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금리 변동은 원인이 아닌 결과…집값이 올라 금리가 인상된 것
연체율 상승은 금리가 아닌 집값에 있다
[한경비즈니스 칼럼=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금리가 오르면 연체율이 높아질까. 얼마 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서 흥미로운 보고서 하나를 발표했다.

‘차주별 패널 자료를 이용한 주택 담보대출의 연체 요인에 대한 연구’라는 보고서인데, 금리가 주택 담보대출의 연체율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이를 실증 분석했다고 주장했다. 정말 이 보고서 내용처럼 금리 수준과 연체율이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우선 미국의 연체율 을 통해 금리 수준과 연체율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C지수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미국 주택 담보대출(모기지) 연체율 추이다.

2016년 4분기 주택 담보대출의 평균 연체율은 4.15%에 달한다. B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의 미국 평균 집값 변동률이다. 2016년 미국의 집값은 27만6100달러로 역사상 최고치였던 2006년의 26만8200달러를 돌파했다.

A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다. 그래프끼리 비교하기 좋도록 금리에 두 배를 곱했다. Y축으로 늘려 놓은 그림이다.

연체율과 집값을 보면 ‘15’라는 선을 중심으로 아래위가 거의 대칭을 이룬다. 집값이 높으면 연체율이 낮고 집값이 낮으면 연체율이 높은 완전한 역(逆)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1번 구간에서 집값이 떨어지니 연체율이 오른 것이고 2번 구간에서 집값이 낮게 형성되자 연체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3번 구간에서는 집값이 오르자 연체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연체율과 기준금리 사이의 관계는 약간 모호하다. 정(正)의 상관관계라기보다 오히려 역(逆)의 상관관계에 가깝다. 1번 구간에서 금리가 떨어지는데도 연체율은 올랐다.

2번 구간에서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2015년 12월 이후 미국 금리가 두 차례 인상됐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결국 어떤 짧은 특정 기간이 아니라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분석하면 두 지수 간에 역의 상관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서 나온 연구 결과와 정반대의 결론이 되는 것이다.

주택 담보대출의 연체율(C지수)은 금리 수준(A지수)보다 집값(B지수)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 집값을 둘러싼 ‘도덕’과 ‘이익’ 충돌

“금리가 오르면 대출받은 사람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연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체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금리가 아니라 집값 수준이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사람들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지킨다. 하지만 지킬 가치가 없는 것은 포기한다. 아무리 금리가 올라 이자가 부담된다고 하더라도 집값이 그 몇 배로 오른다면 연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져 자기가 산 가격보다 아래가 되면 집을 유지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 남의 돈을 갚아야 한다는 ‘도덕’과 자신의 ‘이익’이 충돌을 빚으면서 이익이 도덕에 우선하는 일부 사람들이 연체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하에서는 금리가 아무리 싸도 원금과 이자를 내지 않게 되면서 연체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번에는 한국의 연체율 를 통해 금리 수준과 연체율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한국은 과거 데이터를 구하기 어려워 최근 6년간을 분석했다.
연체율 상승은 금리가 아닌 집값에 있다
미국 자료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파란색의 연체율은 초록색의 아파트 값 상승률과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에서 미국 상황과 비슷하다. 아파트 값 상승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A구간에서는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집값이 바닥을 찍었던 B구간에는 연체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C구간에서는 연체율이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 수준과 연체율의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2012년 6월부터 2013년 5월까지 12개월간, 즉 B구간 동안 기준금리는 3.25%에서 2.50%까지 내렸지만 같은 기간 동안 연체율은 오히려 0.74%에서 0.93%까지 올랐다.

이 기간 동안은 명백한 역의 상관관계다. 하지만 2013년 6월 이후 C구간에서는 반대로 정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보고서는 C구간이었던 최근 4년간의 자료만을 분석했기 때문에 금리 수준과 연체율이 정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발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 기간이 짧았던 때문도 있지만 2012년 이후 금리가 인상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금리는 연체의 직접적 요인 아니다

그런데 세 지수를 살펴보면 시차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금리가 오르면 연체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이에 따라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금리는 언젠가 인상된다. 경기가 살아나면 자금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높은 이자를 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나 투자가 적기 때문이다.

결국 금리는 경기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데 경기가 좋아지면 당연히 집값이 오른다. 금리 인상이 2015년 12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주가와 집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경기가 좋아져 주가와 집값이 오르니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것이지 금리가 인상돼 집값이 오른 것이 아니다. 금리 변동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이야기다. 연체율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집값이지 금리가 아니다.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