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부터 시행…‘실효성 의문’ 지적도
(사진)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정부의 에너지 관련 청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정부는 올해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총망라하는 ‘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과 ‘3차 에너지 기본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정책 수립을 앞두고 벌써부터 말이 많다. 원자력·신재생에너지 등 각 전원별 비중을 놓고 업계의 갈등이 확산돼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성만으로 운영되는 전력 시장이 환경과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책 수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회는 지난 3월 2일 본회의를 열고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바뀐 법안은 오는 6월 2일부터 적용된다.
◆기존엔 무조건 ‘가격’ 중심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세우고 한국전력거래소가 전력 시장을 운영할 때 경제성 외에 환경과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뼈대다.
현행법은 경제 급전(전기공급)의 원칙에 따라 연료비가 가장 낮은 발전기부터 급전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석탄화력 및 원자력발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반면 친환경이지만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전기 생산비가 높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원자력과 석탄화력에 밀려 가동 순위가 뒤로 밀렸다.
즉 기존에는 전력예비율이 모자랄 때만 LNG 발전 등을 가동하고 예비율이 여유가 있으면 가동하지 않는 구조였다. LNG 발전소의 이용률이 최근 낮아진 것은 이 같은 구조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장 의원은 “이전까지는 경제성만 검토하도록 돼 있어 전력 시장의 공급이 화력·원자력발전 위주로 이뤄지는 원인이 됐다”며 “세계적으로 저탄소 발전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원전 지역의 강진으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은 화력과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한국은 화력과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약 70%에 달했다. 한국전력의 2016년 전력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전력 공급 사용 원료는 석탄이 40%로 가장 많고 원자력 30%, LNG 21% 등의 순이다.
정부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에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37%를 약속하고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후쿠시마 사태와 경주 강진 이후 증폭된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증폭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고착화된 전력 시장 수급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기 판매 사업자가 환경과 국민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된 만큼 원자력과 석탄 위주의 국내 전력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장 의원은 “법안 통과로 에너지 정책에 대변혁의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별도 제재 마련 안 해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한국이 신(新)기후체제라는 전 세계적인 저탄소 의무 책임에 발맞추는 것은 물론 미래를 위한 저탄소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기 판매 사업자가 환경과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의무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에는 검토 과정을 강제하거나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제재 조항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선형 법률사무소 서한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전기사업법에서 국민 안전을 고려한다는 선언적인 의미는 있지만 제재 규정이 함께 신설되지 않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민간 발전업계는 법 개정에따라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 반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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