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일방적 세입자 보호만으론 역부족…“시장경제 논리에 순응하는 대책 필요”
미친 전셋값, 어떻게 잡아야 하나
(사진)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칼럼=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내 부동산 시장이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 갱신권 도입 논의로 후끈 달아올랐다.

서민 주거 문제 살리기 대책의 일환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 부동산 대책들은 지난 18대 대선 때부터 활발히 논의됐지만 실효성과 도입 시기를 둘러싼 정부와 여야의 의견 차이로 도입이 번번이 무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대책은 서민들에게 매력적인 선거 구호이기 때문에 이번 대선을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등장했다.

◆ 선택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시장경제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 갱신권이 도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전월세 상한제 자체는 위력적이지 않다. 지금도 임대차보호법에는 연간 5% 상승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세입자가 바뀔 때 상승 제한 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 세입자를 들일 경우 대항력이 없다.

이런 문제의 해법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임대차 계약 기간을 3년 또는 4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그러면 세입자는 같은 계약으로 오래 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세입자의 사정으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할 때 집주인이 계약을 해지해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긴 것이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만든 개념이 임대차 계약 갱신권이다. 세입자가 원하면 1회 정도 계약을 갱신할 권리를 가지고 원하지 않으면 갱신하지 않으면 된다. 한마디로 세입자에게 2년 연장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결국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 갱신권은 하나의 세트가 될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 갱신권이 함께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서민 주거 문제 살리기는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 갱신권이 도입되면 시장경제의 순기능이 제한되면서 B라는 사람이 전세를 얻기 어려워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먼저 그 집에 입주했다는 이유로 혜택을 보는 A만이 이익인 것이다.

한마디로 본인이 살던 집에서 계속 싼값에 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시장에 전세 매물이 귀해진다는 뜻이다. 그러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사람이나 새로 가정을 꾸려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은 전셋집을 구하는 것이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시장의 기능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기존 임차인과 새 임차인과의 경쟁 때문이다. 매주 신혼부부가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 갱신권이 시행되면 이들이 전세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다. 기존의 세입자들이 기득권층이 돼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10년간 한국 주택의 전셋값 상승률은 연평균 4.73%에 그쳤다. 임대차보호법에서 규정한 연 5%보다 낮은 수치다.

범위를 아파트 시장으로 좁혀 봐도 5.59%에 불과하다. 심지어 최근 1년간은 연 1.40%에 그치고 있다. 집주인의 욕심에 의해서만 전셋값이 정해진다면 이렇게 상승률이 낮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경제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간절한 사람과 덜 간절한 사람이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선택의 종류를 달리하는 것이 바로 시장경제다.

A라는 사람은 입지가 좋은 곳에서 높은 전세금을 내고 사느니 입지가 조금 떨어지는 곳에 살더라도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 B라는 사람은 외제차 대신 자녀 교육이나 출퇴근 편의성 때문에 전세금이 비싸더라도 입지가 좋은 곳에 살기를 원한다.

전자의 간절함은 외제 자동차이고 후자의 간절함은 입지가 좋은 지역의 전세 매물이다.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 근본 해법은 전세 매물이 늘어나야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시장에 전세 물건이 많이 나오게 하는 방법이다. 임대인, 그러니까 집주인들이 전세를 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때 시장에 전세 물건이 늘어난다. 이들이 신규 분양을 받아서라도 전세로 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시장에 전세 매물이 늘어나는 것이다.

둘째, 지금 전셋값이 비싼 이유는 정부가 세입자 간의 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모든 세입자가 담합해 비싸게 전세 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전셋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남보다 좋은 집에서 살고자 하는 욕망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시장경제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그 경쟁이 본인의 자본 내에서만 이뤄져야 하는데 남의 자본, 즉 전세 자금 대출까지 끌어와 벌이는 경쟁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그리고 정치권이 정말 전셋값 안정을 원한다면 전세자금 대출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 전세자금 대출이 되지 않는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좋은 집에 살려는 사람들은 난감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시장 전체를 보면 경쟁이 과열되지는 않을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 갱신권은 전세난에 대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기존의 세입자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대책이 필요하다. 집주인 스스로 전세 매물을 많이 내놓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