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유통혁명 2017 : '쑥쑥'크는 오픈마켓]
G마켓·11번가·옥션 ‘3파전’에 쿠팡 뛰어드나
후끈 달아오르는 온라인판 ‘열린 장터’
(사진)한 소비자가 컴퓨터를 통해 오픈마켓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온라인 유통시장은 매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G마켓·옥션·11번가의 삼파전 양상에 소셜 커머스 업체들도 뛰어드는 분위기다. 더욱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오픈마켓들의 ‘무기’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대기업부터 동대문 상인까지 ‘한곳에’

국내 오픈마켓 시장은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점유율을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오픈마켓 시장점유율은 G마켓 38%, 11번가 32%, 옥션 26%, 기타 4%로 추정된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가 ‘절대 강자’인 상황에서 SK플래닛의 11번가가 강세를 띠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최근 소셜 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이 소셜 커머스 사업을 접기로 선언하면서 오픈마켓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 주는 ‘열린 시장’의 역할을 한다. 오픈마켓은 법률상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돼 판매 물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반면 소셜 커머스는 큐레이션(추천)을 통해 판매 물건을 직접 선별하고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된다.

쿠팡은 지난 2월 2일 초기 사업 모델이었던 소셜 커머스 분야의 완전 철수를 선언했다. 2010년 지역 상품과 공동 구매 형태로 시작한 쿠팡이 소셜딜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다. 사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출범 이후 스스로를 ‘이커머스’라고 부르며 소셜 커머스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쿠팡 측은 소셜 커머스 사업을 접었다고 해서 완전한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 소셜딜을 접은 것은 로켓배송과 아이템마켓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켓배송 역시 쿠팡이 제조사로부터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방식’이기 때문에 쿠팡을 오픈마켓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는 로켓배송으로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은 쿠팡의 등장이 오픈마켓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기존 오픈마켓들은 장기간 축적해 온 영업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소셜 커머스와 달리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 중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경쟁사로 여겨지는 다른 유통업체도 안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백화점에서부터 중소 상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판매자들을 한곳에 모았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후끈 달아오르는 온라인판 ‘열린 장터’
◆‘전안법’, 온라인 유통 발목 잡을까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국내 오픈마켓들은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자사만의 강점을 발굴하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은 백화점·복합몰·패션·생활용품 등 유력 업체와 적극적으로 제휴하고 있다. 공식적인 제휴로 소비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주고 있다. 또 최근에는 ‘서비스’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은 지난해부터 배달, 청소 서비스, 가사 도우미, 인테리어 등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가사 도우미 ‘대리주부’, ‘한경희 홈케어’, ‘한샘 키친&바스’ 등 생활 밀착형 O2O 서비스를 도입해 협업했다.

기존 오픈마켓에서 판매하지 않았던 상품도 적극 론칭 중이다. 지난해 9월 옥션은 한국GM 본사와 직접 제휴, ‘쉐보레 더 뉴 아베오’자동차 10대를 선착순 판매했다. 판매 1분 만에 10대를 모두 ‘완판’했다.

11번가는 자사의 경쟁력에 대해 모바일 사업에서 강점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11번가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2년 연속 모바일 순방문자 수(UV)에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11번가가 제공 중인 ‘디지털 컨시어지’ 서비스는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 컨시어지는 제품이 다양해 구매 결정이 쉽지 않은 디지털·가전 상품군을 대상으로 고객들에게 맞춤 상품을 추천해 주는 대화형 서비스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쿠팡은 상품 검색을 고객들이 좀 더 믿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이 상품을 검색할 때 광고 상품이 상단에 노출되는 것을 막은 것이다. 그 대신 가격·배송·고객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조건을 자동으로 제시하는 ‘위너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편 지난 1월 28일부터 시행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온라인 유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전안법은 사람의 피부에 닿는 의류·신발·액세서리 등과 같은 물품에 대해 정부의 인증(KC)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인증 시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해외로부터 물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구매 대행업자들도 인증을 받지 못하면 물품을 판매할 수 없어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구매 대행업자들이 외국에 서버를 둔 온라인 쇼핑몰로 판매처를 이전하면 국내 오픈마켓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마켓은 이런 상황을 우선 지켜볼 예정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아직 법 시행 초기여서 그런지 피부에 와 닿는 애로 사항이 없다”고 조심스레 현재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오픈마켓 관계자는 “판매자에겐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유통업을 영위하는 오픈마켓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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