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김영란법 6개월 : 재정비, 어떻게?]
- ‘적용 대상 조정’ 가장 많이 거론
- 농축수산업 피해 최소화 방안도 많아
김영란법 개정안 11개 계류…차기 정권 때 개정될까
(사진) 농축수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뜻으로 마련된 개정안은 총 4건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한우와 굴비 같은 일부 고가 상품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정치권에서도 진행 중이다.

여야는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김영란법 개정을 논의했지만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3월 임시국회가 예정돼 있지만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든 만큼 김영란법 개정 논의는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공직자가 민간에게 하는 청탁’도 제재

국회 의안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김영란법’ 개정안은 총 11건이다. 큰 틀에서 놓고 보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을 조정하자는 개정안이 가장 많다. 김영란법 최대 피해 업종인 농축수산업과 관련한 개정안이 그 뒤를 이었고 공직 기강과 관련한 개정안도 발의됐다.

우선 김영란법 적용 대상을 재조정하자는 발의안은 현재 총 5건이 국회에 계류 중으로,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직자가 기업에 준조세를 강요하는 것을 막는 이른바 ‘기업 김영란법’ 개정안을 냈다.

준조세는 법으로 정한 조세 외 기업이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이나 기부금·성금 등의 금전적인 부담을 의미한다.

그가 발의한 개정안은 ‘민간인이 공직자에게 부정 청탁 행위를 한 경우’뿐만 아니라 ‘공직자가 그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민간에 청탁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최근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업의 자금 출연 과정에서 공직자가 기부금품의 출연을 부정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현행 김영란법 규정에는 기업 준조세를 규제할 제도가 미비하다는 게 개정안의 발의 배경이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만 김영란법을 먼저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중·하위직 공무원과 언론인 등에 대해서는 2년이 경과한 뒤 김영란법에 포함하자는 주장이다.

포털 사이트를 김영란법에 포함하자는 개정안도 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했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의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언론 행위로 인정한 만큼 일반 언론사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회 통념상 공무원이라고 볼 수 없는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제외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밖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으로부터 100분의 30 이상을 출자 받은 법인·단체·기관은 공무수행사인으로 적용받도록 해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자고 했다.

공무수행사인은 공직자가 아니면서 공공기관의 위원회에 참여하거나 공공기관 업무를 위임·위탁받아 수행하는 민간인을 의미한다.

◆“농축수산업 피해 막아야”
김영란법 개정안 11개 계류…차기 정권 때 개정될까
농축수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뜻으로 마련된 개정안은 총 4건이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어민들에게 김영란법 적용 기간을 3년 유예하자고 건의했다.

농어민들이 농축수산물을 비롯한 가공품을 허용 가액의 범위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준비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도 부정부패를 타파하기 위한 김영란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은 김영란법에 예외를 두자고 했고 김종태 자유한국당 전 의원 역시 비슷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한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명절과 같은 특정 기간에는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수수 금지 품목에서 제외하자고 했다. 공직 기강과 관련한 개정안은 2건으로, 더욱 강화하자는 쪽과 완화하자는 방향으로 갈린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은 강화하자는 내용으로, 김영란법에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을 넣자는 것이 골자다. 공직자가 직무 수행에서 사적 이해관계를 개입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 수행에 방해가 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원래 김영란법의 초안도 ‘부정청탁 금지’와 ‘이해 충돌 방지’를 양대 축으로 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해 충돌 방지는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결국 삭제돼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반면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그렇다. 현행법은 공공기관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과 관련한 내용을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받도록 규정한다.

김 의원은 “이런 조항은 신념에 대한 내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해당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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