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량 사진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리면 수리 견적 ‘끝’ (사진) 실수로 차가 긁히면 차량 수리를 맡기는 게 걱정이다. 자동차 수리 견적 비교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이런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수입차 오너드라이버다. 최근 마트에서 후진하던 중 주차 벽을 들이받아 자동차 뒤 범퍼에 칠이 벗겨지는 손상을 입었다. 인근 자동차 정비소를 찾아 가격을 물었더니 50만원의 비용을 요구했다.
벗겨진 면적에 비해 금액이 과하다 싶어 다른 정비소를 찾았다. 해당 정비소에서는 범퍼 전체 교체를 권하며 150만원의 가격을 내밀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자동차에 대해 잘 아는 지인에게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자동차 수리 견적 비교 애플리케이션(앱)을 추천받았고 25만원에 차를 수리할 수 있었다.
◆차 정비 시장은 대표적 ‘레몬마켓’
운전하다가 실수로 차가 긁히는 일이 발생하면 운전자들은 그야말로 ‘멘붕(멘털 붕괴)’에 빠진다. 무엇보다 차량 수리를 맡기는 게 걱정이다.
청구된 금액이 적정한 수준인지, 또 부품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견적을 뽑으러 간 정비 업체에서 곳곳이 문제투성이라며 과잉 정비를 하거나 수리비에 정가가 없는 만큼 과도한 금액을 청구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주유나 보험, 중고차 분야는 대기업이 주도하면서 가격 투명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자동차 정비 시장은 아직도 예외다. 특별한 주도 사업자가 없어 여전히 부르는 게 값이고 과잉 정비를 한다고 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레몬마켓(구매자와 판매자 간 거래 대상 제품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거래가 이뤄져 우량품이 자취를 감추고 불량품만 남아도는 시장)’으로 불릴 만큼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해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자동차 수리 피해 관련 상담은 약 5800건에 육박한다. 이 중 피해 구제로 이어진 사례만 지난해 274건이다.
불투명한 서비스와 가격 책정으로 소비자의 원성이 자자한 자동차 정비 시장에 최근 들어 미묘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O2O) 업체들이 자동차 수리·정비 견적 비교 앱을 속속 내놓으면서 점차 가격 투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 수리·정비 앱이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호구와 고객을 합친 신조어, 즉 ‘호갱’이 되지 않고 똑똑하게 자동차를 수리·정비하는 비법으로 통한다.
자동차 수리·정비 앱의 특징은 집에서도 손가락 하나로 비교 견적을 뽑아볼 수 있다는 것. 이를 통해 바가지 걱정도 덜고 발품도 아낄 수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는 다운로드 전용 앱인 구글플레이 스토어 등의 검색창에 자동차 정비를 검색하면 관련된 앱이 뜬다. 대표적인 곳이 ‘카닥’과 ‘카수리’다.
두 앱 모두 차가 긁혔을 때 사진을 찍은 뒤 차종과 연식을 적어 앱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 많이 올릴수록 가격 책정에 용이하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게재된 사고 차량의 사진은 앱에 회원사로 등록한 모든 정비 업체들이 볼 수 있다. 정비 업체들은 이를 보고 제공 가능한 수리 내역과 비용, 예상 수리 기간 등을 담은 견적서를 사용자에게 보낸다. 즉, 경쟁 입찰 방식을 적용해 수리비용을 최소화한 것이다.
◆‘카닥’과 ‘카수리’가 시장 양분
실제로 카닥을 이용해 수리가 필요한 차량의 사진을 올렸다. 채 5분이 되지 않아 한 정비소에서 견적을 보내 왔다. 약 1시간이 지났을 때 5곳의 정비소들이 상세한 수리 내역과 함께 가격을 제안했다. 가격은 업체별로 상이했는데,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액은 약 20만원 정도였다. 일부 업체들은 무료로 직접 자동차를 가지러 온 뒤 정비가 끝나면 다시 가져다주는 픽업 서비스도 제공한다.
혹시 ‘싼 게 비지떡’이 아닐까, 의혹이 생기는 고객들은 해당 정비 업체의 후기를 참고하면 걱정을 덜 수 있다.
이미 앱을 통해 정비를 마친 이들의 불만과 만족도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만 사용자들의 후기를 들어보니 무조건 싼값을 제시해 고객을 유인하는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망된다.
카닥은 2013년, 카수리는 2015년 출시됐는데 두 곳 모두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용자는 각각 80만 명과 20만 명에 달한다. 출시된 해부터 지난 1월까지 누적 수리 처리 금액은 카닥이 324억원, 카수리는 58억원이다.
양 사는 큰 호응에 힘입어 최근에는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카닥은 수입차 경정비 서비스인 ‘카닥 테크샵’을 최근 오픈했다. 수입차에 호환되는 엔진오일·타이어·배터리 등의 소모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카수리는 찾아가는 소모품 교환 서비스 ‘런오일’를 론칭했다. 소비자가 앱을 통해 예약하면 전문 정비사가 방문, 엔진오일·오일필터·에어클리너 등을 교환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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