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신탁시장 700조 전쟁 : 신상품]
‘VVIP 전유물’ 이란 편견은 이제 그만~ 문턱 낮은 ‘이색’ 신탁 눈길
‘유언신탁’·‘치매신탁’·‘펫신탁’ 등 고객 맞춤형 상품 봇물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국내 은행들이 VVIP 고객의 전유물로 여기던 신탁 상품의 문턱을 낮추며 고객층 확대에 나섰다. 기존 고액 자산가들이 가입하던 상품 외에 고객 맞춤형 상품이나 눈길을 끄는 이색 상품들도 속속 출시됐다.

기존의 신탁들은 일반 상품보다 수수료가 높은 편이이서 특정 고객층에만 판매되던 것이 사실이다. 물려줄 재산이 많은 이들만 가입하는 상품이라는 편견은 그만. ‘유언대용신탁’, ‘치매신탁’, ‘펫신탁’ 등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접근하기 쉬운 이색 신탁 상품들을 소개한다.
'부자들의 전유물' 신탁, 문턱 없앤 '이색' 상품 봇물
◆ 유언신탁, “나 죽으면 물려줘”


유언장 없이도 안전하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유언신탁’ 상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생전에 자신의 재산을 맡기면서 본인을 수익자로 정하고 사망 후 상속받을 수익자를 지정해 놓으면 사망한 후 정해 놓은 수익자에게 신탁한 재산을 안정적으로 승계해 주는 상품이다.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신탁 계약서가 유언장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한다. 살아생전에 유언신탁을 계약해 놓으면 사후 상속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으로는 우리은행의 절세형 증여신탁인 ‘명문가문 증여신탁’이 대표적이다.



최소 가입 금액이 3억원으로, 은행에 한꺼번에 돈을 맡기면 6개월에 한 번씩 원금과 이자를 자녀 앞으로 지급하는 형태다. 이 상품에 가입해 정기적으로 분할 증여하게 되면 상속증여세를 10% 할인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출시 5개월 만에 678억원이 몰렸다.


신영증권은 상속과 증여에 특화된 ‘신영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종합 자산 관리, 자산 승계, 특별 부양, 공익 기부 등 4가지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에 포함된 유언대용신탁은 일반적인 상속·증여와 달리 생전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산을 관리하다가 사후에 유산을 배분해 주는 상품이다.



가족안심플랜은 생애 주기별로 교육비, 결혼 자금, 노후 자금 등을 설계해 자금을 일시 또는 나눠 지급한다.


신한은행의 ‘신한내리사랑증여신탁’은 지난해 12월 출시됐다. 이 상품은 유언대용신탁으로 재산 운영 방안이나 상속의 형태를 위탁자가 지정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이다.



상속인이 미성년자이거나 장애를 가졌을 때 등 상황에 따라 위탁자가 원하는 대로 재산 상속 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 위탁자의 파산 등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서도 신탁했던 재산은 상속할 수 있어 더욱 안전하다.


미국에선 유언신탁·금전신탁·부동산신탁 외에 생명보험도 신탁 자산에 포함하고 있어 사망 보험금을 신탁으로 받을 수 있다.


한편 유언대용신탁은 민법의 적용을 받아 ‘유류분청구권’을 보장해야 한다. 법적 상속자가 수탁자에게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유의해야 한다.




'부자들의 전유물' 신탁, 문턱 없앤 '이색' 상품 봇물
◆ 실생활 연계 신탁, ‘치매 대비’ ‘반려견 부양’ 등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치매안심신탁’과 ‘성년후견 지원신탁’을 선보였다. 두 신탁 역시 위탁자의 재산을 살아 있는 동안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지 않고 사후에 상속할 수 있게 하는 유언대용신탁이다.



‘치매 안심신탁’은 최소 가입 금액이 3억원이다. 치매를 대비해 자산 관리를 설계해 주고 치매 판정 후에는 병원비·간병비·생활비 등을 안정적으로 지급 및 관리해 주는 맞춤형 자산 관리 상품이다.



하나은행이 유언대용신탁을 선보인 것은 2010년 4월부터다. 하나은행은 ‘유언신탁’을 상대적으로 발 빠르게 론칭해 많은 고객이 가입된 상태다. 지난해 기준으로 유언대용신탁 상품의 규모는 2700억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치매와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KB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치매가 발병했을 때를 대비한 상품이다. 추후 치매에 걸려 후견인이 필요하면 위탁자가 은행에 치료 자금으로 미리 맡겨 놓았던 금전을 지급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반려견과 생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최근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펫(Pet)신탁’은 위탁자가 생전에 자금을 맡겨 놓고 반려견을 맡아 돌봐줄 부양인을 지정해 놓으면 위탁자가 사망한 뒤 부양인에게 은행이 자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맡겨 놓은 자금은 일시 또는 분할로 지급할 수 있다. 초기에는 반려동물 대상으로 개만 지정했지만 최근 이 상품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며 가입 대상 동물을 고양이까지 확대했다. 만 19세 이상 성인이 월 1만원 이상, 일시금으로 200만원 이상 납입할 수 있고 한도는 1000만원이다.


◆ 해외 이색 신탁 ‘눈길’, 별별 신탁 다 있네


이 밖에 해외에서 눈길을 끄는 이색 신탁은 ‘저작권 신탁’과 ‘탄소배출권’ 신탁이다.



일본에서 활성화된 ‘저작권 신탁’은 예술가들이나 회사 차원에서 주로 가입한다. 저작권 신탁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신탁 회사에 이전한다. 신탁 회사는 저작권 관리에 따라 취득한 저작물 사용료를 위탁자가 지정한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형태다.


저작권 신탁은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상 상품으로 등록 가능하지만 수요나 시장성이 낮아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탄소배출권 신탁’은 6대 온실가스(이산화탄소·메테인·아산화질소·과불화탄소·수소불화탄소·육불화황)를 일정 기간 동안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신탁 회사에 맡기는 상품이다.



위탁자는 신탁 계약을 통해 자유롭게 탄소배출권을 양도할 수 있어 거래가 간편해지고 법률관계가 안정될 수 있다. 탄소배출권이 위탁자인 배출 기업에서 수탁자에게 맡겨지면 배출 기업은 배출량 감축에만 집중하면 돼 온실가스 관련 사업에 효과적인 상품이다.


최근엔 미국 ‘자산유동화신탁’도 국내에 들어왔다. 위탁자의 채권·부동산 등의 재산권을 담보로 유가증권이나 기타 사채 등 새로운 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탁 회사는 위탁자로부터 금전을 신탁받아 그 자금으로 다른 위탁자의 유동화 자산을 양도받고 그 자금으로 또 다른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등 다단계 형태로 운영된다.


socool@hankyung.com

[기사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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