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진정한 사물인터넷 시대 개막…변화 속 비즈니스 기회 잡아야
‘모든 것의 연결’ 5G 시대가 온다
(사진) LG유플러스가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 솔루션 회사인 노키아와 공동 개발한 5G 핵심 장비인 '무선 백홀 기지국'을 MWC에서 공개했다. /LG유플러스 제공

[한경비즈니스=천신응 CIO 편집팀장]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매년 2, 3월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행사는 전통적으로 최신 스마트폰의 각축장이었다.

삼성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제조사들이 자사의 첨단 스마트폰을 공개해 한 해의 모바일 트렌드를 가늠하게 하는 자리로 활용됐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스마트폰보다 5G와 관련 기술의 강조가 두드러졌다.

5G는 세대(Generation)을 의미하는 ‘G’와 숫자 5가 결합된 용어다. 즉 5세대의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이라는 의미다.

그러면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의 뒤를 잇는 5G는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이번 MWC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5G 기술의 진전과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모바일 기술의 발전에서 ‘속도’는 늘 핵심 요소였다. 통신업계가 최신 모바일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치하고 소비자들이 기꺼이 신제품을 구매했던 배경에는 더 빠른 속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속도에 대한 갈증이 희박해지고 있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최대 2.4Mbps 정도였던 3G 시절에는 모바일 네트워크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4G LTE 기술은 초당 수MB 정도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현실적으로 구현한다. 유선 네트워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며 오늘날의 모바일 활용 환경에서는 차고 넘치는 속도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모든 것의 연결’ 5G 시대가 온다
5G를 둘러싼 업계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됐다. 더 높은 대역대의 주파수를 이용하고 채널을 묶는 등의 기법을 이용하면 모바일 네트워크 속도를 높이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도 그리 어렵지 않다. 몇몇 통신사와 하드웨어 업체들이 2~3년 전부터 5G에 대해 말하고 나섰던 배경이다.

하지만 이렇게 더 빨라진 속도를 어디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답을 찾기 어렵다. 기술 발전이 현실 세계의 필요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G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기대는 장밋빛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5G가 본격 서비스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의 5G 시장 규모는 378억 달러지만 6년 후인 2026년에는 1조1588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3년에 이미 7억 유로의 예산을 배정해 5G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나섰고 중국 역시 2020년을 5G 상용화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에 맞춰 5G를 상용화해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업체별로는 각국의 통신사를 포함해 인텔·퀄컴 등 유수의 기업들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KT는 2018년 2월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올해 말까지 통신망과 단말기를 공급하고 세계 최초의 5G 올림픽을 구현한다는 계획을 지난 2월 15일 공개했다.

속도 실용성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정부와 업계가 5G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속도를 떠나 기존의 통신 기술로는 분명한 한계를 보이는 지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늘날의 휴대전화 기지국 하나가 다룰 수 있는 신호 규모는 기기 1200대 정도다. 모바일 기기 다수가 스마트폰인 현재의 상황에서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최종 사용자용 모바일 기기뿐만 아니라 스마트 시티를 이루는 각종 센서와 기기, 움직이는 데이터센터라고 할 만한 자율주행 자동차, 곳곳의 거대 산업 장비를 수용하려면 기지국당 약 30만 대의 기기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마커스 웰던 벨연구소 회장은 예상했다.

웰던 회장은 “오늘날 모바일 분야에서는 산업혁명이나 인터넷 출현에 버금가는 거대 트렌드가 시작되고 있다. 바로 ‘모든 것’의 조율”이라며 “약 2025년쯤에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측정하고 대부분의 기계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크 카프카 AT&T 네트워크아키텍처 부회장은 “양적으로 엄청나게 증가한 기기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5G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5G 기술의 장, 자율주행 자동차

5G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다른 기술적 요인으로는 ‘지연 속도’가 있다. 원격 모니터링이나 실시간 통제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연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가령 자동차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상황에서는 몇 밀리초의 지연시간이 사고를 가르는 중대한 변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또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 경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미세한 지연시간이 인간의 뇌에 영향을 미쳐 어지럼증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5G가 구현할 수 있는 1밀리초 이하의 지연시간은 다가올 원격의료 환경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특징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연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5G가 필요하다. 시속 1000km의 속도로 예상되는 하이퍼루프(Hyperloop)와 같은 교통수단이 이미 실험되고 있다. 오늘날의 4G 기술로는 이 정도의 속도에서 연결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지난 2월 유엔 산하 표준화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의 요건으로 시속 500km 속도에서의 서비스 수준을 새롭게 규정한 배경이다.

민감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속도 개선 역시 5G가 가져올 장점 중 하나다. 예전의 업계 일각에서는 5G가 4G보다 최대 50배에서 100배까지 빠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ITU가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차세대 네트워크에 요구되는 속도는 다운로드 최고 20Gbps, 업로드 최고 10Gbps다.

나아가 ITU 측은 이러한 속도가 현실 속에서 구현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현실적인 체감 속도로 다운로드 100Mbps, 업로드 50Mbps를 제시했다.

10배에서 20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러한 속도 개선은 가상현실 스트리밍과 4K 품질을 모바일에 구현할 수 있게 해줄 전망이다. 특히 가상현실은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2개의 화면 신호를 필요로 해 더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

또한 작은 모바일 기기 화면이 아닌 시야 전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4K나 8K와 같은 고해상도에 대한 니즈가 높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전문 기업 라임라이트 네트웍스의 박대성 지사장은 “4K VR 콘텐츠를 스트리밍하기 위해서는 100Mbps 이상의 네트워크 속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G를 요구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연결 안정성’이 있다. 그저 연결할 수 있는 것과 연결을 보장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갑자기 연결이 끊어지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산업 장비와 도시 곳곳의 스마트 시티 인프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시나리오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의 신체 또한 커넥티드 환경의 일부가 되는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간헐적인 끊김이 용인되는 오늘날의 모바일 네트워크를 넘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수십 만 군중이 밀집해도 최소한의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는 네트워크 아키텍처가 필요하다.

◆미래 5G 시대,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
‘모든 것의 연결’ 5G 시대가 온다
5G 표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특별히 주도적인 사업자가 부재한 가운데,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와 5GTF(5G Technology Forum) 등과 같은 단체들이 5G 표준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쯤에 이르러서야 표준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가올 5G 기술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바로 몇몇 기기가 간헐적으로 연결되는 시대에서 모든 것이 늘 연결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몇 기업들이 과장된 5G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그러한 마케팅이 앞으로 더욱 난립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5G에 대해 촉각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된 소형 컴퓨터가 거의 모든 사람의 손에 안겨질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많았지만 여기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최근 5G에 맞춰 기업 조직을 재편한 인텔은 그 이유에 대해 “2G에서 3G, 3G에서 4G로 통신망이 진화해 온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빠른 속도는 물론 접속 안정성, 모든 기기에 대한 수용성을 갖춘 5G 하이퍼 커넥티드 시대가 열리는 미래는 이제 필연이다. 어떤 활용 사례가 가능할지, 그에 따라 어떤 기회와 위기가 나타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