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새 수출 첨병 ‘전문무역상사’ : 제2의 종합상사로 떠오르다]
유통 기업 ‘제2의 종합상사’로 뜬다
지난해 이마트 ‘전문무역상사’ 지정…올해엔 롯데마트·GS홈쇼핑 포함
새 수출 첨병 무역상사의 도약
(사진) 포스코대우 직원들.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1970~1980년대 대학생 선호 직업 1위는 ‘상사맨’이었다. 당시 상사맨들의 구호는 ‘라면에서 미사일까지 수출한다’였다. 정부는 1975년 ‘종합상사 제도’를 도입해 국제입찰 우선 지원, 외화 보유 한도 100만 달러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종합상사는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사막에 난로를 팔고 북극에 냉장고를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출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의 자체 수출 능력이 향상되면서 종합상사의 위상은 점점 떨어졌다.

2009년엔 기존 종합상사 제도가 도입된 지 34년 만에 폐지됐다. 현재 대부분의 대기업 종합상사는 제3국 간 거래를 하는 ‘트레이딩’이 주력 사업이다.

상사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다. 정부는 무역상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2014년 7월 ‘전문무역상사 제도’를 도입했다.

◆전문무역상사, 중소기업 수출 교두보
새 수출 첨병 무역상사의 도약
지난해 기준 216개 전문무역상사 중 이마트·이랜드 등이 해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에는 236개 회사가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됐다. 특히 롯데마트와 GS홈쇼핑이 전문무역상사로 신규 지정되면서 대형마트·홈쇼핑 등 유통 기업이 새로운 수출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도입된 전문무역상사 제도의 취지는 ‘수출 초보 내수 기업의 간접 수출 증진’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년 수출 실적 또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출 실적이 100만 달러 이상이고 다른 중소·중견기업 생산 제품의 수출 비율이 20% 이상인 무역상사 등을 대상으로 매년 전문무역상사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정부는 선정된 기업에 단기 수출보험 가입 우대와 수출 신용보증 가능 한도 우대, 무역기금 융자 시 가점 부여, 환 변동 보험료 지원, 수입자 신용 상태 조사 자료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

지난해 이마트·이랜드월드·(주)한화·대림코퍼레이션·NH무역 등 216개 회사가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됐다. 이들 기업은 해외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영세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돕는 등 작년에만 약 23억 달러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대행 수출을 기록했다.

일례로 식품 기업 A사는 중국 시장에 독자 진출을 시도했지만 수차례 실패한 뒤 전문무역상사인 희창물산을 통해 첫 수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중국 시장 수출 경험이 많은 희창물산은 현지에서 통할 수 있는 디자인과 라벨링을 지원하는 등 A사의 중국 진출 교두보 역할을 했다.

올해에는 전문무역상사가 236개(재지정 162곳) 기업으로 늘었다. 산업부는 서류 심사 등을 거쳐 최근 2017년 전문무역상사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롯데마트·GS홈쇼핑·삼성물산 등이 신규 지정됐다. 정부는 한국산 제품의 해외 진출 창구 역할을 하는 유통 기업을 ‘제2의 종합상사’로 키워 수출 중소·중견기업과 동반 진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마트, 2018년 수출 1000억원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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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마트의 베트남 1호점인 ‘고밥점’에서 고객들이 노브랜드 쿠키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지난해 전문무역상사 지정 이후 글로벌 종합 유통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베트남·몽골·미국·싱가포르 등 10개 국가에 32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65% 증가한 530억원어치를 수출한다는 목표다. 또한 올 연말까지 수출 대상 국가를 기존 10개국에서 20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는 2018년 수출 규모 1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수출을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자체 해외 점포와 현지 대형 유통 업체, 현지 도매 채널 등 3가지 트랙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특히 올해 노브랜드 등 단독 상품 수출을 크게 늘려 전체 수출액에서 중소기업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마트는 또 최근 몽골 울란바토르 이마트에 국내산 딸기와 포도 등의 신선식품 수출을 시작했다. 이마트는 향후 신선식품 수출을 본격화해 국내 농가의 판로 확보에 기여할 방침이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이마트는 국내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와 업무 노하우를 갖췄다”며 “올해에도 중소기업 수출 판로 확보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월드, 지난해 수출액 370억원
새 수출 첨병 무역상사의 도약
(사진) 이랜드 베트남 탕콤 공장 직원들이 한국 중소기업 원단으로 의류를 생산 중이다. /이랜드그룹 제공

이랜드도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는 국내 중소기업의 원자재를 동남아시아로 수출, 현지 생산 기지에서 제품화하고 있다. 완제품에 그룹 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를 단 뒤 세계 최대 패션 소비국인 중국으로 재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전략이다.

이랜드월드의 지난해 수출액은 약 370억원이며 중소·중견기업 제품 비율은 약 50%다.

이랜드는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동남아시아 생산 공장을 구축해 왔다. 세계 최대 섬유 공장인 베트남 탕콤을 비롯해 중국·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등에 자체 생산 공장을 갖췄다. 이랜드는 이들 생산 기지에서 스파오·미쏘·슈펜 등의 SPA 브랜드 제품을 생산해 국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국내 중소기업의 원자재를 동남아시아 생산 기지로 수출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동반 성장하기 위해 원단 품질 개발 등 중소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GS홈쇼핑, 중소기업 제품 직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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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S홈쇼핑이 지난해 개국한 러시아 최초 한국형 홈쇼핑 채널 ‘붐TV’ 방송 장면. /GS홈쇼핑 제공

올해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된 GS홈쇼핑도 글로벌 수출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변신을 꾀할 계획이다.

GS홈쇼핑은 러시아·인도·중국·말레이시아 등 8개국에서 현지 합작 홈쇼핑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조인트벤처의 전체 취급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수출액은 약 300억원에 이른다. GS홈쇼핑은 해외 인프라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GS홈쇼핑은 2012년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사들인 다음 해외 합작 홈쇼핑에 직접 수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복잡한 현지 인허가 및 통관 절차와 재고 부담, 환율 변화 등 중소기업의 수출 위험 요소를 크게 줄였다.

중소기업이 GS홈쇼핑으로 물건을 가져다주기만 하면 수출이 가능해진 셈이다. 지난해 GS홈쇼핑의 해외 합작 홈쇼핑을 통해 판매된 한국 상품은 약 150종류, 300만 개다. 이 중 중소기업 상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율은 80% 이상이다.

GS홈쇼핑은 “아시아홈쇼핑 시장개척단, 우수 벤더의 조인트벤처 견학 등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확대를 도모하는 다양한 수출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해외 170개 점포 대상 수출 시동

전문무역상사로 신규 지정된 롯데마트도 글로벌 자체 유통망을 통해 자체 브랜드(PB) 상품 수출을 확대한다.

롯데마트는 해외 3개국에 오픈한 170개(중국 112개, 인도네시아 45개, 베트남 13개) 점포망을 이용해 국내 농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국내 농산물 수출은 2014년 중국에 양파를 수출했던 게 시작점이었다. 당시 양파는 국내 공급과잉과 소비 부진으로 가격이 폭락해 재고 소진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롯데마트는 그해 11월 중국에 약 8톤 규모의 양파를 수출했다. 이듬해 1월엔 베트남에도 약 10톤 규모의 양파를 수출했다. 이후 베트남에 한국산 버섯과 딸기를 소개했고 지난해 3월엔 중국에 한국산 쌀 30톤을 수출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향후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수시로 농산물 수출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청년 창업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7월 ‘청년 창업 크리에이티브 드림’ 프로젝트의 상품 품평회를 통해 청년 창업자들이 국내외 롯데마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당시 품평회에 참석한 업체 중 제이에스아이디어의 아쿠아슈즈는 롯데마트 인도네시아·베트남 법인과 총 12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했다. 코디아의 공룡알 장난감은 베트남 법인과 2만5000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전문무역상사 로 지정됨에 따라 해외 170개 점포를 대상으로 PB 상품 등의 수출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향후 해외 유통 업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출 규모를 크게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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