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이마트 ‘데이즈’·롯데마트 ‘테(TE)’ 고속성장…젊은 직장인에게 인기 만점
유니클로 게 섰거라, ‘마트 패션’이 간다
(사진) 이탈리아 브랜드 라르디니·디자이너 홍승완과 협업한 데이즈는 배우 윤시윤과 신예 모델 비비안을 모델로 내세웠다. / 이마트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영은 인턴기자] 지난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꺾고 ‘세계 부호 1위’에 등극한 사람이 있다. 글로벌 의류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자라(ZARA)의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이다.

패션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SPA 브랜드는 홀로 성장 중이다.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 상품을 빠르게 공급하며 소비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SPA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대형마트도 자체 브랜드를 내세워 SPA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 ‘데이즈’, 어느새 연매출 4680억 달성
유니클로 게 섰거라, ‘마트 패션’이 간다
국내 유통업계 선두 주자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디자인과 생산 과정을 차별화한 자체 브랜드를 내세워 국내 SPA 시장의 새 주자로 떠올랐다.

이마트의 자체 패션 브랜드 데이즈(DAIZ)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고급화 전략으로 ‘마트 패션’에 대한 편견을 깼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브랜드를 재편하면서 “패션지 편집장도 만족하고 입을 수 있는 퀄리티로 만들라”며 품질에 대한 특별 주문을 내렸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2009년부터 각기 다른 이름으로 운영하던 패션 자체 상표(PL) 브랜드를 ‘데이즈’로 통합했다. 이후 데이즈의 디자인을 신세계인터내셔널(SI)에 이관해 디자인의 질을 업그레이드했다.

데이즈의 가장 큰 특징은 명품 브랜드 및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이다. 데이즈는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인 ‘라르디니’와 국내 유명 디자이너 홍승완 씨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라르디니는 돌체앤가바나·발렌티노 등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 생산으로 시작해 독자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고급 남성복 브랜드다.

데이즈는 이 협업으로 남성용 고급 비즈니스 라인뿐만 아니라 여성복도 선보였다. 홍승완 디자이너와의 협업에서는 직장인 여성을 위한 라인을 선보이며 마트패션이 아닌 전문 패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데이즈는 현재 전국 80여 개의 매장이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이마트를 벗어나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단독 매장을 론칭해 패션 브랜드로서의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데이즈의 매출은 2009년 2002억원에서 지난해 468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SPA 브랜드 중 1위인 유니클로의 뒤를 잇는 실적이다.

국내 토종 브랜드로서 SPA 시장의 선두에 선 데이즈는 2023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임상래 데이즈 브랜드매니저는 “대량 매입을 통한 가격 경쟁력과 차별화한 소재 기획 등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데이즈만의 개성을 담은 새로운 시도를 거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2030 고객 마음 흔드는 ‘테’
유니클로 게 섰거라, ‘마트 패션’이 간다
(사진) 롯데마트 테(TE) 서울역점 / 롯데마트제공

롯데마트가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자체 패션 브랜드 ‘테(TE)’는 마트를 찾은 30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3월과 올해 3월 ‘테’의 매출을 살펴본 결과 20대의 매출 비율이 1.1%, 30대 매출 비율이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3월 30대의 매출 비율은 37.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매출액 역시 20대와 30대의 매출 성장률이 두드러졌다. 40대의 매출은 2.9% 소폭 성장했지만 20대의 매출은 24.9%, 30대는 14.5% 상승하며 전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이 같은 결과는 유명 모델 기용 없이 상품 자체만으로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롯데마트는 테가 2030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 비결로 유명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과 생산 방식 개편, 젊은 부부를 위한 패밀리룩 라인 강화를 꼽았다.

테는 제품을 소량·즉각 생산하는 형태인 국내 스폿(spot) 생산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주문부터 매장 입고까지의 소요 시간을 최소 2주에서 최대 4주로 줄여 변화하는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디자이너나 마블·디즈니와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젊은 감각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한상혁·고태용 씨 등 트렌디한 디자이너의 작품이 대형마트 판매대에 전시된다는 것만으로도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이들과 협업한 맨투맨 티셔츠는 출시 1주일 만에 기존 티셔츠 판매량의 3배가 팔려 나가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홍은비 롯데마트 PB의류팀장은 “대형마트 PB 의류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품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이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