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한민국 신인맥r 효성그룹]
지난해 영업이익 사상 최대…전 사업부 고른 성장세 돋보여
‘1조 클럽’ 효성을 탄생시킨 ‘결정적 장면’
(사진)효성 직원들이 독자적 기술력으로 개발한 스판덱스 '크레오라'를 해외 바이어에게 소개하고 있다. (/효성그룹)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효성그룹은 지난해 창립 이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단기간의 사업 성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1966년 창립 이후 효성이 차곡차곡 쌓아 온 성과들이 새로운 역사가 된 것이다. 효성의 ‘결정적 장면’을 연도별로 포착해 봤다.

◆1971년 기술연구소를 세우다

국내 최초의 민간 기술 연구소로 꼽히는 효성그룹의 기술연구소인 ‘효성기술원’이 1971년 문을 열었다. 효성기술원의 창립은 섬유 분야에서 원천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으로 이뤄졌다.

효성은 독자적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1위 제품인 스판덱스와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사업을 이끌어 왔다. 또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탄소섬유·폴리케톤·삼불화질소(NF₃)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사업화를 통한 경영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및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R&D는 시간과 자본이 많이 투여되는 데다 많은 실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반드시 인내가 필요하다. 실제로 효성 또한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세계 1위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이는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업 철학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현준 신임 회장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기술이 자부심인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조석래 전 회장의 기술 경영 DNA를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이 효성의 성공 DNA로 면면히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하다

효성의 대표적 효자 상품인 스판덱스 ‘크레오라’는 중국·터키·베트남·브라질 등 전 세계에 구축된 생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32%를 차지하고 있는 ‘넘버 원’ 제품이다.

효성은 1992년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의 직원들은 조석래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약 3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한 후 세계에서 넷째,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2000년대 중반 중국 업체들의 난립과 물량 공세로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하며 국내 스판덱스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기도 했었다. 이러한 와중에도 효성은 원천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기능성 제품 개발에 매진해 고객들이 원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고비를 넘긴 효성 최고 경영진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판덱스 성장세에 맞춰 발 빠르게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 및 공급을 확대해 왔다. 스판덱스의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지 생산 시스템과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 결과 2010년부터 시장을 선도하는 공급 업체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 45%로 부동의 1위 제품인 타이어코드가 속한 산업자재 부문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나면서 주력 사업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효성의 타이어코드 부문은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 타이어 메이커들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한국·중국·베트남·미국·브라질·룩셈부르크 등 주력 거점에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고객사와 밀착된 제품 공급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조 클럽’ 효성을 탄생시킨 ‘결정적 장면’
(사진)효성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의 노동자가 와인딩 공정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효성그룹)

◆2008년 베트남 공장이 가동되다

조현준 회장 이하 효성 경영진은 중국에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핵심 제품의 생산 법인이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을 전략적 기지로 키워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의 인건비·토지세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효성은 10억 달러를 투자해 2008년부터 베트남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효성의 대(對)베트남 사업은 이듬해부터 흑자 전환됐다. 매출도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2014년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효성은 전체 베트남 수출액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효성은 베트남법인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성 베트남법인은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증설을 통해 세계시장 수요에 대한 공급 능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도 화학 분야 생산 기지를 추가 건립할 예정이다.

또 효성은 올 들어 베트남 남부 바리아붕따우성 까이멥 공단에 총 12억 달러 규모의 폴리프로필렌(PP) 생산 공장, 액화석유가스(LPG) 저장소, LPG 및 석유화학제품 부두 프로젝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LPG부터 PP에 이르는 일관 생산 체제를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잠재력이 큰 베트남·중국·동남아시아 등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효성은 이번 투자로 PP 및 LPG 등 주요 화학제품의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소재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
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다

효성은 2016년 ‘1조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세계경제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올린 성과여서 그 의미가 컸다. 효성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1조9291억원, 영업이익 1조16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는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세를 보이며 가능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할 수만은 없다. 향후 먹거리 발굴 또한 시급한 과제다. 2015년, 효성은 울산 용연 공장에 탈수소(DH) 30만 톤 증설을 통해 프로필렌 자급 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셰일가스 개발로 프로필렌의 원료인 프로판 가격이 하락해 향후 수익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번 증설로 PP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효성은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반도체 세정가스인 NF₃의 수요 급증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에 증설하고 있다. 중공업 부문에서도 선별적 수주와 원가절감 확대 및 환율 영향 등으로 수익성이 커지고 건설 역시 양질의 수주 호조세가 지속되며 매출 및 수익이 증대되고 있는 추세다.

효성은 안정된 포트폴리오와 경기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도 효성의 실적 호조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효성, 앞으로의 과제는
조현준 리더십 본격 발휘될 ‘대표이사 취임’ 관심

지난해 최고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한 효성이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3월은 ‘주주총회 시즌’이다. 효성은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잇단 ‘반란’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3월 17일 열린 효성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효성은 당시 김상희 변호사, 한민구 서울대 명예교수, 이병우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하지만 이 안건은 세 명의 사외이사 후보의 재직 연수가 지나치게 길어 독립성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효성은 감사위원 재선임을 위해 6개월 내 임시 주주총회를 다시 열겠다고 3월 29일 공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효성은 나일론 원료 생산 업체 ‘카프로’의 경영권 교체를 둘러싼 대결에서도 소액주주에게 밀렸다. 효성은 카프로의 지분 11.65%를 가진 1대 주주다.

3월 24일 열린 카프로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효성 측은 실적 악화를 이유로 현 경영진을 교체할 뜻을 밝혔다. 그러자 카프로의 박승언 대표이사가 지난해 하반기 흑자 전환을 이뤘다며 맞섰다. 소액주주들이 박 대표이사의 논리에 손을 들어주며 대표이사 교체는 무산됐다.

효성이 3세대 경영 승계의 마침표를 언제쯤 찍을지도 여전한 관심사다. 올해 효성 주주총회에서는 조현준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여부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효성은 조석래 전 회장과 김규영 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하는 ‘2인 대표’ 체제를 당분간 이어 가기로 했다.

효성그룹에 따르면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된 이사회도 현재로서는 계획된 것이 없다. 재계는 조 회장이 회장직에 취임한지 100일(4월 10일)이 갓 지난 시점에서 대표이사직까지 수행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변화 속의 안정’을 택한 셈이다.

따라서 향후 조 회장이 언제쯤 대표이사직에 취임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계열 분리설도 계속 나오고 있다. 효성그룹은 창업자에서 2세대로 경영 승계가 이뤄질 때 조홍제 창업자의 삼형제가 계열 분리를 한 전력이 있다. 현재 조현상 사장이 산업자재, 수입차 딜러 사업 등 형과 차별화된 분야를 맡고 있다.

특히 조현상 사장은 효성의 수입차 딜러 사업을 이끄는 더클래스효성의 지분 61.5%를 비롯해 수입차와 부동산 관련 계열사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형제 간 계열 분리에 대해선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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