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물류 스타트업 두 배 증가…대기업 ‘협업’ 통해 4차 산업혁명 도전 (사진)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반찬 배달 서비스 ‘배민프레시’의 냉장 트럭. /우아한형제들 제공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세계를 호령하는 대기업들도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시절이 있었다. 혁신적 사업 모델을 지닌 스타트업의 등장은 재계의 미래를 밝게 만든다. 특히 물류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의 등장으로 물류업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산업의 기본이 되는 ‘물류’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의 만남이 활발해지고 있다. 뛰어난 정보기술(IT)을 내세운 스타트업들의 진출로 물류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배송을 넘어 무인 보관까지
한국교통연구원이 2월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0곳에 불과하던 물류 스타트업은 2016년 말 기준으로 전년보다 두 배 증가한 80곳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과 엔젤 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은 사례는 258건이었는데 그중 7.4%인 19건이 물류 스타트업이었다. 투자 유치액 중 전체 9980억원의 10.9%인 1086억원을 물류 스타트업이 얻어냈다. 이는 물류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류 스타트업 관계자는 “그동안의 물류는 택배 서비스만 있어도 소비자들이 만족했었지만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이 커지면서 고객의 요구가 많아졌다. 고품질 물류 서비스에 대한 욕구도 증가하고 있어 물류 스타트업의 매력이 커졌고 투자 유치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물류 스타트업 분야별 창업 동향에 대해 초기에는 O2O 기반의 배송 서비스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무인 보관, 자동 계측, 빅데이터를 활용한 물류 최적화 등 기술형 창업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국내 물류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물류 서비스군에 분포돼 있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물류 스타트업의 사업 형태는 O2O를 기반으로 한 음식 배달 서비스다. 음식 배달 시장의 ‘강자’로는 ‘우아한형제들’을 우선 꼽을 수 있다. 2010년 6월 설립된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인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고 있다.
또 배달이 안 되는 외식 업소의 음식을 배달해 주는 ‘배민라이더스’, 반찬을 배달해 주는 ‘배민프레시’ 등도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배달의 민족은 2017년 1월 기준 모바일 앱 누적 다운로드 2700만 건, 월간 순방문자 약 330만 명, 전국 등록 업소 18만여 개로 2015년 기준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넘긴 명실상부한 국내 1위 배달 앱이다. 월 주문은 무려 1000만 건에 달한다.
투자 유치도 활발하다. 배달의 민족은 2011년 본엔젤스로부터 3억원을 투자받은데 이어 2012년과 2014년 알토스벤처스·스톤브릿지캐피털·IMM 등으로부터 각각 20억 원·12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4년에는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고 2016년 4월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투자회사인 힐하우스캐피털로부터 5000만 달러(약 569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우아한형제들은 푸드(음식)와 테크(기술)를 결합한 종합 푸드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배달 음식 외에도 신선식품과 식자재 등으로 배달 영역을 넓혀감으로써 음식 배송에서 국내 기업들 중 가장 앞서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다양한 음식 관련 서비스를 통해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더 나은 경험과 만족을 위한 연구와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로 지속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식 배송뿐만 아니라 생필품 배송까지 나선 스타트업도 있다. 2012년 설립된 허니비즈는 생활 편의 O2O 서비스 ‘띵동’을 운영하고 있다. 띵동은 맛집 음식과 생필품 등을 빠르게 배달받을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즉각적으로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 서비스로 마트·편의점·응급의약품·물품 배송까지 실생활로 배달의 영역을 넓혔다.
‘당일 배송’을 내세운 스타트업도 있다.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제공하는 ‘원더스’는 서울 전역에서 오후 1시 이전에 접수된 상품에 한해 3시간 이내 당일 배송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원더스는 택배 집하 시스템인 ‘허브 앤 스포크’를 적용한 물류센터를 운영한다. 또 전속 배송 운전사를 고용해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2013년 설립된 메쉬코리아는 IT를 기반으로 하는 물류 스타트업이다.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송 현장에서 충실히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사의 IT 기술력이 집약된 운송 관리 시스템을 통해 업무 효율을 개선하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이륜차 물류망인 ‘부릉’과 배달이 되지 않던 편의점이나 유명 맛집의 음식을 배달해 주는 ‘부탁해!’를 운영하고 있다. ‘부릉’은 현재 전국 약 1만3000명 이상의 제휴 배송 운전사들과 함께하고 있고 물류 거점인 ‘부릉 스테이션’이 전국 40곳에 분포돼 있어 어디서든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메쉬코리아는 IT 기술력을 총동원해 고객사의 물류 효율성을 극대하기 위한 통합 물류 관리 솔루션 ‘부릉 TMS’를 운영 중이다.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직접 물류 인프라를 운영하지 않아도 출고부터 배송까지 모든 물류 과정을 제어할 수 있다.
메쉬프라임은 메쉬코리아의 물류 거점인 부릉 스테이션과 연계해 고객사의 물품을 최단 시간 내 목적지로 전달하는 당일 서비스다.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연동해 대량으로 주문 정보를 수령하고 배송 수행이 가능해 배송 거리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메쉬코리아는 이륜차 배송 시장에서 전국망 서비스를 실시하는 국내 유일의 물류 IT 기업으로 다수의 목적지를 한 대의 차량이 담당하는 사륜차 택배 시스템과 달리 소수의 목적지를 이륜차로 신속하게 이동해 효율적인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설립된 물류 스타트업 트레드링스는 수출입 중소기업을 위한 물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트레드링스의 자체 분석 결과 수출입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물류 관리 전문 인력의 부재로 전문성과 물류 협상력이 부족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트레드링스는 해상 스케줄, 화물 추적, 선비(船費) 및 서비스 정보와 터미널 입출항 정보를 제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시장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한다.
또 화물과 지역별 특성에 맞는 포워딩 업체들의 물류비용, 운송 경로, 운송 수단을 비교한 정보를 제공
해 수출입 기업에 가장 적절한 서비스를 알려주는 ‘물류 서비스 매칭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트레드링스는 중소기업들의 물류비 절감과 서비스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트레드링스는 2016년 11월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제24회 한국 물류 대상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 메쉬코리아는 교보문고와 제휴해 국내 최초로 도서 실시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메쉬코리아 제공
◆대형 자본이 유리하다는 건 ‘옛말’
대기업들은 빅데이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미 물류 분야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물류에는 규모와 서비스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초기에는 다른 산업들과 다르게 스타트업의 진출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제조 기업들이 유통에 뛰어들면서다. 대표적 기업은 미국의 ‘아마존’이다. 당초 서점을 기반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식료품, 의류 판매까지 손을 뻗었고 당일 무료 배송과 드론을 통한 배송 등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까지 영역을 넓혔다.
국내 유통 및 물류 기업들 또한 물류의 전통적 사업 모델에서 한 발짝 나아가야 할 시기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류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됐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물류 분야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IT가 중요하게 부상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험해 볼 수 있는 스타트업들이 기회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류 스타트업 관계자는 “자본이 많은 기업이 유리할 수 있지만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에 대비하기 위해선 물류 산업에서도 스타트업의 조직 구조와 경영 방식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또한 물류 스타트업 키우기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물류 스타트업 여건에 따른 맞춤형 지원과 융합형 인재 양성, 창업 환경 기반 조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스타트업과 물류 전공자를 대상으로 창업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물류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구인·구직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스타트업·투자자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물류 스타트업 포럼’을 구성해 이해관계인 간 소통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창의적인 신산업과 물류 기술을 발굴·개발해 전통 물류 산업을 첨단 물류 산업으로 탈바꿈되도록 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훈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는 “물류는 전통 산업군으로 분류됐지만 스타트업들의 진출로 물류 산업에도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 전망했다. (사진) 수출입 중소기업을 위한 물류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트레드링스. /트레드링스 제공
◆물류계에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
대기업들과 물류 스타트업의 제휴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12월 롯데리아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리아는 메쉬코리아의 이륜차 물류망 ‘부릉’을 활용해 배송 대행 서비스를 시행한다.
또 이보다 앞서 CJ대한통운과 ‘라스트마일 맞춤 배송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 CJ대한통운 고객사들은 CJ대한통운의 사륜차 물류망과 메쉬코리아의 이륜차 물류망을 결합한 ‘당일 배송 서비스’와 ‘3~4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교보문고와 제휴, 도서업계 최초로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메쉬코리아뿐만이 아니다. 오토바이 퀵서비스 스타트업 ‘원더스’는 지난해 11월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와 제휴해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통한 ‘110분 내 배송’을 시행했었다. 다수의 배달 O2O 스타트업들은 기존에 배송 서비스를 하지 않았던 음식 프랜차이즈들과 제휴해 고객의 집으로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은 고객에게 한층 더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송상화 교수는 “대기업은 검증되지 않은 물류 모델에 뛰어드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과 제휴해 새로운 물류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규 물류 모델 도입이 설사 실패하더라도 대기업 내부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업이 이뤄진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트업들의 진출은 물류 산업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물류 방식에는 대기업의 계열사가 담당하는 2자물류(2PL), 대기업이 물류 전문가에게 서비스를 아웃소싱하는 3자물류(3PL)가 있다.
여기에 IT 솔루션 및 컨설팅 서비스가 결합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4자물류(4PL)가 새롭게 등장했다. IT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은 물류 산업의 4PL 확대를 이끌고 있고 이러한 방식을 통해 물류의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물류의 기본은 여전히 ‘서비스’다. 대기업 화주들부터 일반 고객들의 눈높이를 모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다수의 기업이 물류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물류업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송 교수는 “다양한 기업들이 물류 시장에 뛰어들면 서비스의 경쟁이 이뤄져 질적 향상을 이끌게 된다. 스타트업의 진출은 물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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