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LVMH·샤넬 제쳐…중국 넘어 미국·중동 시장 공략 본격화
아모레퍼시픽, 세계 7위 뷰티 기업 됐다
(사진) 에뛰드하우스 싱가포르 부기스 매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매출 기준 세계 7위 뷰티 기업이 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약 56억 달러(국내 공시 기준 6조6976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샤넬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을 눌렀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LG생활건강(17위)·에이블씨엔씨(65위)·해브앤비(92위)가 100위 안에 들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미국 뷰티·패션 전문 매체인 위민즈웨어데일리(WWD)가 발표한 ‘세계 100대 뷰티 기업’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7위에 올랐다고 최근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순위가 다섯 계단 껑충 뛰었다. WWD는 매년 세계 뷰티 기업의 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100대 기업을 발표한다.

◆5대 글로벌 브랜드 성장세 두드러져
아모레퍼시픽, 세계 7위 뷰티 기업 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가네보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본 카오와 베네피트 등이 속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향수로 유명한 프랑스 코티 등을 제쳤다. 지난해 8위였던 프랑스 샤넬은 11위로 밀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7년 20위권에 진입한 이후 10년 만에 10위권 안에 들었다. 10년 동안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은 1조5666억원에서 6조6976억원으로 약 4배 늘었다. 영업이익은 2375억원에서 1조828억원으로 약 5배 뛰었다.

WWD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순위 상승 배경으로 5대 글로벌 브랜드(설화수·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의 활약을 꼽았다. 이들 브랜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25%(1조6968억원)를 해외 사업에서 이끌어 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게 돼 영광”이라며 “국내외 고객에게 아시안 뷰티의 가치를 전하는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의 25% 해외에서 거둬들여
아모레퍼시픽, 세계 7위 뷰티 기업 됐다
(사진) 말레이시아 다만사라 AEON 백화점에 개장한 마몽드 1호점.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시아 미(美)의 정수를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기업 소명인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의 실현을 위해 뛰어 왔다. 1964년 국내산 화장품의 첫 해외 수출을 달성한 이후 1990년대 초부터 중국과 프랑스에 공장을 설립,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해외 사업은 중국·홍콩 등 중화권에서 특히 돋보인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을 포함한 아시아 사업 매출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한 1조5754억원에 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헤라’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론칭해 럭셔리 메이크업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도 중국 내 온라인몰에 입점하면서 고객 접점을 확대했다. ‘이니스프리’도 차별화한 상품을 기반으로 견고한 질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는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돼 왔다. 최근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이 장기화하면서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1년 이상 장기화하면 중국 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인지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유럽 등 럭셔리 화장품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시세이도는 한 해 전체 매출의 약 20%를 미국에서 거두고 있는 반면 아모레퍼시픽의 미국 매출은 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소비재 특성상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중동·유럽·미국의 매출 비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넘어 미국·중동 시장 본격 공략
아모레퍼시픽, 세계 7위 뷰티 기업 됐다
(그래픽) 권민정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에 따라 올해부터 미국·중동 시장에 대한 집중도를 본격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 하반기 미국에서 이니스프리를 추가로 론칭, 기존 아모레퍼시픽·설화수·라네즈와 함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또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두바이에 법인을 세운 후 현지 유통 기업과 협업을 시작했다. 올해 안에 현지에서 메이크업 브랜드 에뛰드하우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세안 시장 공략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아세안 5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에 법인을 만들어 진출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아세안 지역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조호르 주 누사자야 산업 지역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해외 생산 법인을 최근 설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말레이시아 생산 기지를 2020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부지가 자리한 누사자야 지역은 싱가포르와의 접근성이 좋고 인도네시아·인도·중동 등 아시아 주요 국가와 인접한 교통의 요충지다. 아모레퍼시픽은 말레이시아 생산 기지에서 아세안 시장 전용 제품을 연구·생산할 방침이다.

양 애널리스트는 “시세이도는 미국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 동력을 얻은 케이스”라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보유한 현금이 1조원 이상인 만큼 향후 이러한 부분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

choies@hankyung.com

[기사 인덱스]
-아모레퍼시픽, 세계 7위 뷰티 기업 됐다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나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
-서경배 회장, 과감한 개혁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승부사’