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
"승객 연간 1350억 원 사회적 비용절감…운전사 연 수입 358만원 늘어"
‘두 돌’ 카카오택시, 거리 풍경 바꿨다
(사진) 카카오택시 서비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카카오의 애플리케이션(앱) 택시 ‘카카오택시’가 3월 31일로 출시 2주년을 맞는다.

서비스 출시 당시 기존 콜택시 사업자 등과의 마찰로 진통을 예고했던 카카오택시는 출시 1년도 채 안 돼 누적 이용 건수 1억 건에 달하는 ‘국민 앱’으로 성장했다. 출시 2년을 앞둔 카카오택시는 여전히 순항 중이다. 카카오택시의 지난 2년의 시간을 조명했다.

◆후발 주자 카카오, ‘생활 앱’으로 성장

“1년 좀 넘은 것 같아요. 그때만 해도 ‘카카오택시’가 뭐냐고 묻는 택시 운전사들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안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열에 아홉? 거의 다 쓴다고 봐야 돼요.”

경기도 안산에서 8년째 택시 운전사로 활동하는 신 모(53) 씨의 하루 일과는 ‘카카오택시’와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에 내려 받은 카카오택시 운전사용 앱을 켜고 ‘콜 대기하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스마트폰에서 호출 알람이 울리면 운행 상황에 따라 호출을 받거나 다음 알람까지 기다리는 식이다. 그는 하루 승객 5명 중 1명꼴로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가 정식 출시된 2015년 3월 31일 이후 만 2년간 29만 명(이하 2월 28일 기준)의 택시 운전사가 카카오택시의 운전사 회원으로 등록했다.

출시 초기 7만 명에서 2년 새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보면 전국 택시 면허 운전사의 82%(21만 명)가 카카오택시 운전사 회원으로 가입했다. 10명 중 9명이 쓴다는 신 씨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닌 셈이다.

이 기간의 카카오택시 누적 호출 수는 100만 건에서 3억3000만 건으로 폭증했다. 하루 최대 호출은 150만 건으로, 택시 운전사(29만 명) 1인당 하루 평균 5.1건의 호출을 받았다. 실제 출시 2주년을 맞는 3월 31일에는 관련 수치가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돌’ 카카오택시, 거리 풍경 바꿨다
카카오택시는 앱 택시의 최초 사례는 아니다. 오히려 ‘후발 주자’로 통한다. 국내에선 2012년 이지택시를 시작으로 모바일로 운전사와 승객을 연결하는 다양한 앱 택시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콜택시 등 기존 경쟁 사업자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반면 카카오택시는 4200만 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대중성을 잡는 데 성공하며 국내 앱 택시의 대명사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승객과 운전사 모두에게 콜비(수수료)를 무료화하면서 한 달 4만~5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콜택시 이용 운전사들과 호출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콜택시 이용 승객들을 잡는 데 성공했다.

신씨는 "카카오택시 이용 후에는 콜택시 손님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기타 앱 택시들도 등록은 해 놨지만 수요가 없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밖에 △탑승 시간과 차량 정보, 예상 소요 시간 등이 적힌 안심 메시지 전송 기능 △일회용 안심 번호를 통한 운전사와 승객 간 메시지 전송 기능 △카카오내비(구 김기사) 연계 등 다양한 부가 기능들이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는 데 이점으로 작용했다.
‘두 돌’ 카카오택시, 거리 풍경 바꿨다
◆운전사·승객 편익 제고…승차 거부 ‘숙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서비스 출시 당시 ‘택시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앱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서비스 출시 2년, 이용자들의 삶은 달라졌을까. 카카오가 2015년 말 이용자 1620명을 대상으로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중 86.8%가 “카카오택시가 생활에 편리함을 줬다”고 답했다.

이들은 △택시가 잘 오지 않는 외지에서 출발할 때(41.5%) △주변에 택시가 있지만 잡기 힘들 때(28.8%) △외출 직전 택시를 미리 잡고 싶을 때(23.1%) 순으로 카카오택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서울연구원은 올 2월 ‘앱 택시 활성화에 따른 택시 운행의 변화와 관리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며 “카카오택시를 비롯한 앱 택시에 의한 승객의 대기시간 등의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를 집계하면 1일 평균 3억7000만원, 연간 135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운전사의 삶도 크게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거리에 손님이 없어 승객을 찾기 위한 배회 운행을 수시로 했지만 카카오택시 호출에 따라 공차로 다니는 시간이 줄었다. 특히 외곽으로 나갔다가 도심으로 돌아올 때 모객 효과를 높여 수익 제고에도 기여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9730명의 운전사 회원들의 수익이 하루 평균 13.4% 증가했다. 운전사 1인이 월 20일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 수입이 약 358만원 정도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택시 역시 택시업계의 ‘고질병’인 승차 거부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택시 수요가 많은 금요일 저녁, 주말 출퇴근 시간대에는 장거리 호출 손님을 골라 태우는 등 승차 거부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는 명백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이지만 카카오택시 내에서 승객의 탑승 기록이 아닌 배차 기록은 검색할 수 없어 신고할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며 “앱 플랫폼 사업자가 탑승 기록뿐만 아니라 배차 기록도 제공하도록 앱 기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택시 운전사 또한 승객들의 ‘승차 거부’ 상황에 불만이 폭주한 상황이다. 특히 호출한 승객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 때문에 앱 택시 이용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 씨는 “호출 10건 중 3건은 일방적인 취소로 이어진다”며 “호출 승객에게 다다랐을 때 ‘취소’를 누르면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승객에게 벌점을 주는 제도가 있지만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서비스 이용 정지 등의 방식으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카카오는 올 상반기 중으로 카카오택시에 자동결제 기능을 추가하는 등 서비스를 지속 개편할 계획이다. 지난 2월 한국스마트카드와 자동결제를 위한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택시를 부를 때 자동결제를 선택하면 나중에 내릴 때 이 회사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로 알아서 결제되는 방식이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