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LG화학·롯데케미칼 활발한 증설…‘규모의 경제’로 中·美 추격 따돌린다
에틸렌 공급 늘어나도 ‘자신만만’ 화학사들
(사진) LG화학 대산공장의 전경. 이 공장에서는 NCC 방식으로 에틸렌을 생산한다. /LG화학 제공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난해 화학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호황을 누렸다. 화
학사들의 봄날에는 ‘화학의 쌀’ 에틸렌이 큰 몫을 했다. 에틸렌의 스프레드(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 차이)가 벌어지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국내 화학 기업들은 에틸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과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의 추격도 거세다. 하지만 화학사들은 당분간 공급이 늘어나도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에틸렌은 폴리에틸렌·에틸렌글리콜 등 에틸렌 계열 제품의 원료로 석유화학 공업의 대표적인 기초 유분이다. 에틸렌을 기본 소재로 활용해 만드는 제품이 많아 화학사의 규모를 확인하는 지표로 쓰이기도 한다.

◆롯데케미칼, 280만 톤으로 국내 ‘최대’


국내 화학사들은 에틸렌 생산 시설 확대 계획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다. 특히 LG화학·롯데케미칼은 다가올 몇 년간 대대적인 증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화학은 연간 22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2019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해 에틸렌 생산량 규모를 23만 톤 늘릴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은 104만 톤에서 127만 톤으로 늘어나 세계 나프타분해설비(NCC) 단일 공장 중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여수공장의 116만 톤까지 더하면 LG화학의 에틸렌 총생산량은 243만 톤까지 늘어나게 된다. 생산 방식은 100% NCC다. NCC는 원유를 증류해 나온 나프타를 고온으로 가공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의 공정 과정을 말한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기준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280만 톤이다. 국내 여수공장에서 100만 톤, 대산공장에서 110만 톤을 생산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또 말레이시아에 자리한 타이탄공장에서 약 72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NCC 방식이 대부분이다.

롯데케미칼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여수 에틸렌 공장에 연간 20만 톤 규모를 추가 증설했다. 다가오는 2018년이면 연간 약 120만 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특히 2017년 하반기 증설 완료 예정인 말레이시아 타이탄공장 에틸렌 추가 증설이 완료되면 2018년 연말에는 총 450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생산 방식도 기존 NCC에서 벗어나 셰일가스에서 에탄올 원료를 뽑아내는 에탄분해설비(ECC) 방식으로 확장할 계획이다.‘원료 다변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의도다.

한화케미칼은 현재 연간 191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1999년 대림산업과 ‘자율 빅딜’을 통해 50 대 50의 지분으로 여천NCC를 설립했다. 여천NCC에서는 에틸렌을 비롯해 프로필렌·벤젠 등을 생산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86만 톤이다. SK이노베이션은 경상남도 울산에서 에틸렌 생산 설비 크래커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에틸렌을 각각 66만 톤, 20만 톤 생산하고 있다.
에틸렌 공급 늘어나도 ‘자신만만’ 화학사들
◆에틸렌 경쟁력의 핵심은 ‘가격’

세계 에틸렌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년 당시 978만 톤이었던 전 세계 에틸렌 생산량은 2016년 기준으로 1억7500만 톤까지 증가했다. 매년 연평균 3.7% 증설된 셈이다.

에틸렌의 공급과잉은 화학 시황에 악영향을 미쳐 왔다. 지난해 화학업계가 호황을 맞았던 것도 화학사들이 증설을 자제하며 공급과잉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이 최근 증설량을 늘릴 계획을 세우자 또다시 에틸렌 공급과잉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과 미국 기업들의 증설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중국의 석탄화학설비(CTO)는 공급과잉의 주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중국은 친환경 규제와 기술력 문제로 당초 목표한 양만큼 에틸렌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규제로 CTO 방식의 증설이 제한되고 화물차량 과적량 단속으로 석탄 물류비까지 증가하며 원가 경쟁력에서 밀리게 됐다.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ECC 역시 유가 하락으로 원가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에틸렌과 같은 기초 소재는 물류비로 인해 가격이 높아지면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근거리 생산을 중시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권에서는 국내 화학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공급량 증가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피부에 와 닿는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수요 예측 또한 긍정적이다. 남두현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중국·인도 등 경제성장률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에틸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화학사들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맑음’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5520억원, 8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8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