 비롯해 시뮬레이션 게임 ‘스페이스 크루’를 출시한 바 있다.

지하연구소를 이끄는 김민규(33) 넥스트플로어 대표는 게임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개발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사내벤처라고 자신했다.

실제 올 한 해 3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세상 밖으로 나와 지하연구소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연구소는 게임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는 사내 독립 개발 스튜디오예요. 자사 소속 디렉터들이 회사 차원의 프로젝트 외에도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는 공간이죠. 지금은 3개 팀을 운영 중입니다. 팀별로 최소 2명에서 4명까지 소수 정예가 움직이고 있죠.”

김 대표는 지하연구소 소속 직원(개발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신 프로젝트의 기한을 1년으로 정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을 모두 회사가 떠안는 반면 1년 후 기대와 다른 결과를 얻더라도 이에 대한 부담을 개발자(직원)가 떠안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프로젝트 선정 등의 스타트는 제가 결정합니다. 예를 들면 ‘고스톱이나 성인용 게임은 안 된다’ 등의 제한선을 두는 거죠. 또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취사선택하거나 ‘이런 부분을 하면 좋지 않을까’ 제안하는 역할을 하긴 합니다.

협의가 끝난 이후 회사가 간섭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디렉터에게 상당 부분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기반 일체를 지원하고 있죠.”

이렇다 보니 지하연구소에선 최근 시장의 대세 흐름과 다른 마이너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새로운 시도에만 초점을 맞출 수는 없지만, 김 대표는 사내벤처의 역할은 수익 창출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잊지 않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이 '발전'하고 시장에서 '발견'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지하연구소의 문을 두드리는 데는 ‘돈’을 생각했을 때 절대 할 수 없는 것들, 즉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거나 아주 독창적인 것을 하고 싶을 때예요. 그도 아니라면 더 큰 프로젝트를 위한 발판을 삼기 위해서겠죠.”
김민규 대표 "수익 넘어 진짜 재미 찾는다"
(사진) 게임사 넥스트폴로어의 사내벤처인 지하연구소 소속 팀원들이 프로젝트A를 위한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있다. /서범세 기자

이 회사는 아직 사내벤처를 통해 분사(spin-off)한 기업은 없다. 김 대표는 향후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효율성을 자신할 수 있을 때 분사를 고려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소속 직원들이 처음에는 파이팅이 넘치지만 어떤 한 경계선을 지나는 순간 ‘이 게임의 성공이 내 성공이 아니라 회사의 성공’이라고 생각할 때가 와요. 속된 말로 ‘공무원화’라고 표현하죠. 그 시점부터 회사는 힘을 잃고 방향도 잃습니다.

조직이 효율을 낼 수 있는 것은 ‘우리’라는 경계가 명확한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분사를 통해 우리라는 경계가 명확해지면 조직 전체도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넥스트플로어 역시 자회사, 분사 기업들과 함께 ‘얼라이언스(동맹 체제)’를 만들고 싶어요. 단, 분사시기는 자생이 가능한 시점에 이르러야겠죠.”

사내벤처를 통해 그가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개발자의 자율을 보장함으로써 대중에게 게임의 다양성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에는 이러한 목표에 발맞추기 위해 지하연구소를 통해 최근 시장이 조명하지 않는 콘솔게임 ‘키도:라이드 온 타임(디렉터 비피더스 팀)’을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현재 총 3종 정도의 추가적인 프로젝트가 지하연구소를 통해 개발되고 있다.

“넥스트플로어의 대표작인 ‘드래곤 플라이트’ 역시 인디게임에 근간을 두고 개발을 진행한 만큼 좀 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지하연구소’를 통해 출시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좋은 개발자를 키우고 싶고요. 지하연구소에서 색다른 플랫폼, 전에 없던 새로운 게임이 발견돼 시장에 각인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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