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현대중공업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사업 부문을 4개로 쪼개 분사한다.
오는 4월 1일부터 조선·해양·엔진 사업을 꾸려가는 현대중공업은 존속하고 전기전자 사업부문은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으로 분리된다.
건설장비 사업부문은 현대건설기계, 로봇·투자 사업부문은 현대로보틱스로 독립한다. 현대로보틱스가 지주회사이며 증시에 재상장한 이후 나머지 기업들의 지분을 추가 취득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분사는 사업 재편을 통한 대대적 혁신으로 그동안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함께 운영하면서 발생한 비효율을 줄이고 각 사업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4인 5각’의 끈을 풀고 4개 회사(독립법인 기준)로 분할돼 각 부문에서 회사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산업용 로봇 및 자동화 설비 사업 부문이 현대로보틱스로 분사된다. /현대중공업 제공
◆ 현대중공업 분할, 기업가치 상승 기대
현대중공업은 울산에서 지난 2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 회사를 조선·해양,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나누는 사업 분할 안건을 98%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4월 1일을 분할 기일로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투자 사업부문을 인적 분할 방식으로 분사하게 된다.
존속법인인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플랜트·엔진·특수선 등 조선·해양 연관 분야 사업만 영위하며 분할 비율은 존속법인 74.6%, 현대로보틱스 15.8%,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4.9%, 현대건설기계 4.7%다.
존속법인 및 인적 분할로 신설되는 법인들은 각각 변경 상장 및 재상장을 추진할 계획으로 3월 30일부터 거래정지 후 5월 10일부터 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당초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중공업 노조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연일 현대중공업 분할에 대해 반대하면서 분할 작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대중공업 분할 안건에 대해 대거 찬성표를 던지면서 손쉽게 가결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관투자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은 분할 후 현대중공업의 미래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결과로 생각된다”며 “시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만큼 분할된 각 회사가 세계시장에서 1등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 나가 주주 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사진) 건설장비, 산업차량 및 관련부품 사업 부문은 현대건설기계로 분사된다. /현대중공업 제공
◆ 재무구조 개선에 선제적 자구 노력까지
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분사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조원이 넘는 차입금 중 3조원 이상을 분할되는 회사에 나눠 배정하면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차입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106%이던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 역시 95%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조선 사업 및 수익성과 현금 창출력이 높은 엔진 사업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하반기부터 강도 높은 경영 합리화 과정을 진행해 왔다. 보유한 주식·채권·부동산 등 총 1조1300억원의 비핵심 자산을 매각했고 재료비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희망퇴직·분사·아웃소싱 등을 통해 3500여 명의 인력을 조정했고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직원의 급여 반납, 고정 연장 폐지, 연월차 소진 등 경영 합리화 방안으로 총 8400억원을 절감하기도 했다.
선제적이고 강도 높은 자구 노력에 힘입어 실적도 뚜렷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넘김으로써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서도 차별화된 면모를 보였다.
매출 39조3173억원, 영업이익 1조6419억원을 기록하며 2016년 1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 갔다. 신규 수주 역시 올해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올해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IMO는 2020년 1월부터 전 해역에서 선박 연료 내 황 함유량을 0.5%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밖에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의무 설치, 이산화탄소 배출량 의무 보고 등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사진) 전기·전자 기기 사업 부문은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으로 분사된다. /현대중공업 제공
◆ 독립경영 통한 개별회사 경쟁력 강화
또한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 덴마크 만 디젤&터보,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 유럽 종합 운송 장비 기업인 CNHI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활발한 제휴·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은 미국 에너지 규제 완화에 따른 수요 증가, 아시아 신흥시장 개발에 따른 시장 확대, 중동 유가 회복세 등에 힘입어 시장별 신규 고객을 개발하고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건설기계는 딜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확대 운용하고 지역별 책임제를 통한 종합 솔루션 제공을 통해 글로벌 판매망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주요 제품인 중대형 굴삭기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속에서도 세계 시장점유율 7.2%의 높은 판매율을 달성했다. 특히 인도에서는 전년 대비 45% 성장한 2600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2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1월 대구광역시 테크노폴리스 공장으로 이전해 최첨단 스마트 공장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앞으로 기존 연간 4000대 생산 규모를 2배 수준인 8000대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유·무상 정비와 부품 교체·수리·개조 등의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로, 서비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는 태양광 셀, 모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셀과 모듈 제조 역량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 국내외 태양광 기업과 협력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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