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감염병관리과 25시
감염병을 최일선에서 막는 사람들
(사진)감염병관리과 직원들은 언제나 24시간 대기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사스와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등 경기도는 일련의 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감염병 대비체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11월 1일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감염병관리과를 신설, 한발 앞선 보건행정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감염병 공포의 최일선에서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경기도 감염병관리과의 분주한 일상을 엿보고 왔다.

◆ AM 07:00 비상사태! 에볼라 의심환자 신고 접수

오전 7시, 감염병관리과는 이미 분주한 하루가 시작됐다. 해외에서 귀국한 뒤 38도 이상의 고열 증세가 있다며 지역 보건소로 의심환자가 신고를 해왔기 때문이다.

지역 보건소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은 감염병관리과의 역학조사관은 신고자의 증상, 병력, 이동경로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상당 부분에서 에볼라 의심 증세가 보여 일단 자택격리 조치를 한 뒤 격리병원 수배에 나섰다.

의심환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반면, 감염내과 의사 등 전문인력은 어느 병원에나 상시 대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격리병원을 찾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도 오늘은 하늘이 도왔는지 몇 번의 전화 통화 끝에 인력이 있는 격리병원을 찾았다.

최초 신고에서 격리병원으로 의심환자를 이송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1시간 30여 분. 일반적인 직장 출근시간까지는 아직도 30여 분이 남았건만 감염병관리과 직원들은 이미 한바탕 전투를 치른 기분이다.

◆ AM 11:30 검체 분석 결과 기다리며 양성 사태 대비
의심환자를 안전하게 격리병원으로 이송했으니 미션 완료인 듯 보였으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감염병관리과 직원들의 표정에서 긴장과 초조함이 느껴졌다.

“의심환자 최초 신고에서 병원 격리까지 빠르면 1~2시간, 아무리 늦어도 반나절이면 다 끝납니다. 그런데 의심환자의 검체 분석 결과를 기다리는 6시간이 정말 피마르는 시간이에요.”
빙성남 위기대응팀장이 긴장감의 이유를 설명해줬다.

환자를 이송하면서 검체를 채취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냈고 그 결과가 나오길 모두가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 기다림 끝에 전달된 결과가 음성이면 안도의 한숨을 쉬지만, 양성이라면 환자의 이동경로와 접촉자를 모두 파악한 뒤 일일이 연락을 취하고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의심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래서 감염병관리과 직원들은 언제나 24시간 대기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평일에 가장 늦게 불이 꺼지고 휴일에도 비상근무가 당연한 부서인 만큼 긴장감과 피로도가 높고, 늦은 시각에 휴대폰이 울리면 덜컥 겁부터 나는 트라우마가 생긴 직원들도 많다고.
감염병을 최일선에서 막는 사람들
(사진) 조류인플루엔자 살처분 현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긴급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PM 01:00 AI 인체감염대책반 현장 출동

에볼라 환자 발생 여부를 두고 모두가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대책반엔 현장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급하게 현장으로 떠나는 유석현 역학조사관의 뒤를 따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유행으로 전국 각지에서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감염병관리과는 조류가 아닌 사람에 대한 감염 예방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유 조사관은 “이번에 발생한 H5N6형은 확산속도가 빠르고 경로추적이 어려워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며 “중국에서는 이미 AI 인체감염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의 한 살처분 현장에 도착한 유 조사관은 지역 보건소 관계자와 같이 살처분 투입 인력의 인체감염 예방을 위해 개인보호장비를 지급하고 착탈교육을 실시했다. 보건소 측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 항바이러스제 투여 등 조치사항을 점검하는 것까지가 유 조사관의 일. 그런데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용역업체 인력 중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무슬림들이 살처분 작업을 거부하고 가버린 것. 급히 충원한 인력 중에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포함돼 또 한 번 난감한 상황이 닥쳤다.

유 조사관은 “인력의 국적을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어 이런 난감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며 “또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살처분 작업 인력으로 투입할 수 없는데도 막무가내이거나 잘못된 행동습관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감염병을 최일선에서 막는 사람들
(사진)살처분 투입 인력의 인체감염 예방을 위해 개인보호장비를 지급하고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PM 05:50 에볼라 의심환자 검체 음성 판정

다시 찾은 감염병관리과 사무실 분위기가 한결 밝아진 느낌이었다. 오전에 모두를 긴장시켰던 에볼라 의심환자의 검체 분석 결과가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됐단다.

격리병원으로 보내졌던 의심환자도 귀가조치 했다고 했다. 꼭두새벽부터 모두를 놀라게 한 에볼라 의심환자 해프닝에 지쳤을 법도 한데, 오히려 이런 자진신고 덕분에 더 큰 감염병 사태를 막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감염병관리과 직원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다.

조정옥 감염병관리과장은 앞으로 감염병관리과가 도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은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질병이에요. 감염병을 두려워하기보다 올바른 예방법과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요.”

이를 위해 경기도는 신속하고 정확한 감염병 감시체계와 전산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했다. 화상회의가 가능한 시스템은 물론 SNS,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한 대외 홍보 강화로 도민들도 감염병 발생현황이나 대응방법을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각 시군별로 생물테러나 신종 감염병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정기 모의훈련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 과장은 “올해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기존 2개 병원에서 3개 병원으로 확대하고 도와 시군 보건소, 공공의료기관과 민간 병의원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쓰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라이프 한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