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서울시 아파트 연한 평균 17.33년…노후화→인구 감소→전셋값 약세 현상으로
늙고 있는 서울시, 떠나는 사람들
[한경비즈니스 칼럼=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서울시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년 전인 2011년 1월 1031만2835명이었던 인구는 2017년 1월 993만478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는 92만7388명, 인천은 18만2887명이나 늘어났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의 전세난을 피해 경기도나 인천으로 이사를 간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전세금 상승분이 소득 증가분을 넘었기 때문에 한계 가구들이 집값이나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기도나 인천으로 이사를 가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 6년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KB국민은행 통계)을 보면 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서울은 48.0%인데 경기도는 그보다 높은 51.2%였기 때문이다. 서울만 전셋값이 오른 게 아니라 경기도는 더 올랐던 것이다.

물론 상승률과 상승분은 다르다. 예를 들어 A 지역의 전셋값이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올랐다면 상승률은 20%가 되지만 상승분은 2000만원에 불과하다. 한편 B 지역의 전셋값이 4억원에서 4억6000만원으로 올랐다면 상승률은 15%밖에 되지 않지만 상승분은 6000만원이나 된다.

이때 6000만원의 전세금 인상분을 마련할 길이 없는 B 지역의 세입자는 눈물을 머금고 2000만원밖에 오르지 않은 A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상승률보다 상승분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 새 아파트 공급이 잘 안 되는 서울

하지만 주거지를 옮기는 것을 두고 단순히 집값의 변동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주거지를 바꾼다는 것은 주거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까지 출퇴근 거리도 달라지고 자녀의 학교도 달라진다. 게다가 주택의 노후화 정도 또한 달라진다.

단순히 전셋값 상승분만 가지고 주거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가격 대비 주거의 질에 따라 주거지를 옮길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 극명한 예가 서초구와 노원구다. 지난 6년 동안 노원구의 인구는 4만3777명이 줄어들었다. 반면 서초구는 1만1702명이나 늘었다. 인구가 크게 줄어든 노원구는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46.0%에 그쳐 서울시 평균 이하다.

하지만 인구가 크게 늘어난 서초구는 전셋값 상승률이 48.2%로 노원구는 물론이고 서울시 평균을 웃돈다. 전셋값 절대치만 하더라도 서초구가 노원구보다 훨씬 높다.

서초구는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579만원이고 노원구는 283만원이다. 서초구가 노원구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이는 지난 6년간 서초구에서 계속 살려면 노원구보다 훨씬 많은 돈을 올려줘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크게는 서울시, 작게는 노원구의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전세금 폭등 현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서울시나 노원구의 인구가 줄어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서울시가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주택총조사’에 있는 기간별 주택 수 자료를 중위 값을 가중평균하는 방법론으로 분석한 결과 2015년 11월 기준으로 한국 아파트의 평균 연한은 16.02년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서울시는 17.33년으로 전국에서 가장 낡은 아파트 연한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에도 새 아파트는 있다.

하지만 전체 아파트 중에서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다른 지역엔 아파트를 지을 땅이 많지만 서울에는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새 아파트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늙고 있는 서울시, 떠나는 사람들
◆ 재개발 부진 속 주거 건물의 노후화

노원구와 서초구 문제로 다시 돌아가 보자. 서초구의 연한은 18.6년으로 서울시 평균보다 조금 높다. 그런데 노원구 아파트의 연한은 21.8년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오래됐다.

낡은 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20년 이상 된 아파트의 비율을 살펴봐도 서초구는 41%인데 노원구는 66%로 세 채 중 두 채가 낡은 아파트다.

그런데 2005년에는 전혀 다른 통계를 보여준다. 2005년 노원구에는 20년 이상 된 아파트가 1836채로 전체 아파트의 1%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10만5563채로 늘어났다.

반면 서초구는 2005년 당시 20년 이상 된 아파트의 비율은 45%였지만 2015년에는 41%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노원구가 1%에서 66%로 65%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서초구는 오히려 4%포인트만큼 줄어들었다.

이유는 재건축에 있다. 서초구는 30년이 넘는 아파트들이 재건축으로 멸실되고 그 대신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면서 젊은 자치구로 바뀐 반면 재건축이 거의 없는 노원구는 그냥 낡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초구 아파트의 평균 연한이 2005년 17.5년에서 2015년 18.6년으로 1.1년밖에 늘어나지 않은데 반해 노원구는 2005년 13.2년에서 2015년 21.8년으로 무려 8.6년이나 늘어났다.

노원구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고 다른 자치구의 형편도 비슷하다. 도봉구·노원구·관악구·강북구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아파트 평균 연한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신규 건설·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이 부진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서울시의 인구가 지난 10년간 줄어든 이유는 전셋값 상승 때문이 아니라 주거 건물의 노후화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인과 결과를 시간 순으로 나열하면 아파트의 노후화→인구 감소→전셋값 약세 현상 순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전셋값 강세→인구 감소’가 아닌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2월 최고치를 기록한 서울시의 인구가 매년 줄고 있다. 지난 6년간 서울시 주택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다. 인구가 늘어났던 1990년대나 2000년대라고 전세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옛날에는 없던 전세난이 갑자기 생겨 서울 시민들이 외곽으로 이사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주택이 가격 대비 품질, 다시 말해 전셋값 대비 품질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다.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